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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민생 소비쿠폰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간식·기호식 중심이던 편의점의 소비 패턴은 즉석밥·양곡·정육 등 집밥·생필품 카테고리로 확장되며 ‘생활 장보기’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매출 방어를 위해 대규모 할인전에 나섰지만, 온라인 채널의 급성장과 규제 장벽 속에서 구조적 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다.
편의점, ‘즉시 장보기’로 소비패턴 재편
민생 소비쿠폰의 가장 큰 수혜처는 편의점이다. 24시간·근거리 접근성, 소용량·소포장 구색을 갖춘 편의점은 ‘1km 생활공백’을 메우는 채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21일 스카이데일리가 각사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CU에서는 즉석밥 매출이 전월 대비 37.4% 증가하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건강식품(36.1%) △라면(33.1%) △음료(32.7%) △반찬류(25.7%)가 뒤를 이었다. ‘즉석밥+라면+반찬류’ 조합이 상위권을 형성한 것은 최소 조리로 한 끼를 해결하려는 수요, 1~2인 가구의 소용량 선호, 심야·주말 즉시 구매 니즈가 결합한 결과로 풀이된다.
GS25는 정육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국산우육 판매가 무려 232.9% 급증했다. 이어 △계란(52.6%) △양곡(45.7%) △식용유(40.5%) △통조림(34.2%)도 상승했다. 편의점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단백질·기초 식재료 카테고리가 소비쿠폰 효과로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이마트24 역시 △양곡(87%) △생활소형가전(47%) △정육(31%) △화장품(26%) △제지류(22%)가 강세를 보였다. 미곡·제지 같은 필수재와 함께 전기포트·선풍기 등 생활 소형가전 판매가 늘어난 것은 소비쿠폰이 생활 인프라 보완 수단으로 활용됐음을 보여준다.
업계 전략 변화… 민생 카테고리 MD 강화
편의점 업계는 소비쿠폰 효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운영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민생 카테고리 MD 상시화다. 즉석밥·반찬·양곡·계란·제지류 등 회전율이 높은 품목에 재고·진열을 우선 배분하고, PB 중심의 전용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또 가격 최적화에 나서고 있다. 1~2인 가구 기준 소포장·미니팩, 번들·세트(즉석밥+반찬, 통조림+식용유) 확대를 통해 체감 가성비를 높인다. 여기에 신선·냉장 밸류체인 강화다. 정육·계란처럼 신선도 관리가 까다로운 품목은 미세 공급·빈번 보충 체계를 도입해 폐기·품절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편의점이 ‘간편식·간식’ 중심 채널이었다면, 지금은 소비쿠폰을 기점으로 ‘생활 보완 장보기’로 확장됐다”며 “편의점이 최전선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유통업계의 전반적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판촉 경쟁도 ‘민생 맞춤’
편의점 3사는 8월 성수기를 맞아 할인 행사를 포함한 다양한 판촉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CU는 8월 한 달간 음료 700여종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온음료 16종, 에너지음료 20종 등에 원플러스원(1+1) 또는 투플러스원(2+1) 증정 행사를 적용하고, 매주 금요일 탄산음료 19종을 특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당분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군 위주로 대규모 할인 행사도 펼치고 있다. 소비쿠폰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라면·즉석밥 번들 제품과 맥주, 소주 등 주류, 아이스크림, 소용량 과일을 등을 할인하고 건강기능식품도 최대 60% 싸게 판매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행정안전부와 함께 ‘태극기 도시락 캠페인’도 진행한다. CU의 대표 인기 도시락 8종을 태극기 도시락으로 지정해 해당 도시락 판매 수익금 일부를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기부한다.
GS25도 여름철 수요가 높은 먹거리와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드링킹페스타’를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진행한다. 월간 행사인 ‘초특갓세일’ 품목 등을 합하면 1700여종의 제품에 할인이 적용된다. 또 이달 말까지는 복숭아, 양념목심구이, 고구마말랭이 등 10여 종을 할인하거나 증정 혜택을 주는 ‘신선식품 프레시위크’도 진행한다.
GS25는 챗고춧가루가 출하돼 본격적으로 유통되는 시기를 맞아 우리동네GS앱에서 태양초 햇고춧가루를 특정 카드 결제 시 최대 40% 할인하는 사전예약 행사도 가졌다.
이마트24도 이달 31일까지 흰 우유, 가공유 등 우유 행사상품 53종에 대해서 행사카드로 1만 원·5000원 이상 구매 시 각각 30%, 20%씩 추가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상품을 구매하면서 모바일 앱 스캔 시 구입금액 1만 원 당 스탬프가 1개씩 적립 되며, CJ ONE포인트를 최대 1만5000포인트까지 적립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탄산음료 전 품목에 대해 4000원 이상 구매하는 모든 고객에게는 ‘BBQ치킨’ 할인 쿠폰을 랜덤으로 준다.
편의점 업계는 민생쿠폰 효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신선식품·생필품군에 대한 재고 확대와 냉장물류망 확충에 힘을 싣고 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지난달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받은 고객들의 편의점 상품 구매가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고객 혜택을 강화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고객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가맹점의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회생절차 속 규제 완화 목소리 커져
반면 대형마트는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임대료 협상 난항이 이어지는 점포 15곳의 폐점을 공표했고,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 방침까지 내놨다. 시흥·가양·일산·수원원천·대구동촌·부산장림 등 전국 핵심 상권이 포함됐다.
실적도 엇갈렸다. 이마트는 2분기 매출 7조3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2%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216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롯데마트(슈퍼 포함) 그로서리 부문은 순매출 1조2954억 원으로 1.8%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390억 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업계는 공통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행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 휴점해야 하고, 영업시간도 오전 10시~자정으로 제한된다. 전통시장 반경 1km 내 출점도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심야시간대 온라인 배송 서비스도 불가능해,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과 근본적으로 경쟁조건이 다르다.
온라인 채널 ‘쿠팡 독주’
쿠팡의 2분기 매출은 11조9763억 원(85억 2400만 달러·분기 평균 환율 1452.02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치로, 가격·배송·상품 구색에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며 대형마트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도 2093억 원(1억 4900만 달러)으로 전년(342억 원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형마트가 새벽·당일 배송, 체험형 매장으로 맞불을 놓고 있지만, 24시간·무제한 재고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과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사례가 보여주듯, 대형마트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유통법, 실효성 논란과 온라인 역설
문제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실효성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 전통시장은 2013년 1500여 곳에서 지난해 1300여 곳으로 200곳 줄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점포 수 역시 2019년 423개에서 작년 5월 기준 372개로 줄며 5년 연속 감소했다. 업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실제 조사 결과도 규제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경제인연합회의 2021년 조사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8.3%)보다 슈퍼마켓·편의점(48.9%) 이용 비율이 약 6배 많았다. 한국중소기업학회 조사(2018)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주변 점포 소비액은 815% 감소했고, 오히려 온라인쇼핑 이용액은 737% 증가했다.
지난해 업태별 매출 비중 역시 온라인(50.5%)이 압도적 1위였고, 대형마트(12.7%)는 백화점(17.4%)과 편의점(16.7%)보다 낮았다.
특히 온라인은 유통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한 대형 카드사가 서울에 거주하는 카드 소지자를 대상으로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5년간의 카드 지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6월 쿠팡·마켓컬리 등 무점포 온라인 마트 대상의 지출이 코로나19 이전 시기보다 6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지출은 21.9% 오르는 데 불과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국내·외 e커머스의 부상과 유통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유통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4년 유통 채널에서 대형마트와 온라인 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7.8%·28.4%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2024년 4월 기준 대형마트는 13.35%로 절반 이상 줄어든 반면 온라인 마켓의 비중은 49.8% 늘었다.
제도개선 논의 불가피
민생 소비쿠폰은 단기적으로 소비 진작 효과를 거뒀지만, 유통업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촉발했다. 편의점은 생활 장보기 채널로 진화하며 성장 기회를 맞았지만, 대형마트는 규제와 온라인 공세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쿠폰 효과로 드러난 것은 소비자의 생활 패턴 변화와 유통 규제의 불균형”이라며 “대형마트를 포함한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유통법 개정 등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편의점이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형마트는 물류·체험·온라인 연계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오프라인 유통 구조가 이원화되는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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