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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한국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글로벌 유동성 위기로 투자 유치가 어려워진 만큼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조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고 매출의 비중이 크고 그 중 상당수를 인터넷 방송인에게 분배해야 하는 MCN 사업의 구조상 수익을 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콘텐츠 생산, 지식재산권(IP) 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 찾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러한 사업이 확실한 수익원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매출 확대에도 적자 누적… MCN 업계 수익성 지적
샌드박스네트워크는 11월2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시장 사정 변화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기존의 성장 중심 전략에서 수익성 중심의 전략으로 체질 개선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미디어 판매와 출판 사업은 외부 제휴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전개하고 신사업 중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은 사업을 종료하고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은 매각할 방침이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사업 종료 및 매각과 함께 인력 감축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 대상자로 선정된 사원들에게 메일로 개별 통보가 이뤄지게 되고 동의할 경우 2개월의 유급휴가를 거쳐 퇴사하도록 하는 권고사직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샌드박스박스네트워크는 향후 △제작 기반의 콘텐츠 생산 △웹 2.0 기반의 크리에이터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웹 3.0 기반의 게임 및 크립토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이번 조직 효율화 이후 체질 개선뿐 아니라 핵심 상업인 플랫폼 사업과 광고 사업의 매출 증대를 통해 내년 2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유명 인터넷 방송인 ‘도티(본명 나희선)’가 이필성 現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이사와 함께 창립한 MCN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3년 도티와 같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던 방송인이 결성한 인터넷 방송인 크루 ‘도티와 친구들’에서 시작됐으며 2014년 회사를 설립한 이후 점점 규모를 키워 현재 400명 이상의 인터넷 스트리머가 소속된 거대 MCN이 됐다.
다수의 인터넷 방송인을 영입하면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매출 규모도 확대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8년 매출액 282억 원에서 2019년 매출 608억 원으로 두 배 이상의 매출 상승을 기록했고 2020년 매출 899억 원, 2021년 1136억 원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샌드박스가 밝힌 2022년 예상 매출액은 약 15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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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임수진] ⓒ스카이데일리 |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매출 성장은 투자금 유치로 이어졌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20년 11월 5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D 투자를 유치했으며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누적 투자 금액은 9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샌드박스네트워크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계속해서 누적되는 영업손실이 있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2018년 영업손실 22억 원, 2019년 영업손실 78억 원을 기록했고 2020년 영업손실 72억원, 2021년에는 영업손실 121억원을 기록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외의 다른 MCN 실적을 살펴보면 트레져헌터는 2016년 영업손실 47억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 영업손실 43억원, 2018년 영업손실 2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2019년 26억원, 2020년 18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으며 2021년에는 61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됐다.
MCN 업계 1위인 다이아 TV의 경우 CJ ENM 소속이지만 구체적인 실적을 밝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CJ ENM이 올해 3월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다이아 TV의 케이블 방송 채널 ‘채널 다이아’를 매각하면서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다이아 TV와 샌드박스네트워크, 트레져헌터가 MCN 계의 ‘빅3’로 불린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위권 MCN 업계라고 해도 수익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성 위기에 투자 유치 제동… “직접 인터넷 방송인 키워 수익 얻어야”
IT 기업들이 당장의 수익성 확보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아마존이 ‘의도된 적자’를 통해 성공을 거둔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수의 이용자와 매출 확보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점유율을 확대한 후 수익을 회수하는 전략을 사용해왔고 샌드박스 역시 투자금 유치를 통해 적자를 이겨내고 다시 규모 확장을 위해 투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되고 자금의 유동성도 끊기면서 현재 이러한 전략을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 기관이나 투자 기관들이 미래의 가능성만을 보고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기존에 성장을 중시하던 기업들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를 비롯한 MCN들의 경우 수익성 개선을 꾀하기 어렵다.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IT 기업과는 달리 수익 구조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MCN은 인터넷 방송인의 소속사와 비슷한 개념이다. MCN의 주요 수익원은 소속 인터넷 방송인과 기업을 연결해 준 후 발생하는 수수료다. 인기 인터넷 방송인일수록 광고비가 높기 때문에 MCN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기 있는 인터넷 방송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성공한 인터넷 방송인의 경우 소속사가 없더라도 방송 장비, 영상 편집자 등 자체 인력, 방송 콘텐츠 기획 능력 등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해당 인터넷 방송인의 팬덤 역시 인터넷 방송인이 다른 MCN으로 옮긴다고 해서 이탈하지 않는다.
여기에 인터넷 방송 시청층이 늘어나면서 MCN의 수가 늘어나고 인기 있는 인터넷 방송인을 데려오기 위해 인터넷 방송인에게 유리한 수익배분 계약을 제시하면서 인터넷 방송 수익 중 MCN이 가져가는 비율은 상당히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지난해 영업비용을 살펴보면 인터넷 방송인에 대한 광고 수익 분배가 포함된 외주용역비가 약 787원으로 전체 매출의 69%를 차지했다. 이는 2019년(85%) 2020년(77%)에 비해서는 개선된 수치지만 수익의 상당수를 인터넷 방송인에게 정산해야 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방송인들에게서 MCN이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육성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연예 기획사와 마찬가지로 이미 성공한 인터넷 방송인을 영입하는 것은 수익 분배 면에서 MCN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MCN이 무명 인터넷 방송인을 직접 육성해 나중에 성공했을 때 그 수익을 가져오는 형태의 사업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샌드박스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광고 수익 외에 다양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인터넷 방송인의 IP를 활용한 상품(굿즈) 사업이 있다. 인터넷 방송인의 팬들에게 관련 상품을 팔거나 기업과 협업을 통해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는 식이다. 그러나 지난해 샌드박스네트워크의 매출 1136억 원 중 상품 판매 수익은 61억원에 그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방송인과의 수익 분배도 있을 수 있으므로 확실한 수익원으로 보기 힘들다.
이 외에 샌드박스네트워크는 IP를 활용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나서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샌드박스 에듀케이션 △우왕푸왕 △흥마늘 스튜디오 등의 채널을 신설해 인터넷 방송인이 출연하는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해당 채널들은 각각 16만명, 30만명, 24만명 규모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해당 콘텐츠 수익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포브스코리아가 추정한 대한민국 최상위 30개 채널의 평균 추정 연 소득이 22억6618만원이었다. 해당 채널들이 수백만명의 구독자와 수십억대의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샌드박스 자체 채널의 수익은 이보다 훨씬 떨어질 것으로 추정되며 기업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사업들이 수익성을 가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샌드박스네트워크에는 당장의 수익이 필요한 만큼 확실한 ‘캐시카우’를 잡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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