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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교성 있는 작은 타투부터 전신에 색을 입혀 그림을 그리는 문신까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타투가 유행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작지 않은 변화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문신 지우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 중이다.
젊은 세대에게 영향력이 큰 아이돌 등 연예인들이 최근 연달아 문신 제거 인증 사진이나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결혼을 앞둔 여성 등을 중심으로 타투 지우기가 확산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는 문신 유행이 그다지 반갑지 않은 현상이었다. 예전에 문신은 폭력배나 건달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나 하지 않는 이른바 서브컬처, 하위문화였던 셈이다. 다시 말해 타투는 고급문화의 대척점에 있는 사회 소외자나 열외자들의 문화였다.
그러던 것이 10년 전쯤부터 일종의 젊음의 저항 정신이 담긴 징표, 나아가 패션 아이템으로까지 인식이 변화하면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남성은 물론이고 어깨를 드러낸 상의 차림에 크고 작은 다양한 문양의 타투를 한 여성을 마주치는 일도 흔해졌다.
그러던 타투 유행에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타투 지우기의 이유는 단순하다. 엄마나 아버지 등 가까운 사람들이 요청해서 지우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너의 깨끗한 몸을 다시 보고 싶다.” 가장 단순하고 애정 어린 요구 앞에 타투 유행은 무릎을 꿇기 시작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타투에 대한 후회를 토로하며 지우려는 노력을 담은 내용들이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는 문양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게 되는 등 단순히 변심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타투가 변색되거나 번지면서 처음의 미적 효력을 잃기 시작한 경우도 있다.
나아가 사회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타투를 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사회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점도 처음의 호기심과 나름의 욕구에서 시작한 문신에 대해 다시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이 있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그 말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뜻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인생이 항상 한결같지 않다는 의미, 즉 늘 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헛되다’는 데까지 의미가 확장되는 것이다.
타투의 유행이 기성의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젊음의 저항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든 혹은 귀엽고 예쁜 디자인의 타투에 대한 미감과 심리적 욕구를 담은 일종의 패션 취향이었든 간에 타투도 이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의 신선함과 참신함을 잃고 만 것이 아닐까.
인간은 심리적으로 한 가지 옷만을 입지 않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 심리적 변화를 주고 분위기를 바꾸면서 하루하루를 새롭게 충전하면서 살기 마련이다. 그런데 몸에 새겨진 문양을 매일 바라보는 것 역시 어느 순간 무척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건 당연지사다. 그건 마치 매일 똑같은 옷을 입는 것과 같은 질식할 듯한 구속감과 출구 봉쇄의 압박감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타투를 지우는 건 입힐 때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고 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고 한다. 한번 새겨진 문신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생이 늘 그러하듯 어려서 혹은 처음이라 잘 몰라서 선택한 것이 예상치 못한 흔적과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한 번의 트라우마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아 고생하는 것도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삶은 용감하게 즐겁게 편견을 이기면서 살도록 해야 하지만, 반드시 그에 대해 책임질 순간도 온다는 걸 기억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같다.
우리가 혼자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삶은 제한되어 있다. 짧고 굵은 인생도 있고, 길고 가늘게 가는 삶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단히 직·간접적으로 타인의 삶도 살펴보아야 한다.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기성세대의 생각이 늘 고루하거나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의 결과에서 얻은 현명한 혹은 어쩔 수 없는 결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모험가들에도 길을 잘못 들었을 경우 되돌아갈 지점을 찾기 위한 이정표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인다. 나의 생각과 판단만이 옳고, 우리 생각만이 정의라는 아집은 당장은 타인을 괴롭히지만 인생의 굴레에서 반드시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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