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만남 사양한 韓… 비대위원들과 함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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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초청 사흘 전 청담동 모임… “내공 더 쌓겠다”
참석자 “건강 안 좋고 지쳐보였다… 밥만 먹고 자리 떠”
“당권 염두에 두고 세력화” vs “당분간 휴식” 추측 엇갈려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4 18:03:09

▲ 2022년 8월 윤석열정부 첫 법무부 장관인 한동훈 장관이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 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을 거부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서울 청담동에서 전 비대위원들과 만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염두에 두고 세력화에 나섰다는 관측과 당분간 휴식을 이어갈 것이란 추측이 엇갈린다.

24일 정치권에 의하면 한 전 위원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식당에서 전 비대위원들과 만났다. 19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전 위원장에게 연락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을 요청하기 3일 전이자 윤 대통령·홍준표 대구시장 회동이 이뤄진 당일이다.

한 전 위원장은 전 비대위원들과의 식사에서 검사 시절 좌천됐던 때를 언급하면서 “이런 시간에 익숙하다. 내공을 쌓겠다”고 말했다. ‘이런 시간’은 정치적 공백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내공’ 언급을 두고선 정계 복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내에 한동훈계라고 뚜렷이 지목할 만한 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측근 격인 전 비대위원들을 결집해 세를 다지려 한다는 분석이다.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을 제쳐두고 홍 시장과 서울 모처에서 먼저 만난 당일 비대위원 모임이 이뤄진 점도 의미심장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홍 시장의 선(先) 만남에 극도로 분노했다는 추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있다. 윤 대통령·한 전 위원장은 약 20년 간 인연을 맺어왔다.

한 전 위원장의 정계 복귀가 이뤄질 시 올해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 때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당내에선 만류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번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대전 유성을)에서 낙선한 이상민 의원은 “썩 정상적인 기류는 아닌 것 같다. (윤 대통령과의 오찬 거부 이후) 전 비대위원들과의 회동이 알려지니 모양새가 좀 꼬였다”며 한 전 위원장의 미숙한 정치력을 지적했다. 또 “한 전 위원장이 곧 있을 당대표 선거에 나간다는 논란이 있는데 나는 반대 입장”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성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지 않았나. 곧바로 당대표 선거에 나간다고 하면 상식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대통령 오찬 약속 제안을 거절한 건 제가 정치권에 20년 넘게 있으면서 처음”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당분간 자숙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낸 권영세 의원도 오찬 거부는 “한 전 위원장의 잘못”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당권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이 당권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권에 의하면 16일 비대위원 모임에서 한 전 위원장은 약 1시간가량 앉아 밥만 먹다가 자리에서 떴다. 술자리는 남은 비대위원들만 가졌다. 복수의 참석자들도 한 전 위원장이 건강이 안 좋고 지쳐 보였다고 전했다. 한 전 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도 “건강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영입한 김경율 전 비대위원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당 사무처 당직자와 선거운동 기간 자신을 수행한 측근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 전 위원장 측 인사들은 이것이 정계 복귀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일부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부연했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