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입법과 예결산 기능 외에 국정 전반에 관해 정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갖는다. 국정감사는 국민을 대신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국회의 기본적이고 중요한 책무다. 그래서 국감을 '정기국회의 꽃'이라고도 한다. 마땅히 여야는 공조를 통해 국감의 존재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과거처럼 야당은 비판을 위한 비판에 매몰되고, 여당은 정부를 감싸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될 일이다.
17개 상임위에서 6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하는 올해 국감의 주요 쟁점이 적지 않다. 조희대 대법원장 국감 증인 채택 및 재판 지연 문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경제 지표와 부동산, 농지 전수조사, 3대 메가프로젝트 및 제조업 기초 체력 검증,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폭발 피해 원인 규명 및 대처 등을 꼽을 수 있다. 큰 틀에선 마땅히 감사해야 할 대상이다.
한데 그동안 지적에도 변하지 않은 적폐 중 하나는 기업인 무더기 증인 채택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 관련 국회 상임위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을 중복으로 증인 신청하는 등 올해도 어김없이 주요 기업인에 대한 ‘줄소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에 따른 독점 우려와 방산 수직계열화 문제를 다루기 위해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과 김종출 KAI 사장의 증인 채택도 논의되고 있다.
지난 달 30일까지 국감 일반증인으로 채택된 150명 가운데 기업 총수, 임원 등 기업인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이재명 정부 핵심 국책 과제 검증을 내걸고 대기업 총수들을 잇달아 증인으로 신청하자 여야 간 극한 대치 기류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특히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관련해 두 기업 총수의 출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800조 원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외압 가능성을 규명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극구 반대하면서 이 회장과 최 회장 증인 채택은 일단 보류된 상태지만 향후 종합감사 등을 앞두고 야당의 출석 요구가 재차 이뤄질 개연성이 짙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무분별한 기업인 소환과 망신주기식 국감을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빈말에 그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으로 인해 공급망 재편, 국내외 대규모 투자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현실에서 그룹 총수에 대한 중복 증인 출석 요구가 정쟁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에 정치권은 자제하길 바란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총수 소환은 기업들의 경영 공백을 키워 의사결정을 늦추고 불확실성을 키울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국익에 결코 도움 되지 않는 정치권의 대표적 적폐다.
차제에 상시 국감 등 국감 개선에 나서야 한다. 국정 전반을 한 번에 몰아서 감사하는 현행 국감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선 이러한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 공공기관 등 800개에 가까운 피감기관을 20여일 만에 감사하는 것은 졸속·부실 국감만 부추길 뿐이다.
여야에 당부한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은 국민이 부여한 엄중한 권한을 국리민복을 위한 공익 우선으로 사용해야 온당하다. 인기에 영합한 한건주의로 망쳐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사전에 철저한 자료준비와 현황 파악을 해야 할 것이다. 민심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고 살펴 국정 방향타를 제대로 잡아주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 그래야 민심을 얻을 수 있음을 직시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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