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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말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가운데, 방미 직후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회담까지 연계하는 이른바 ‘패키지형 정상외교’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5일 “아직 구체적으로 조율된 사안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한일 연쇄 회담에 대한 보도는 알고 있으나, 현재로선 무르익은 얘기는 없는 상태”라며 “특히 일본과는 회담 일정에 대해 조율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은 미국과의 회담 성사 여부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하반기 외교 일정을 통해 새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및 실용 외교 기조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특히 전임 정부와 차별화된 ‘셔틀 외교’ 복원을 통해 동맹국들과의 연속적인 정상회담으로 신뢰 외교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에서 일본 방문이 성사된다면, 이시바 총리 취임 이후 첫 한일 정상 간 대면 외교가 될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일관되게 견지해온 ‘역사 문제에 대한 원칙’과 ‘실용적 협력 추구’ 기조가 이번 한일 회담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과거사 공동연구 추진 등 민감한 현안이 일정 조율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연쇄 정상회담 구상은 크게 두 단계로 구성된다는 분석이다. 첫 번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이다. 이 회담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2기와의 외교 채널을 조기에 확보하고, 전작권 전환, 무역 불균형, 반도체 공급망 등 주요 현안을 직접 조율해 외교 지형을 재설계하려는 구상을 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바이든 행정부 시절 약화된 동맹 구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편하려는 의지를 보여온 만큼, 개별 정상과의 ‘딜’에 익숙한 트럼프 특유의 외교 스타일을 고려하면 회담 성사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다. 만약 회담이 성사된다면, 이재명 정부로선 “미국과의 연합외교를 복원했다”는 상징성과 협상 주도권 확보라는 정치·외교적 성과를 동시에 거두게 된다.
두 번째 단계는 트럼프 회담의 외교적 여세를 일본과의 연쇄 정상회담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이른바 ‘한미일 패키지 외교’ 구상이 핵심이다.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에서 ‘일본 중심의 안보 허브’ 구도 속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복원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트럼프-이재명 회담이 먼저 성사될 경우, 일본 역시 한국과의 외교를 피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된다.
무엇보다 이시바 총리 역시 대미·대중 외교의 균형 속에서 한국과의 전략적 연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미국과 신뢰를 구축한 한국’이라는 외교적 명분이 생긴다면 일본 측도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연쇄 정상회담 구상이 실현될 경우 이는 이재명 정부 외교의 첫 ‘다자 외교 시험대’이자, 트럼프 행정부 2기와의 첫 정상급 교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실제로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성사되면, 그 외교적 모멘텀을 일본, 나아가 인도·태평양 다자구도로 확장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이달 하순이 유력한 시점으로 조율되고 있으며, 백악관 측도 “동맹 강화와 새로운 통상 이슈 논의를 위한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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