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력을 평가해서 대출하는 기술신용평가(TCB) 과정에서 허위로 의심되는 평가서가 무더기로 발급됐다. 이를 토대로 IBK기업은행은 1500억 원이 넘는 대출을 실행했고, 일부 기업에서는 47억 원 규모의 대출 부실이 발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7일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서 최근 7년간 기술신용평가사가 제공한 평가서 중 312건이 부정 의혹을 받아서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이 해당 평가서를 바탕으로 249개 기업에 실행한 대출금은 총 1572억 원에 달한다. 올 7월 기준 대출 잔액도 728억 원이나 남아 있는 상태다. 이미 17개 기업에서는 47억 원 상당의 대출 부실까지 터졌다.
허위 의심 평가서 관련 기업을 평가기관별로 나누면 이크레더블이 161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평가데이터(75곳), SCI평가정보(9곳), 나이스평가정보(4곳) 순이었다. 특히 이크레더블 관련 대출액은 1059억 원으로 전체의 67.4%에 달했다.
문제는 허위 평가만이 아니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기술신용평가 재심의를 통해 등급이 바뀐 ‘평가 오류’ 사례도 214건에 달했다. 오류 건수는 나이스평가정보(75건)가 가장 많았고 △나이스디앤비(47건) △한국평가데이터(44건) △서울평가정보(25건) △이크레더블(17건) △한국기술신용평가(6건)가 뒤를 이었다.
특정 은행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IBK기업은행이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을 포함한 총 15개 시중은행에서 동일한 유형의 피해가 확인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기술금융은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 제도다. 금융당국 역시 관련 정책금융 지원 강화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자금 집행의 근거가 되는 평가서 자체가 허위로 발급됐다면 기술금융의 존립 기반마저 위협받게 된다.
박성훈 의원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금을 대는 제도에서, 평가서부터 흔들리면 기술금융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진다”며 “허위 평가가 대출로 직결된 과정과 검증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남아 있는 대출 잔액의 건전성을 면밀히 관리하고, 허위·부실 평가를 막을 평가기관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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