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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맹기의 언론 톺아보기]

기자가 타락하면 나라가 亡한다

언론인은 스스로 ‘파리아 카스트’ 길 선택한 사회 감시자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본연의 기개·명예 각자 지켜야

조맹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01 10:34:06

최근 10년 동안 언론인의 위상은 많이 추락했다. 이젠 공공연히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현직 기자의 이직률도 심각하다. 더욱이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적잖은 기자가 전통적 언론인의 가치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일부 기자는 스스로 선전·선동·진지전 구축자로 자임하고 나섰다. 3월9일 대선에 나선 후보도 한국기자협회 초청토론회에서 오보에 대해 “사법시스템에 의한 철저하고 혹독한 책임”을 강조하며 ‘언론계의 자율규제’엔 쌍수를 들어 반대했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왜 언론인 위상이 이렇게 추락했는가. 독일의 사회과학자·사상가 막스 베버(1864~1920)는 언론인 집단을 ‘파리아 카스트(pariah caste)’로 규정했다. ‘사회에서 추방당한 부랑자’로 유대인 같은 이방인을 의미한다. 스스로 고립을 택한 ‘자따’나 ‘왕따’와 같은 개념이다. 이들이 타락의 길을 걷게 되면 본인은 물론 회사나 사회, 국가도 얼마든지 타락시킬 수 있다. 반대로 이들이 사회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면 민주주의를 제대로 작동시킬 수도 있다.

문 정부의 언론 현실을 진단하면 금세 타락한 실체가 나온다. 전통적 언론인의 일상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 제헌헌법 이후 9번의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자유민주적·절차적 정당성과 언론자유 조항은 변함없이 그대로 살아있다. 그러나 문 정부 치하에선 기본 가치가 다 무너졌다.

물론 원인 제공은 언론인 자신이 했다. 언론사가 비대해지고 이념에 오염된 민주노총에 편입되면서 기자들은 신분집단으로 과분한 대우를 받았다. 언론노조 투쟁으로 공영방송 체제를 꿰어 찼다. 언론인도 효율성·법의 지배 등 조직원의 원리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물론 그들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니 생계형 언론인일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의 전통적 가치인 기개(氣槪)·명예가 거의 사라졌다.

더욱이 최근엔 언론의 자유를 개인 차원에서 보지 않고 집단적 자유를 택한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리는 언론인은 개인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언론인 천관우(千寬宇·1925〜1991)는 ‘독립불기(獨立不羈)’라는 말을 즐겨 썼다. ‘어디에 메이지 않고 산다’라는 뜻이다. 카스트 신분의 명예는 자신이 지킨다는 말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인은 얽매이는 곳이 너무 많게 되었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SBS 라디오 ‘시사특공대’ 이재익 PD가 더불어민주당의 외압에 하차했다. 이 PD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라고 글을 남겼다. 빌미가 된 부분은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노래가사와 함께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라는 발언이었다. 명백한 언론 탄압이다.

SBS 라디오센터는 하차 이유로 “SBS는 시사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하고 있다”라고 했다. 분명 ‘이 카드 저 카드로 막고’는 현실 직시다. 이는 언론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다. 정책적 비판은 다른 정당이나 학계에서 할 수 있으나 개인 비리 및 공직 부적격자 검증은 주로 언론이 한다. 여기서 ‘공정성과 객관성’은 나중의 관건이다.

이로 인해 언론에 대한 ‘외압’ 논란이 일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진상을 밝히라고 성토했다. 막스 베버가 말한 파리아 카스트는 주로 전사·성직자·장인 등이 갖고 있는 속성이다. 그 기원은 족내혼에서 맺는 혈연적 요소를 지니고 있었으나 실제 직업과 연계되면서 서구의 길드에 속해 있는 상인 직업과 같은 카스트이다. 영국의 상인, 중세의 제3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유주의·시장경제를 가능케 한 카스트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귀족에 대항해 카스트의 명예를 중시했다.

언론 거인(巨人) 천관우는 6·25 전쟁 중인 1950년 8월6일 피난수도 부산 광복동에서 대한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당장 세 끼 밥을 먹기 위해’라고 했다. 그 후 한국일보·민국일보·동아일보 편집국장까지 했다. 그는 신문사 이리저리로 자신의 이름 세 자를 갖고 다녔다. 30대에 한국일보에 ‘지평선’ 칼럼을 썼다. 신문사는 “30세의 젊은 기운에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쓰라고 일부러 그런 직책을 주었다”라고 회고했다. 그게 독립불기·명예·가치 등 그만의 기자 정신을 싹트게 했다. 그는 호탕한 파리아 카스트의 일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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