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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물리학자들이 노벨상 후보 1순위라고 불리는 암흑물질 탐색과 그 후보중 하나인 중성미자 분야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암흑물질 탐색은 우주의 비밀인 ‘신의 문’을 두드리는 일에 비견될 정도로 전 세계 물리학계의 숙원 연구분야다. 사진은 암흑물질 탐색시설이 있는 강원도 양양의 지하 700미터 연구실. <사진:서울대>
‘괴짜’ 소리를 들어가며 강원도 양양의 산속 지하 700미터 동굴에서 미친 듯이 연구하는 일단의 한국 물리학자들이 있다. 도대체 무엇을 찾기 위해 산골짜기 깊숙이 그것도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속까지 들어가 비지땀을 흘리는 것일까.
서울대 암흑물질탐색연구단(KIMS)이 10년 전 양양의 양수발전소 지하에 암흑물질 검출 장비를 설비할 때만 해도 이 같은 눈초리를 보내던 사람들이 많았다. 암흑물질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일반 사람들은 이들의 행동이 괴팍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들 연구진들은 ‘우주의 금맥’을 찾는 선구자이면서 개척자들로 비유된다.
암흑물질 탐색에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이들의 ‘이상한 보물찾기’ 덕분에 한국이 그나마 글로벌 물리학계에서 제대로 된 명함 값을 얻게 됐다. 또한 이들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실험장비를 갖춰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암흑물질 탐색국가에 코리아라는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암흑물질이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열광하면서 암흑물질을 찾고 있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크게 나누면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시각으로 눈에 보이고 측량 가능한 우주는 고작 전체의 4~5% 밖에 안 된다. 그것이 하나다. 나머지 두 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다시 말해 우리 우주의 95%는 현대 과학의 범주에서 연구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다. 그들 두 개의 세계가 우주의 실체인 것만은 확실히 알지만 그 정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보면 된다.
지구가 네모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던 시절에 배를 타고 끝까지 가면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고 상상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도 우주적으로 보면 그런 미지의 세계가 있다. 도무지 정체를 모를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그 선상에 있다.
이 같은 미지의 세계는 암흑에너지가 70%, 암흑물질이 25%의 비율로 양분된다. 지금까지 인간이 확인한 우주원리가 지극히 일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수면 위에 있는 빙산만을 연구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수면 아래 가려진 이처럼 거대한 빙산에 전 세계 과학자들이 사생결단 매달리는 것은 이런 배경에 있다.
암흑물질은 가설이 아닌 실체임은 이미 드러나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월 미국 캘리포니공과대학(칼텍)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이 허블 우주망원경과 스바루 망원경 관측을 통해 암흑물질의 3차원 분포지도를 그리기까지 했다.
이들은 사자좌 방향에 있는 50만여 개 은하와 그 주변 공간을 집중 관측한 끝에 무려 80억 광년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암흑물질 구조를 밝혀냈다. 당연히 전 세계 과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암흑물질의 실체를 찾는데 더욱 광적으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암흑물질이 ‘물리학의 엘도라도’처럼 과학자들에게는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보물섬 찾기에 다름 아니게 됐다.
이후 2008년에도 이탈리아 연구진이 암흑물질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신의 문턱에 반은 접근하는 일과도 같은 일이다. 일반인들은 일면 아무런 생산성이 없는 일을 하는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연구진도 성과를 내고 있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윔프(WIMP,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소립자), 액시온(axion), 중성미자 등이 후보로 꼽힌다. 국내 연구진들이 이들 분야의 연구에서 진일보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우주의 실체가 드러나면 지금 현재의 모든 문명은 새로운 잣대에 의해 새로운 옷을 입혀야 할지 모른다. 문명이 한 계단 정도가 아니라 무한진보를 한다는 의미다.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경이로운 과학과 문명의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 혹자는 그래서 암흑물질을 찾는 일이 보물섬 정도가 아니라 신의 문을 찾는 작업이라고 단언한다.
우주는 지금도 무한팽창을 지속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가속력이 붙어 커지고 있다. 그 일단의 원인에 지금 찾고 있는 암흑물질이 있다. 암흑물질은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전파(빛)를 비롯한 어떤 전자기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감마선 등)로도 관측되지 않고 오로지 중력에 의해서만 존재가 인식되기 때문이다.
중력은 주지하다시피 우리가 사는 지구와 태양 그리고 달까지 자전하고 공전하는 절묘한 사이클을 제공하는 힘의 배경이다. 중력은 생명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암흑물질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천체의 운동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역시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켜주는 울타리인 셈이다.
최근 서울대 등 국내 10여개 대학의 공동연구팀이 암흑물질의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중성미자의 정체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를 측정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 과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8일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마지막 중성미자의 변환상수’를 측정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중성미자연구센터는 전남 영광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중성미자 검출시설에서 이 같은 미증유의 결과를 얻어냈다. 앞서 해낸 중국과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이룬 쾌거다. 전례를 보면 당연히 노벨상 후보다.
김수봉 서울대 교수는 원전에서 방출되는 중성미자를 관측해 변환상수 10.3%를 확인했다. 중국의 9.2%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정확도는 한국이 6.3 시그마(중국 5.2 시그마)로 훨씬 높다. 6시그마는 10억번 측정시 2회 정도 틀릴 가능성이지만 5시그마는 1천만 번에 6회 틀릴 확률로 차이가 크다.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분야에서 한국은 이제 글로벌 연구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에 왔다. 물리학이 비인기 학과로 천대받던 시절이 오래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물리학은 무한 영토인 우주를 선점하기 위해 절대 피해가서는 안 될 길이다. 우주원리를 선점할 때 현대 과학의 총아가 결정된다. 그것은 나아가 국가경제의 미래는 물론 우리 모두의 생활과 직결된다. 괴짜와 천덕꾸러기로 외면당하면서도 올곧게 길을 걸어온 국내 물리학자들에게 국민들이 마음으로부터 성원을 보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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