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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정부·여당의 이중적 태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훗날 각종 비리 의혹에 연루되거나 혐의가 드러난 인물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반면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통렬히 반성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결론적으로 ‘실패’로 귀결된 무리한 인사마저도 ‘내 편’에 대해서는 감싸기 급급한 반면 ‘네 편’에 대해서는 서둘러 선을 긋기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는 반응이 우세한 상황이다. 야당·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지금이라도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국익최우선주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들 ‘폼생폼사’ 이력서 논란 등에도 7시간 3분 만에 임명된 김오수
문재인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무려 33명에 달한다. 노무현정부 3명, 이명박정부 17명, 박근혜정부 10명 등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당초 공언했던 병역면탈·부동산투기·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음주운전·성범죄 관련 등 공직배제 7대 기준은 공염불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합의 없이 임명된 33명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승동 KBS 사장 △이석태 헌법재판관 △이은애 헌법재판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 △문형배 헌법재판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윤석열 검찰총장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순영 중앙선거관리위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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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실제로 7대 기준 위반 의혹을 산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고개 숙이고 사과하는 것만으로 넘어간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문재인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 전 장관은 2017년 6월 특정 고교 진학을 위한 자녀 위장전입 등을 인정했지만 그대로 임명됐다. 그는 3년 7개월 간 자리를 지킨 최장수 장관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세 차례의 위장전입을 시인했지만 청와대는 별도의 유감 표시조차 없이 임명장을 수여했다.
임명은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지난 5월 33번째로 ‘야당 패싱’을 거쳐 임명이 단행된 김오수 검찰총장은 아들 채용특혜 및 전관예우 의혹에 휩싸였다. 김 총장은 지난해 4월 법무부 차관직에서 물러난 후 법무법인 화현으로부터 자문료 형태로 올해 1~4월 사이 월 2900만원씩, 지난해 9~12월 사이 월 1900만원씩을 수령했다.
김 총장은 “전관으로 이름만 올린 게 아니다”고 반박했지만 퇴임 후 금융감독원장·공정거래위원장·국민권익위원장 등에 고위직 후보에 매 번 이름을 올렸던 인물의 고액 자문료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읺았다.
김 총장은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에도 휩싸였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김 총장의 아들 김모 씨(29)는 2017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자부품연구원(한국전자기술연구원 전신) 입사 당시 이력서에 요구하지도 않은 부친 직업(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장)을 기재했다. 자기소개서 생활신조란에는 “폼생폼사(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라고 썼다.
국민의힘은 “평범한 가정의 자녀였다면 저런 무성의한 자기소개서로 절대 공공기관에 합격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단독 소집하고 3분 만에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7시간 만에 김 총장 임명을 재가했다.
與, 야권 대선후보 되자마자 윤석열 맹공…화천대유 의혹 기정사실화 하며 수사 촉구도
도덕성으로 문제가 된 장관급 인사들의 임명 강행 후 입을 닫다시피 한 정부·여당은 유독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임명에 대해서만큼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렬한 반성’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2019년 7월 인사청문회 때 윤 전 총장을 지원한 건 민주당이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여권 저격수’로 이름 높았던 김진태 의원까지 투입해 윤 전 총장의 임명을 저지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청문회에서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것 없다고 증언한 것을 반박하는 녹음파일까지 공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온종일 국민을 우롱한 거짓말 잔치였다”며 “(윤 후보자는) 청문회를 모욕하고 거짓말로 국민을 속인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즉각 총장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불발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민주당은 “윤석열만한 사람 또 없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로 일관한 끝에 결국 총장직에서 내쫒기고 이내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하자 여권은 태도를 180도 바꿨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총장의 여권 인사 고발사주 의혹 등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같은 사람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통과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은 통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 당시 윤 후보자는 답변 태도도 가관이었지만 노골적으로 거짓말도 했다. 자신의 스폰서로 알려진 윤우진 전 세무서장의 변호사 선임 문제에 대해 관여했으면서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만사지탄이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나 전 원내대표와 유사한 표현도 사용했다. 29일에는 윤 전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화천대유자산관리 최대주주 김만배 씨 누나와 부동산 거래를 통해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윤 전 총장 수사를 촉구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거래 당시의 통장을 통째로 공개하면서까지 해명에 나선 상태다.
‘내 편’과 ‘네 편’에 대해 확연히 엇갈리는 여당 태도를 두고 정치권·전문가들 사이에선 스스로 자초한 인사실패에 대한 반성 없이 오로지 진영논리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내에서 소신발언을 하다 끝내 탈당했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우리 편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상대방에게는 가혹한 내로남불 등 행태가 나타난다”며 “편 가르기로 국민을 대립시키고 생각이 다른 자를 범법자로 몰아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우리 편이라고 해서 비리를 덮어주려 하거나 저 썩은 자들이 깔아놓은 허접한 프레임 전략에 따라 사태 본질을 호도하는 것은 서민에 대한 배반이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과 우리 자식에게 돌아갈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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