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비급여 약품의 의료쇼핑과 과다 처방 등 비대면 진료 제도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가 벌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민간 사기업의 이윤 추구와 의료 상업화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천하는 약사회는 7일 서울시 서초구 서울약사회관에서 닥터나우 등 민간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오남용 실태를 공개했다. 실태를 발표한 김태수 약사는 “현재의 비대면진료는 민간 플랫폼을 중심으로 의료와 의약품을 쇼핑하는 구조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플랫폼이 의료쇼핑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닥터나우는 ‘다이어트 치료제 최저가 발견’과 같은 알림을 발송하고 있다. 전문의약품의 대중광고를 금지하는 약사법 제68조 6항에 위배될 수 있는 행위다. 특히 환자가 마운자로와 같은 비만치료제의 용량과 처방 개수를 앱 상에서 선택할 수도 있다.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이 필수적인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직접 처방 규모를 선택할 수 있으면서 의료쇼핑 형태가 나타난다는 입장이다.
약물 과다처방 사례도 적발됐다. 실제로 한 환자가 비대면진료를 통해 하루 동안 7곳의 의료기관에서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약 630일 치를 대량 처방받았다. 황은경 실천하는 약사회 부회장이 직접 비대면진료 앱을 이용한 결과 진료부터 처방까지 10마디가 채 필요하지 않았다. 황 부회장은 “의사가 사전에 요청한 약물의 개수가 맞는지 확인한 후 바로 처방이 나왔다”고 밝혔다.
진료에 과정에서 필수적인 진단과 본인 확인 절차도 없었다. 별도의 검사나 측정 없이 환자의 요청만으로 당뇨병 1차 치료제나 혈압약이 비대면 초진으로 처방됐다. 심지어 기존 당뇨병이나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는 초진 환자였다. 또한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면 본인 인증이 가능하여 배우자나 가족의 약을 대리 처방받는 부정 사례도 확인됐다. 현행 대면 진료 시 6개월마다 실물 신분증을 확인하는 규정과 달리 비대면 진료는 본인 확인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급여 의약품 처방 문제도 심각하다. 남성형 탈모 치료제로 쓰이는 피나스테리드 1mg은 비급여 항목이지만 전립선비대증 치료에 쓰이는 5mg 제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일부 탈모 환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상병코드를 전립선비대증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의료기관은 전립선 검사 등 필수 절차 없이 환자의 요청에 맞춰 꼼수 처방을 내줬다.
황은경 부회장은 “비대면 진료의 중심에는 사기업 플랫폼의 상업적 이윤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으로 놓여야 한다”며 “정부는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 개선이라는 비대면 진료 제도의 목적이 변질되지 않도록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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