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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정석<54>]-내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신뢰’ 잃고 추락하는 코인 시장에 봄은 올까
글로벌 가상자산 시총 8100억 달러… 연초 2.3조 달러 대비 64% ↓
외부 악재 기준금리 인상… 안으로는 내부통제 부실로 신뢰 ‘흔들’
엇갈리는 전망… 내년 비트코인 예상치 5000불 vs 1만5000불 ‘팽팽’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2-28 00:07:00
▲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1일 기준 총 8146억 달러로 연초(2조2523억 달러) 대비 63.8% 떨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연이은 악재로 추락하고 있다. 연초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내 유동성이 대거 빠져나간 데 이어 루나·테라 붕괴 사태와 FTX 파산 신청 등으로 투자자의 신뢰마저 잃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가상자산의 추세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낙심하기는 이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신뢰 회복을 위한 규제를 정비한다면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코인업계는 내년 상반기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를 회복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시가총액이 1조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美 기준금리 인상할 때마다 비트코인 큰 폭 하락
 
가상자산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글로벌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21일 기준 총 8146억 달러로 연초(2조2523억 달러) 대비 63.8% 떨어졌다. 올 6월 중순 1조 달러 아래로 추락한 뒤 7·8월 잠깐 1조 달러 선을 회복했지만 8월 말부터 대부분 8000~9000억 달러대에서 머물고 있다. 가상자산의 낙폭은 주식보다 훨씬 컸다. 같은 기간 미국 3대 주가지수인 다우산업·S&P500·나스닥은 각각 8.8%, 19.1%, 32.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알짜배기’ 코인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가상자산 시가총액 중 40% 가량을 차지하는 비트코인의 가격은 12월 들어 1만60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연초(4만6312달러)와 비교하면 3분의 1로 쪼그라든 수준이다.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의 대장격인 이더리움은 9월 중순 ‘머지 업그레이드’를 완료하며 반등을 노렸지만 가격은 연초 3600달러대에서 1200달러대로 폭락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겨울을 의미하는 ‘크립토 윈터’가 닥친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외부적 요인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지목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주식·부동산 등) 수익과 안전자산(예·적금 등) 수익 간 차이가 줄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의 매력도는 떨어진다. 그러면 시중자금은 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향한다. 위험자산에 속한 가상자산으로서는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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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비트코인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때마다 크게 떨어졌다. 6월15일(현지시간) Fed가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밟기 닷새 전까지만 해도 3만 달러를 유지했지만 금리 인상 당일 2만2000달러대로 추락했고 나흘 뒤에는 1만8000달러대를 기록했다. ‘자이언트스텝’을 추가로 단행한 9월21일·11월2일·12월15일 전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 동력을 잃고 하락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관리시스템 부재에 따른 ‘신뢰 추락’이 꼽힌다. 내부통제를 마련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일삼으면서 투자자 이탈을 가속화해 가격을 떨어트렸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성을 해친 이슈로는 5월의 ‘루나·테라 사태’와 11월 ‘FTX 파산 신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테라 프로젝트와 FTX 거래소는 모두 지난해 시장에서 강한 신뢰를 형성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 만큼 이들의 잇따른 사건·사고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었다.
          
▲ 올해 5월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내 전광판에서 ‘루나·테라 사태’에 따라 폭락한 루나의 가격이 나타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 3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는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 자산을 무분별하게 유용했다. 자체발행 코인인 FTT를 알라메다리서치에 대출하고 알라메다리서치가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FTT를 매입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자산을 부풀렸다. FTX는 고객의 단기자금을 장기성자산에 묶었고 예금 인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한 채 유동성 경색에 이르러 끝내 파산을 신청했다.
 
‘루나·테라 사태’도 자체발행 코인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받는 행위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자체발행 코인인 테라가 1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테라폼랩스는 루나를 대량으로 찍어냈고 루나로 테라를 사들여 테라의 가격을 올리려 했지만 알고리즘으로 발행량을 조절해 가격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불안정하게 작동하며 두 코인의 동반 폭락을 일으켰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동성이 축소되는 시기인 만큼 관련 시장의 신뢰성 하락은 시장 이탈의 가속화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관련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향후 연준의 정책 전환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관련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운영의 투명성 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시장의 규제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불확실성 큰 코인 시장, 내년도 낙관과 비관 차이 커
 
금융업계에서는 내년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계 은행 스탠다드차타드(SC)는 최근 발표한 ‘2023년 금융시장 서프라이즈’라는 보고서에서 내년 비트코인 가격이 70% 이상 폭락해 5000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국고채 수익률이 급등하는 가운데 주식시장 내 기술주가 폭락하면서 비트코인 매각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릭 로버트슨 SC 글로벌 리서치국장은 “점점 더 많은 가상자산 회사와 거래소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져 추가 파산이 발생하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라며 “이러한 다소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내년에 발생할 확률은 ‘제로(0)’가 아니고 시장의 컨센서스(예상치)나 우리의 기본적인 견해 이상으로 크게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월가 베테랑 투자자인 마크 모비어스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이 금리 인상과 통화긴축 정책 등으로 내년에 40% 이상 폭락하며 1만 달러대로 주저앉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모비어스는 “그간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시장에 통화가 넘쳐나 갈 곳 잃은 자금이 가상자산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었지만 이제 호황의 시기는 지났다”며 “연준이 통화를 긴축하면서 고위험 투자 시장인 가상자산에 자금이 머물기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알트코인의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발생한 가상자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회복하는데 몇 달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약세장이 최소 18개월 이상 지속될 전망으로 이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까지 현 가격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 최근 4년간 비트코인 가격과 미 연방 기준금리 추이. [자료=코빗리서치 등]
 
모든 전문가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조 달러에서 1조5000억 달러 구간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내년 초 인플레이션이 안정을 찾고 연준이 긴축 정책 속도를 조절하면서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전반에 수요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센터장은 “연준의 긴축 통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이탈하면서 그간 과대평가된 업체를 정화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이 중에는 디레버리징 과정에서 함께 매도돼 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과소평가된 자산들도 존재했다”며 “과매도된 자산들은 긴축 정책의 페이스가 조금이라도 둔화한다면 그 기대감만으로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긴축 정책의 효과가 점차 실물경제에 미치면서 경기가 둔화하고 인플레이션 수치도 안정을 찾으면 연준도 계속해서 긴축 정책을 추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른바 연준의 ‘도비시 피봇(비둘기파 전환)’은 가상자산을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고 그 시점은 내년 상반기 중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은 2019년과 유사한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내놨다. 정 센터장은 “많은 사람들이 2018년 폭락장의 트라우마로 2019년도 ‘크립토 윈터’의 일부로 기억하지만 실제 그 해 비트코인 수익률은 92%였다”며 “그 배경에는 2019년 초 연준이 금리를 동결했고 9월에는 보유 채권 축소를 중단하는 등 ‘도비시 피봇’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 가상자산 관련 규제·법안의 향방이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단서이자 시장가격의 단기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준영 코빗 연구원은 주목해야 할 사안으로 △증권성 판단 향방 △프로토콜 규제 △스테이블코인 요건 강화 등을 들었다.
 
우선 증권성 판단 향방과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소송 결과와 미 상원에서 발의한 ‘책임 있는 금융혁신법안(RFIA)’의 통과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FIA는 ‘부수자산’이라는 자산군을 추가해 하위테스트에서 증권에 해당해도 특정요건을 만족하는 자산이 연 2회 SEC 공시의무를 이행해야만 상품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또 각종 법안에서 증권성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자 보호 측면을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컨트랙트 프로토콜 자체를 규제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올 8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 통제국(OFAC)은 토네이도 캐시를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접속·거래하는 사람들을 처벌 대상에 넣어 탈중앙화 프로토콜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가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발행주체를 국가 감독 하에 놓으면서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의 입지는 줄어들 전망이다.
 
정 연구원은 “규제의 도입을 자율성과 법에 의거한 신뢰성 사이의 균형 도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투자자에 대한 법적 규제 수단을 제공해 낙담해 있는 기업 및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진출의 근거를 제공할 수 있지만 프로토콜에 대한 규제와 금지의 시도가 보여주듯 검열과 중앙화로부터의 독립성 훼손의 위험이라는 양면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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