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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는 계속 치솟고 있는 가운데 유독 쌀값만 연일 폭락하자 전국 각지의 농민들이 추수를 앞둔 벼를 갈아엎으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최근 쌀 한 포대(20㎏, 상품 기준)의 전국 평균 도매가격은 4만4775원으로 1년 전보다 1만2055원(21.2%) 하락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5만2000원대를 유지하던 쌀 도매가는 이달 들어 4만5000원대도 무너졌다.
산지 쌀값은 지난 15일 기준 20㎏에 4만725원으로 전년보다 1만3503원(24.9%) 하락했다. 전년 대비 하락률은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내놓은 1977년 이후 45년 만에 가장 컸다.
쌀값이 추락하는 이유는 쌀 생산량은 크게 증가했지만 국내 소비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백미 생산량은 388만1601t으로 전년 대비 10.7%(37만5022t) 늘었다. 2016년 이후 5년 동안 내리 감소하다가 지난해 증가로 돌아섰다. 반대로 1인당 쌀 소비량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전국 벼 재배 농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풍년이지만 근심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비료와 연료 등 원자재 값은 다 올랐지만 쌀값은 계속 하락해 벼 농사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쌀 농가들은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으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은 21일 예산, 당진, 보령, 부여, 서천, 아산, 논산, 천안, 청양 등 9개 시·군에서 ‘논 갈아엎기 투쟁’을 펼쳤다.
농민회 회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과 ‘쌀값 보장을 위한 시장격리’ 등의 팻말을 들고 “비료와 연료 등 농업경영비용은 폭등하는데, 농민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는 갈수록 떨어져만 간다”며 수확을 20여일 앞둔 고개 숙인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이들은 현재 밥 한 공기에 농민에게 돌아가는 원가는 206원에 불과한데, 최소 300원 이상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자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쌀값이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정부의 쌀값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상임위를 열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쌀값이 하락할 때 정부가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카드로 시장격리를 꼽을 수 있다.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시장 공급량을 줄임으로써 가격 하락을 막는 방식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월에 14만4000t, 5월에 12만6000t, 8월 10만t의 쌀을 시장격리했다. 총 37만t으로 역대 가장 많은 생산량을 시장격리했던 2017년과 같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올해 공공비축용으로 햅쌀 45만t을 매입하기로 했다. 2017년 이후 정부는 매년 공공비축미로 35만t을 매입해 왔다. 올해는 예년보다 10만t을 더 확대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21일 양곡관리법 개정과 관련해 쌀 초과 생산분에 대한 시장격리를 의무화했을 때 예상되는 문제점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2000년 이후 쌀 생산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큰 공급 과잉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정부 매입이 의무화되면 시장에 쌀을 심으라는 신호를 주게 되고, 이는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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