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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작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e스포츠 산업이 게임을 운영하는 종목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리그 오브 레전드(LOL)’ 등 외국 게임에 크게 의존하던 한국 e스포츠 시장의 규모가 감소하고 있어서다. 이에 국산 게임의 e스포츠화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 국내 e스포츠 구단 중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선수 연봉을 감축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자체적인 수익 구조 확보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종목사 직접 개최에 e스포츠 방송국 폐국… 국산 게임 e스포츠 투자 필요
e스포츠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인도 시장조사 업체 스트레이츠 리서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2021년 기준 11억7800만 달러에서 연 평균 21.9% 상승해 2030년에는 57억430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에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 e스포츠 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19년 1389억 원에서 2020년 1204억 원으로 하락했고 2021년에는 1048억 원으로 더 떨어졌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에서 한국 비중은 2019년 16.5%에서 2021년 9.9%로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e스포츠 상금 규모는 190억8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2% 상승했으며 게임단 예산은 606억50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14.7% 상승했다. 반면에 스트리밍 수익은 25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2% 하락했다.
반면 2020년 228억5000만 원이던 방송 분야 매출은 2021년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분야 매출이 없는 것은 CJ ENM의 e스포츠 채널인 온게임넷(OGN)이 사실상 사업을 종료하면서 e스포츠를 중계하는 전문 케이블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OGN 외에도 2020년 3월에는 케이블 게임 채널 스포티비 게임즈가 이름을 STATV로 변경하고 방송 구성도 엔터테인먼트 채널로 바뀌었다.
e스포츠 채널들이 사업을 종료하거나 철수하는 이유로는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한국 프로 리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를 종목사인 라이엇 게임즈가 주최하기로 하면서 주요 콘텐츠를 잃어버린 것이 지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기존에는 방송국에서 자체 콘텐츠를 제작해 송출하는 형태로 e스포츠 콘텐츠가 전달됐지만 현재는 종목사 또는 프로덕션이 콘텐츠를 제작해 인터넷 플랫폼 채널에 납품 후 송출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다”며 “향후 이와 같은 e스포츠 분야 변화를 반영해 새로운 산업 규모 산출 기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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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서현] ⓒ스카이데일리 |
종목사가 리그를 직접 주최하면서 국내 방송국이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OGN이 주관하던 e스포츠 리그 ‘오버워치 APEX’는 종목사인 블리자드가 직접 주관하는 ‘오버워치 리그’를 출범시키면서 중단됐다.
앞서 언급한 종목사인 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는 모두 해외 기업이다. e스포츠가 종목사 위주로 개편되고 있는 만큼 국내 개발한 게임의 e스포츠화가 중요해지고 있다.
넥슨이 운영하는 ‘카트라이더 리그’의 경우 아직 완전한 프로리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리그에 참여하는 기업 스폰서를 유치해 프로팀이 됐다가 스폰서가 해지돼 아마추어 팀으로 돌아오는 일이 계속되며 2022년 말 기준 참가팀 8팀 중 3팀만 프로팀이다.
여기에 넥슨은 지난달 11일 카트라이더의 서비스 종료를 공식 발표하며 리그의 미래도 불분명해졌다. 넥슨의 서비스 종료는 2023년 1월 출시하는 ‘카트라이더:드리프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이용자들의 이동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카트라이더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재윤 니트로스튜디오 대표는 2022년 신한은행 쏠 카트라이더 리그 슈퍼컵 팀전 결승 현장에서 카트라이더 리그의 역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가 ‘카트라이더’의 기존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만큼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리그의 미래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크래프톤의 대표작인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지역 리그와 함께 △PUBG 글로벌 시리즈 △PUBG 글로벌 챔피언십 △PUBG 네이션스 컵 등 국제대회 일정을 포함하는 로드맵을 공개하며 글로벌 e스포츠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e스포츠 차트’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e스포츠가 누적 시청 시간 1억1200만 시간, 최고 시청자 67만 명을 기록하며 배틀로얄 장르 1위를 차지했다. 크래프톤은 파트너 팀을 신규 모집하고 2024년 배틀그라운드 전용 경기장 개장을 예고하는 등 e스포츠 생태계 확장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 외에 컴투스의 ‘서모너즈 워’가 글로벌 대회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고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가 글로벌 e스포츠 대회 ‘크로스파이어 스타즈’를 진행 중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글로벌 e스포츠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게임이 e스포츠에 맞아야 하고 두 번째는 글로벌 유저풀이 갖춰져야 한다”며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배틀로얄 장르 특성상 e스포츠화의 어려움이 있지만 가능성은 충분하고 서머너즈 워와 크로스파이어 등도 유저풀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e스포츠가 중요한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한국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여기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출 늘어도 적자 규모 확대… “모기업 도움 없이도 자생할 수 있어야”
국내 e스포츠 구단들의 수익 구조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고의 e스포츠 리그인 LCK 구단들이 연봉 절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게임단 DRX는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팀의 간판스타였던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남긴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2022년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주전 멤버 5명 중 4명의 재계약이 결렬되며 팀을 떠나게 됐다. 재계약 결렬의 이유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선수와 팀 간의 의견 차이로 알려졌다.
또 다른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단 ‘농심 레드포스’는 주전 선수 전원을 FA로 내보내고 2군 선수 전원을 콜업해 로스터를 구성하는 긴축 행보에 들어갔다. 리그 수익 규모에 비해 선수단 연봉이 너무 높기 때문에 구단들이 재정 지출에 소극적으로 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e스포츠 구단들은 상당수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구인구직사이트 사람인에 공개된 재무 정보에 따르면 SK텔레콤 CS T1(T1)은 2019년 매출 11억7559만 원에서 2020년 매출이 124억7923만원으로 올랐고 2021년에는 매출 185억1047만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2019년에는 22억1836만 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2020년에는 110억 2032만 원, 2021년에는 166억2556만 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커졌다.
T1은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흥행하던 시절부터 e스포츠의 개척자로 불리는 임요환 선수를 비롯해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했으며 현재는 세계 최고의 e스포츠 스타인 ‘페이커’ 이상혁 선수가 소속된 최고의 인기 팀이다. 국내 e스포츠를 대표하는 인기 팀이 계속해서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e스포츠의 수익 구조 문제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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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박서현] ⓒ스카이데일리 |
또 다른 e스포츠 구단인 에이디이스포츠(팀명 담원 기아)를 살펴보면 2019년 4억8144만 원, 2020년에는 10억 8527만 원에 그쳤던 매출이 2021년 66억 1465억 원으로 올랐다. 그러나 에이디이스포츠는 2019년 영업손실 5억4855만 원, 2020년 영업손실 50억318만 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는 영업손실 규모가 33억8992만 원으로 줄었지만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e스포츠 구단이 자체적인 수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해당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 홍보 효과를 노리고 구단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만으로 e스포츠 구단의 경제성을 판단할 수 없기는 하다.
실제로 T1의 경우 영업손실 규모 확대에도 간판 스타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3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기존 로스터를 유지했다. e스포츠 구단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생명 e스포츠의 경우 연봉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갔다.
다만 e스포츠 구단들이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한 채 모기업의 투자 의지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수봉 명지대학교 경영대학원 스포츠경영 전공 교수는 “스포츠 구단은 모기업 지원만으로 유지는 될 수 있지만 모기업의 의지에 쉽게 흔들리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모기업의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체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모기업이 없어도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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