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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은 공휴일도 없다고 하잖아요. 저희가 365일 무료급식을 고집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죠. 아침 일찍부터 와서 줄 서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먼 곳에서부터 오시는 분들도 있죠. 하루 한 끼도 먹기 어려워서요. 지금은 급식이 잠시 중단된 상황인데 이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을 상대로 무료급식 등의 봉사활동을 이어온 단체가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탑골공원이 폐쇄되고 단체급식이나 인원 밀집을 경계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현재 사회복지원각은 일시적으로 무료급식 봉사를 중단한 상태다. 강소윤 사회복지원각 총무는 사회복지원각이 무료급식 봉사를 한 지 올해로 28년째라고 소개했다.
보리스님에 의한 사회복지원각의 시작과 민간인들의 후원
“1993년 보리스님이라는 분이 먼저 시작하신 일이에요. 스님도 한참 힘드셨던 시절, 이 탑골공원 주위에 와보니 노인분들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어서 여쭤보니 배고프시다고, 하루에 한 끼라도 먹어 봤으면 좋겠다 라고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고 해요. 그래서 그 당시에 보리스님이 마음을 내시고 탁발(염불을 드리고 시주금을 받는 행위)을 받아서 빵을 사 드리면서 시작을 했던 거죠.”
보리스님은 이런 어려운 처지에 놓인 노인들을 위해 실내에서 하루에 한 끼라도 따뜻한 밥을 드리고 싶다는 원(소원)을 세우고 무료급식 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22년 동안 봉사를 지속한 후 스님도 70대의 연세에 힘이 부쳐 현재의 운영진에게 일을 넘겨주게 됐다고 강 총무는 설명했다.
“이후에는 원경스님이 뒤를 이어 활동을 해 오셨어요. 원경스님은 조계종에서 복지 상임이사를 하시다가 신도의 이야기를 듣고 오셨다고 해요. 스님도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분이 아니지만 스님 스스로 하시지 않으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던 상황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함께 하셨죠. 불가피한 상황으로 장소를 옮긴 후에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그래서 예전에는 150명에서 180명을 받았던 데 비해 지금은 많게는 320명 정도 받게 됐어요. 받는 사람이 늘면서 급식 시간도 늘렸죠. 지금은 11시20분에서 1시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사회복지원각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민간단체와 개인의 후원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방문 당시 방안에는 수많은 종이등이 놓여 있었다. 신도들이 기도를 담은 등을 기부해 이 단체의 활동을 후원하는 것이다. 강 총무는 등 외에도 신도들이 각종 물품이나 지원금, 봉사 등을 통해 후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등을 하나하나 만들어 달고 기부한 등값으로 식사준비 등 운영에 써요. 정부 지원 없이 신도들이 주시는 쌀이나 기타 물품 후원, 봉사, 기도비, CMS 등으로 운영되는 거죠. 아침 6시 30분부터 문을 열어 아침에 국장님과 도와주시는 분 등 4명이서 재료 준비를 다 하고, 배식부터는 봉사자들이 해요.”
강 총무는 노인을 상대로 무료급식 봉사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하루 한 끼도 때우지 못하는 노인들이 우리 주변에 상상 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사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하루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먼 길을 오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배고픈 분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이 곳에 와보니까 하루에 한 끼를 못 드시는 분도 많아요. 처음에는 설마 굶는 사람도 있나 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계셔요. 오시는 것도 정말 각지에서 오시죠. 식사 한 끼 해결하기 위해 인천, 수원, 의정부에서도 오셔요. 눈만 뜨면 첫 차 타고 오시는 분도 계시죠. 아침에 문을 열면 벌써 4,50 명이 줄을 서 있어요.”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무료급식 중단
사회복지원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코로나·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23일까지 며칠간 활동을 이어왔다. 사회복지원각이 휴일도 없이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급식활동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굶주림의 고통은 휴일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배고픔은 공휴일도 없죠. 저희가 365일을 고집하는 이유가 그것이에요. 명절도 상관없이 계속하는 이유는 그날도 굶는 분이 계시기 때문이죠. 이번 우한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에도 며칠 간 급식을 이어온 이유도 그런 마음에서였어요. 급식 중단은 정말 어렵게 결정한 거였어요. 그 당시 종로구가 굉장히 많이 확산 돼 있는 상황이었고, 게다가 복지관 쪽에서 문제가 생겼었죠. 그래서 저희도 빠른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그래도 할아버님들이 식사를 드실 수 있게끔 하려고 최대한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강 총무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좋은 뜻이라고 일을 강행할 수 있는 시국이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도 위험할 수 있는데 게다가 어르신들이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결국 활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아쉬워했다. 다행히 어르신들도 그 결정을 지지하면서 그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이해해줬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이해를 해주시니 약간은 마음이 덜 불편해졌지만 막상 이러고 있으니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메르스 때와는 차원이 다른 상황이에요. 28년간 해오면서 그 당시에는 주먹밥도 만들어 매일 했었는데... 이런 날이 오니까 마음이 참 그래요. 28년 달려오면서 보리스님께서도 쭉 쉬지 않고 이어오셨고 저희가 또 이어서 그대로 스님의 뜻을 따라서 해 왔는데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만나서... 가끔 와서 밥 언제 주냐고 문 두드리는 분들이 계신데, 그러면 마음이 너무 아프죠.”
사회복지원각은 16일부터는 상황에 맞춰 급식 대신 대체식을 준비한다고 한다. 강 총무는 막상 시작하려니 코로나 감염에 대한 걱정도 드는 마음이 반, 한편으로는 한 끼는 따뜻하게 드실 수 있는 곳이 빨리 문을 열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반이라면서 ‘두 가지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따뜻한 한 끼 식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저희 모두가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다음주 16일부터 대체 음식을 시작하려고 준비는 하고 있어요. 이것도 사람들이 모이는 일이라 한편 염려도 들지만 일단 시도해 보려 해요. 도시락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정부 지원을 받거나 하는 곳이 아니고 민간에서 십시일반으로 모아서 운영되는 곳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무리가 있더라고요. 될 수 있으면 바로 급식을 재개했으면 좋겠지만, 급식을 재개하기 전까지는 빵과 두유 정도의 대체식을 준비하려 해요. 잘못되면 안 되니 열 감지기를 준비할 생각도 하고 있죠.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니까요.”
강 총무는 이번 사태로 더 어려움을 겪고 있을 소외계층과 노년층에게 구청에 도움을 청해 볼 것을 권했다. 각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도움을 요청하면 필요한 지원을 해 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이동과 모임이 조심스러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각 지역에서 가까운 구나 동사무소에 연락을 하면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을 드린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다시 느끼는 후원과 봉사의 감사함
“경기 악화와 코로나 사태로 후원과 봉사자도 줄어들어 어려운 상황이죠. 봉사자와 후원자들께 이 기회를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지금은 저희가 하고 싶어도 봉사자들이 많이 빠져서 매일 봉사자들을 구하기가 어렵죠. 그런 문제도 커요. 이전에는 스케줄이 다 정해져서 33개팀이 돌아가며 맡았어요. 경기가 너무 안 좋다 보니 후원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서 그것도 걱정이에요. 개개인도 다들 힘들어지니까 개인 후원도 많이 떨어지죠. 주로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저희 활동을 많이 도와주는 편이니까요.”
“그래도 믿고 후원하고 봉사해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이렇게 운영되고 있어요. 봉사해주시고 후원해주시는 분들께 제일 고마운 거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안 계시면 이런 활동은 지속할 수 없으니까요. 얼굴 없이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여기 활동들이 전부 다 (민간으로)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는 게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 실현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강 총무는 조금 더 제대로 된 공간을 갖추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저희 단체 건물이 아니다 보니 쫓겨 가고 이런 상황도 발생하더라고요. 공간이 좁으니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다 들어오지도 못하고 한참을 기다리는 일도 있고요. 하루빨리 좀 더 편하고 따뜻하게 한겨울에도 들어와 (식사를) 기다릴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다른 곳을 보면 제대로 갖춰진 복지관이 있다는 게 가장 부럽거든요. 그 꿈을 위해서 저희나 봉사자분들, 후원자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 이하은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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