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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3세가 종교개혁 이후 처음으로 가톨릭 장례미사에 공식 참석한 영국 국왕이 됐다.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가톨릭 전례에따라 진행 된 켄트 공작부인의 장례에 영국 국왕 내외가 참석한 것을 주요 외신들이 “400년 이상의 시간을 깨뜨린 순간”으로 짚었다. 웨스트민스터는 10세기 초 창건 이후 오랫동안 로마가톨릭 수도원(베네딕토회) 소속이었으나 영국이 로마교황청과 결별한 이래 국교회 소속이다. 수도원 기능은 사라지고 왕실 직속교회가 된 이래 모든 결정이 형식상 국왕 명의로 이뤄진다.
더타임스·가디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찰스3세와 5촌 인척지간인 고인은 1994년 가톨릭으로 교적을 바꿈으로써 개인적 신앙에 따라 국교회를 이탈한 첫 왕실 인물로 꼽힌다. 1534년 이래 법적으로 영국 왕이 국교회(Anglican Church·Church of England) 즉 성공회의 수장이기에 찰스3세의 이번 장례미사 참석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으며 현지 주요 매체들 대부분 해당 소식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훗날 스코틀랜드 등과의 연합왕국(United Kingodm) 이전의 영국이 로마가톨릭으로부터 이탈하게 된 과정은 영국사 내지 유럽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대목의 하나로 영화·드라마 등에서 수없이 재현돼 왔다. 헨리8세가 스페인 왕녀 ‘아라곤의 캐서린’과 결혼해 아들을 얻지 못하자 재혼을 위해 헤어지고자 했으며 교황 클레멘스7세의 이혼 불허에 반발해 국교회를 세우고 스스로 수장이 된 것이다. 한자문화권에선 국교회를 19세기 중국어 번역인 성공회(聖公會)로 쓴다.
엘리자베스1세를 거쳐 이 체제가 더 뿌리내린 가운데 가톨릭은 영국에서 박해를 받았고 로마 교황에 대한 충성이 국가 반역으로 간주되는 분위기까지 생겨났다. 영국 왕위계승법(1701년)엔 “가톨릭 신자나 그와 결혼한 이는 왕위에 오를 수 없다”고 명시됐을 정도다. 2013년 비로소 배우자가 가톨릭 신자인 경우엔 왕위계승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화되긴 했으나 여전히 본인이 가톨릭이면 계승권을 상실한다. 영국 의회와 영연방 16개국 의회 동의를 거쳐 제정돼 2015년 3월 발효된 내용이다.
1829년 가톨릭 해방령으로 영국 내 가톨릭 교도들의 정치적 권리가 회복됐으나 제도적 분리 상태는 이어졌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5) 이후에야 초교파 입장을 내세운 가톨릭에 성공회가 호응한 형태로 교류를 시작한다. 1966년 캔터베리 대주교 마이클 램지의 바오로6세 공식 방문이 400년 만의 획기적 화해로 표현된 이래 정기적인 교류와 신학적 대화를 계속했다.
2010년 9월 베네딕토16세의 영국 국빈방문, 2021년 9월 교황 프란치스코와 켄터베리 대주교 저스틴 웰비의 “창조 보호를 위한 공동 메시지” 또한 상징적인 일이었다. 이 발표는 기후변화, 생태위기, 사회적 불평등·빈곤 문제를 다루며 연합기도와 미래 세대를 위한 희생을 촉구한 내용이다. 다만 양측의 거리가 상당해 동일한 기독교로 분류되긴 역시 애매하다. 국교적 성격과 지역교회 자치(자율 교구) 전통이 강한 성공회와 중앙집권적 가톨릭은 체계적으로 너무나 다르다. 1896년 레오13세 때 성공회 성직이 유효하지 않다고 선언한 이후 성공회에선 독자적 전통의 사제직만 정통으로 인정한다. 여성 성직자 서품·동성결혼 등에 관대한 성공회 시각을 가톨릭 전반에선 아직 받아들이기 힘든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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