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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개최하는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은 단순한 역사적 기념을 넘어선다. 한·미·일 공조에 맞선 반(反)서방 연대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는 미·중 전략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의 고립이라는 복합적 정세 속에서 이번 행사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번 행사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비롯해 이란, 베트남,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네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벨라루스 등 다수 국가 정상들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참가하며,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도 고위급 인사를 보냈다.
관심은 단연 남북 대표단의 조우 여부다.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에서 남북 인사가 마주칠 수 있는 ‘두 번의 기회’를 꼽는다. 톈안먼 망루와 리셉션이라는 두 차례 기회가 있지만, 성과 있는 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진단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순간이다. 국가 원수급 인사들이 시진핑 주석과 함께 자리하는 가운데, 국회의장 신분인 우 의장이 김정은과 나란히 설 가능성은 낮지만, 같은 공간에 배치되는 것만으로도 남북 인사의 동시 노출이라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행사 직후 열리는 시 주석 주재 리셉션도 주목된다. 리셉션은 공식 행사와 달리 동선이 자유롭고 접촉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우발적인 악수나 짧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에 따르면 우 의장은 2일 중국으로 출국해 3일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다. 사절단에는 국회 한중의원연맹을 중심으로 박지원·김태년·박정·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동행한다. 국민의힘은 당초 참석을 검토했으나, 김 위원장의 방중이 확인되자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다면 2018년 이후 두 번째 조우가 된다. 그는 당시 문재인 정부 남북 정상회담 만찬에 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김 위원장과 잠시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베이징에서 만난다는 사전 약속은 들은 바가 없다”며 조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우 의장은 국가 원수들과 함께 망루에 오르지만, 김 위원장의 동선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리셉션 등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지만 확실치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중하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언론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국회의장께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대통령실 정례브리핑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리셉션에서 잠깐 수인사를 나눌 수도 있다”고 했고, 강훈식 비서실장은 “중국과의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되길 기대한다”며 “남북 대화 채널은 늘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 의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 측에 전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북한이 여전히 한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이번 전승절에서 의미 있는 남북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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