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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왕(8대)의 대표 상품은 ‘6좌평 16관등제’의 중앙관제 정비이다. 마한 연맹의 일원인 부족국가 백제가 고이왕 때부터 비로소 국가체제를 갖춘 왕정국가로 발돋움한다. 특히 고이왕은 관리들의 뇌물 수수를 금지하는 범장지법(犯贓之法)을 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는 3배로 배상하게 하는 등 강력한 법치 시스템을 시행한다.
<삼국사기>는 고이왕을 개루왕(4대)의 둘째 아들로 설정한다. 특히 초고왕(5대)의 손자인 사반왕(7대)이 나이가 어려서 고이왕이 보위를 승계한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당시 사반왕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40대 전후로 추정된다. 따라서 사반왕의 작은 할아버지뻘인 고이왕이 왕위를 승계한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고이왕은 시조 온조(또는 비류)의 해(解)씨 계열이 아니다. 활쏘기에 능숙하고 북과 피리 등을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북방계통의 습속을 가진 우(優)씨 계열이다. 참고로 활, 북, 피리 등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고이왕 시기 좌평에 임용된 관료는 우수(*고이왕 동생), 우두, 고수, 곤노, 유기 등이다. 모두 기존의 백제에 없던 성씨들로 고이왕과 함께 출현하여 백제 지배계층을 형성한다. 고이왕 집단은 어디에서 왔을까. <삼국사기>에 단서가 나온다.
고이왕 즉위(234년) 5년 전인 229년, 당시 구수왕(6대)이 우곡에서 말갈에게 ‘대패(大敗)’한다. 말갈은 건국 초기부터 백제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집단인데 이때 등장한 말갈은 강한 기병(騎兵)을 보유한 새로운 말갈이다. 바로 이들이 백제 왕실을 점령한 고이왕 집단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후 말갈은 더 이상 백제를 괴롭히지 않는다. 오히려 말갈의 장나갈(長羅渴)은 좋은 말 10필을 고이왕에게 선물하기까지 한다. 이는 고이왕 집단과 말갈 집단간의 깊은 유대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고이왕 시기인 3세기 중반부터 한강유역(서울 송파 석촌동)에는 고구려의 대표 무덤 양식인 돌무지무덤(적석총)이 갑자기 출현한다.
돌무지 무덤은 황해도와 평안도 등 한반도 북부에는 없고 주로 압록강 중류(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집중 분포한다. 이는 백제 고이왕 세력과 압록강 중류 세력 간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고고학적인 증거이다. 다만 당시 압록강 중류는 고구려의 중심이 아니라 변방이다. 고구려가 압록강 중심의 국내성시대를 개막한 때는 100여년이 지난 고국원왕(16대)때이다.
또한 한강유역의 돌무지무덤(석촌동 고분)은 외형만 고구려식이지 내부는 전혀 다른 백제식이다. 고구려식은 계단식 적석부 내부를 돌로 채우고 돌덧널이나 돌방을 매장주체로 한 반면, 백제식은 계단식 적석부 내부를 돌이 아닌 흙으로 채우고 매장주체도 나무널이다. 참고로 서울 송파구의 풍납토성(北城)과 몽촌토성(南城)은 고이왕 시기 본격적으로 개발된 한성(漢城-하남위례성)이다. 고이왕은 백제 시조에 편입되지 않은 또 한 분의 백제 시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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