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金)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각 국 중앙은행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을 대거 사들이는 점도 호재로 다가온다.
금을 투자하는 방법도 기존 골드바 매입 등을 넘어 KRX금시장 및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 다양해지는 추세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 금값이 경기불황 속 매력을 키우며 온스 당 최대 4000달러를 찍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 작년 3분기 금 400톤 매입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 시각)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온스당 1859.00달러(약 236만 원)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1781.30달러)과 비교해 한 달 만에 4.36%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6월10일(1875.50달러)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 현물(XAU) 가격도 4일 온스당 1854.09달러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작년 말부터 반등한 금값은 금 ETF에 호재로 다가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12월5일~1월4일) 국내에 상장된 금 ETF 3종목에 102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순유입 규모는 △KODEX 골드선물(H) 41억 원 △ACE KRX금현물 36억 원 △TIGER 골드선물(H) 25억 원 순이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지수(-6.75%) 대비 양호했다. KODEX 골드선물(H)은 2.26%, TIGER 골드선물(H)은 2.15%, ACE KRX금현물은 0.97% 상승했다.
금값이 치솟는 이유는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 둔화’로 해석할 수 있다. 2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개 대형은행 소속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6개사(70%)가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연준이 올해 2분기에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3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에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4일(현지시각) 104.02로 지난달 5일(105.24)보다 1.16% 떨어졌다. 15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로 내려왔다. 금이 달러와 반대로 움직이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 약세 기조는 금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전 세계 중앙은행 등이 금 매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점도 호재로 다가온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각 국 중앙은행과 금융사는 작년 1~3분기 금 673t을 순매수했고, 이 가운데 3분기에만 400t을 사들였다. 분기별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2018년 3분기에 거둔 기존 최고치인 241t을 약 2배 앞질렀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지는 달러 대신 안전자산인 금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선 점을 확인한 가운데 미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금 가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KRX금시장, 장내거래 시 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 면제
금 투자 방법은 여러 가지다. 한국금거래소와 한국조폐공사, 은행 등에서 금 실물(골드바)을 구매하는 방식이 있다. 이는 금을 손에 쥘 수 있어 심미적 만족감을 주지만 구매할 때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해 약 5%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익률 –15%에서 투자를 시작하는 셈이다. 하지만 장점도 있다. 골드바를 팔 때 얻을 수 있는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다. 단기 투자보다는 상속·증여 목적으로 장기간 보유하며 투자하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 KRX금시장에서도 금을 투자할 수 있다. 방법은 두 가지다. 일반 주식처럼 증권사에서 금 계좌를 개설한 후 증권사 거래시스템을 통해 금을 사고팔 수 있고 계좌를 개설한 증권사에서 금을 인출해 매매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 거래단위는 1그램(g)이다. 종류는 ‘금 99.99(1kg)’와 ‘미니금 99.99(100g)’로 구성된다. 인출도 1kg 또는 100g 단위로 가능하다.
KRX금시장에서 금을 투자하면 높은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장내거래 기준으로 부가가치세(10%)와 양도·배당 소득세가 면제된다. 오로지 증권사의 수수료(0.3% 내외)만 부과된다. 매매차익이 비과세되므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다. 다만 골드바를 인출하거나 수령할 때 10%의 부가가치세와 실물인출 수수료(개당 2만 원)를 내야하는 것은 단점이다.
통장에 돈을 넣으면 해당 금액만큼 금을 적립하는 금 통장(골드뱅킹)도 있다. 원화를 입금하면 국제 금 시세 및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금으로 적립한 후 출금 요청 시 국제 금 시세 및 원·달러 환율로 환산한 원화를 지급해주는 식이다. 0.01g 단위로 투자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가능하고 원할 때 언제든지 환매할 수 있는 유동성 측면도 장점으로 꼽힌다.
KRX금시장과 비교해 수수료가 크다는 점은 단점이다. 골드뱅킹은 통장으로 거래할 때 매매기준율 1%, 실물로 거래할 때 매매기준율 5%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매매차익에 대해서도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금 관련 산업이나 금광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도 금 투자 방법이다. 금 시세 변동에 따라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100% 연동하지는 않는다. 과세 부문에서는 매매차익으로 15.4%의 배당 소득세를 내야 한다. 장내거래를 할 때 1~1.5%의 선취수수료도 적용된다.

ETF로도 투자할 수 있다. 증시에 상장된 금 인덱스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하는 방식이다. 금 펀드와 마찬가지로 직접 투자가 아니므로 금 실물가격과 다를 수 있다. 금 펀드와 다른 점은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고 레버리지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점이다.
금값 2000달러 넘어 4000달러 전망도… 中 경기회복도 관건
시장에서는 올해 금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낸 투자보고서에서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금이 비트코인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금의 경우 지금과 같은 긴축적 금융환경에서 영향을 덜 받는데다가 인플레이션과 달러 하락을 회피(헤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투자은행인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부문장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정점을 찍고 달러 약세와 함께 인플레이션이 연말까지 예상했던 3%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경기침체와 증시의 밸류에이션 위험은 올해 금 가격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며 “지난해 여러 중앙은행들이 기록적인 양을 사들였을 때 보였던 ‘탈달러화’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금시장에 안전매트를 깔아준 셈이다”고 말했다.
금값이 올해 최대 4000달러를 찍으며 신고가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주르크 키에너 스위스 아시아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해 12월22일 CNBC 인터뷰에서 “금값이 내년 중에 적게는 온스당 2500달러, 높게는 40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밝혔다.
키에너 CIO는 “내년에 금 가격이 커다란 상승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데 10~20% 정도 오르는 게 아니라 신고가를 경신할 수 있을 정도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내년 1분기쯤 많은 나라의 경제가 어느 정도 경기침체를 겪을 것인데 이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게 만들어 금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순식간에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도 금 가격의 추가 강세 강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시카고거래소(CME) 그룹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금의 60%는 보석류 제작에, 12%는 산업 관련 분야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크지만, 내년 코로나19 확산 진정 이후 중국 경기의 반등 시그널이 나타난다면 원자재 가격 전반 강세와 중국의 금 수요 증가 기대로 금 가격은 추가 강세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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