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던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리오프닝(경제 재개)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그간 봉쇄정책으로 실적 부진을 겪은 화장품·해운 등의 종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경기활성화로 소비심리가 회복될 경우 수익이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가도 바닥 수준에 근접해 가격 메리트도 크다. 다만 방역 완화로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다시 ‘제로 코로나’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中 리오프닝, 수출 비중 높은 韓기업에 호재
중국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 16일 상하이종합지수는 3167.86으로 11월1일(2969.20)과 비교해 40여일 만에 6.69% 올랐다. 10~11월 초 2000대로 추락한 후 다시 3000대를 회복한 것이다. 기술주로 구성된 선전성분지수도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50개 중국 기업으로 이뤄진 홍콩H지수는 무려 27.36%나 치솟았다. 11월 이후 소폭 오르거나 내린 코스피(1.06%), 닛케이225(-0.55%), TOPIX(0.6%) 등 아시아 주요 증시와 상반되는 행보다.
이러한 상승세는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대폭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에 항의하는 백지시위(白紙示威)가 전국적으로 번지는 등 중국민들이 반정부 행동에 나서자 당국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7일 ‘진일보된 코로나19 방역·통제 최적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10가지 방역 관련 조치를 발표했다. 감염자 발생에 따른 고위험 지역을 아파트의 동과 층, 가구 단위로만 지정하고 이를 임의로 확대하거나 임시 봉쇄 조치 등을 취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의료·보육시설, 학교 등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상시적인 PCR 검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감염자에 대해서도 집중 격리시설이 아닌 자가 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러한 방역 완화 조치는 중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홍록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 관점에서 ‘제로 코로나’ 완화는 만성부진을 이어갔던 수요가 회복되고 공급측 재고 부담이 완화되면서 생산 활력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며 “중국발 인플레 압력이 다시 살아나면서 ‘글로벌 긴축 대 중국 완화’ 구도는 위안화 표시 자산 투자심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리오프닝 가능성은 국내 기업에게도 호재다. 산업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의 해외 최종 수요 중 중국 비중은 7.5%로 미국·일본보다 높았다. 중국의 소매판매가 전월 또는 전년 대비 상승할 경우 국내 내수주의 아웃퍼폼(시장평균치 이상) 규모는 수출주 대비 컸다. 내수주의 시가총액은 수출주와 비교할 때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 테마 중에서는 화장품, 음식료, 유통, 호텔·레저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며 “해당 업종들은 내년 영업 이익영향력이 확대되는 업종이지만 올해 상대적으로 시총이 저평가돼 주가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분석했다.
증권가는 기대 업종들 중에서도 화장품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화장품’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1개월간(11월16일~12월16일) 8.43%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4.7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코스맥스(12.69%), 아모레퍼시픽(8.16%), 한국콜마(5.56%), LG생활건강(3.28%) 등 대형 화장품주 뿐만 아니라 중소형주인 연우(33.09%), 토니모리(13.71%), 코리아나(7.24%), 현대바이오랜드(6.18%) 등도 뛰었다.
화장품 업종에 주목하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비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국내 화장품 업체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그간 수출 부진을 겪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국내 화장품 업체의 중국향(向)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3% 감소한 34억361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방역정책 완화로 분위기는 변했다. 중국 내 소비심리가 회복할 경우 화장품 업종의 실적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화장품주 중에서도 중국 리오프닝 혜택을 크게 받을 종목으로 하나증권은 ‘중국 현지 매출이 있는 대형주 밸류체인’을 수혜주로 꼽았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화장품 매출 중 중국 노출도(현지 매출·중국향 수출)가 가장 높은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으로 중국 비중이 70%에 달했다. 화장품 전체 매출이 100억 원이면 70억 원을 중국에서 벌어들였다는 의미다. 애경산업(66%), LG생활건강(57%)도 중국 매출 비중이 컸다.
중국 고객사에게 수주를 받는 제조자개발생산(ODM)·화장품 용기 업체도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내 리오프닝’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ODM의 경우 코스맥스가 가장 높았는데 전체 매출에서 중국 현지 매출이 37%, 중국향 수출이 14%를 차지했다. 이어 코스메카코리아(22%), 씨앤씨인터내셔널(10%), 한국콜마(9%) 순이었다. 용기의 경우에는 연우가 30%로 제일 앞섰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형사 올해 연중 재고를 보수적으로 확보했는데 중국 현지 소비가 개선된다면 이들의 리스타킹(re-stocking:재고보충) 수요가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2분기부터 주요 산업 지표와 기업의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 시장이 정상화될 때 중국 고객사의 발주량이 증가하면서 ODM의 매출이 더 가시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되고 브랜드의 경우 상반기 낮은 기저가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中 봉쇄 풀리면 항공사보다는 해운업체에 기회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해운업체도 주목받고 있다. 경기 활성화에 따른 수요 회복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해운업체인 팬오션은 11월 이후 40여 일간 36.74% 상승했다. HMM과 대한해운도 각각 14.14%·8.12% 올랐다. 배들이 ‘얼마나 많이’ 싣고 ‘얼마나 자주’ 돌아다니는지를 나타내는 해운지수도 반등했다. 발틱운임지수(BDI)는 16일 기준 1560p로 한 달 전(1288p)과 비교해 21.1%나 치솟았다.
증권가는 벌크해운 선사들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벌크(Bulk)선은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을 뜻한다. 곡물이나 광석과 같이 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벌크화물이라 부른다. 원목·시멘트·철광석·곡류 등이 대표적인 벌크화물이다.
해외여행 시장에서 일본이 중요한 것처럼 건화물선 시황은 중국의 수요 및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그간 중국은 ‘제로 코로나’라는 강력한 방역정책을 유지하고 부동산 경기 지원책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벌크화물에 대한 수요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봉쇄를 풀고 ‘위드 코로나’ 준비에 적극 나서면서 해운업체의 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3% 초반에서 내년에는 4% 중반대로 올라설 전망”이라며 “중장기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6%대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BDI는 통상적으로 춘절(春節·중국의 설)에 바닥을 찍고 완만하게 올라갔다”면서 “올해 성수기 효과가 안 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경기부양책 기대감을 감안할 때 예상보다 빠른 타이밍에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운주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바닥에 근접한 점도 호재로 다가온다. 팬오션과 HMM, 대한해운의 2023년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63배, 0.47배, 0.41배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다. 최 연구원은 “벌크해운은 2024년까지 선박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만큼 중국의 리오프닝만 본격화되면 운임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반면 이들의 주가는 낮아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제로 코로나’에 따른 중국 내 소비심리 회복이 우리나라 기업 실적에 기대만큼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 회복의 지속력은 서비스가 아닌 부동산 경기에 좌우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리오프닝 이행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추가 봉쇄 완화도 중증도나 치명률 추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봉쇄 완화 이후 중국 소비의 회복 강도는 그간의 부진에 비해서는 완만할 것인데 이는 소비 부진의 원인이 ‘제로 코로나’ 정책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 부진의 영향도 있기 때문”이라며 “소비 회복의 지속력은 부동산 경기의 회복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당국이 방역을 완화하는 데 오래 걸릴 수 있고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따라 언제든지 다시 철통 통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도 기대감을 주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병상 수는 5만 개에 불과해 67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발적 사회적 거래두기에 의한 생산·소비의 충격은 내년 1월 경제지표 둔화까지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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