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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9월 공정위는 주식회사 포스코가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 자료 중 일부가 허위 자료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허위 자료를 제출한 포스코는 공정위로부터 2011년도 동반성장 지수 우수 등급을 취소당했다. 사진은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빌딩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울 당산동의 센터 사무실에 만난 정진극 국장은 포스코 뿐 아니라 포스메이트 역시 동반성장 실적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은 2010년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메이트에 입사해 상생혁신팀에서 동반성장 실무를 담당하면서 담당그룹 내에서 동반성장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교류를 가졌다.
“포스코와 포스메이트 두 개사의 자료 조작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포스코 그룹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정 국장은 2012년 8월 당시 포스코 회장이였던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에게 포스코 내에서 벌어진 동반성장 자료 조작 건을 신고했다. 같은 해 9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같은 사실을 신고하기도 했다. 2013년 1월 정 국장은 포스코로부터 관련기관(공정위)이 검토한 결과 이상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8개월 후 2013년 9월 공정위는 주식회사 포스코가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 평가’ 자료 중 일부가 허위 자료임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허위 자료를 제출한 포스코는 공정위로부터 2011년도 동반성장 지수 우수 등급을 취소당했다. 또 인센티브로 부여된 하도급 거래에 대한 서면 실태조사 및 직권조사 2년간 면제 지위도 박탈당했다.
▲ 포스코 계열사 포스메이트에서 근무했던 정진극 국장(사진)은 재직 당시 사내에서 벌어진 비위행위를 포스코 정도경영실에 신고했다. 정 국장의 신고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정 국장은 왕따와 협박을 경험했다고 한다. 현재 정 국장은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스카이데일
공정거래협약 이행설적 평가는 동반성장 지수를 측정하는 기준 중 하나다. 동반성장 지수는 공정위의 평가와 민간위원회인 동반성장위원회의 평가를 50 대 50의 비중으로 합산해 산출한다.
공정위는 대기업을 상대로 조사하는 공정거래협약 이행실적을 평가하고 동반성장위원회는 이들 대기업의 협력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체감도 평가 결과를 평가한다. 동반성장 지수 평가대상은 2013년도 기준 109개 대기업이다.
“제가 신고한 곳 두 개사 중 포스코만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포스메이트 역시 허위자료를 제출했지만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사를 담당했던 공정위 문재봉 조사관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권익위로부터 해당 사항을 이첩 받아 조사한 결과 포스코를 제외하고 위반 사항이 없었다”고 말했다.
▲ 정 국장은 포스코와 포스메이트가 공정위에 동반성장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며 포스코 정도경영실에 신고했다. 정 국장은 포스코 정도경영실로부터 관련기관이 검토한 결과 이상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자료 이미지는 정 국장이 제시한 정도경영실의 답변 내용. <사진=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정 국장, “윤리기업 포스코 그룹, 계열사는 비위행위 만연”
정진극 국장은 포스메이트에 재직하던 2012년 1월 사내에 공공연히 비위행위가 벌어지고 있었다며 이를 신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2~3회에 걸쳐 포스메이트 내부에서 일어난 비위행위 33건을 포스코 정도경영실에 신고했다. 신고내용은 ▲여직원 성추행 ▲시간외 수당 부당 수령 ▲회사 자금 착복 ▲근태 위반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이었다.
포스코 인턴 면접 당시 정 국장은 ‘상사의 비윤리행위를 보면 신고할 수 있는가’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당당하게 ‘그렇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포스메이트에 입사한 그는 그곳에서 만연한 비위행위를 목격했다면서 면접 당시의 대답처럼 행동으로 옮기게 됐다고 했다.
“포스크에서 9개월 간 인턴생활을 할 때 포스코 그룹이 윤리기업임을 체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입사한 계열사의 사정은 전혀 달랐습니다. 수개월의 고민 끝에 신고를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돌아온 것은 신분노출·협박·해고였습니다”
▲ 포스메이트는 포스코의 계열사로 빌딩경영, 자산관리 등을 영위하고 있다. 정 국장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메이트에서 근무했다. 그는 상생혁신팀에서 동반성장 실무를 담당했다. 사진은 포스메이트가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의 한 빌딩. ⓒ스카이데일리
정 국장에 따르면 정 국장은 신고를 접수받은 포스코 정도경영실로부터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자를 보호하지만 경험상 철저히 지켜지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자신의 내부고발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회사생활이 어려워졌을 때 정도경영실에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지만 정도경영실은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정 국장은 전했다.
정 국장에 의하면 정 국장의 내부고발 사실은 당시 포스메이트 사장이었던 공 모 사장이 직원 전체 회의에서 정 국장의 실명을 공개하며 알려졌다고 한다. 이후 해고되기 전 5개월 동안 정 국장은 왕따와 협박을 경험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홍보실의 박성춘 대리는 “포스메이트에서는 정진극 씨가 먼저 내부고발 사실을 얘기했다는 소문이 있다. 나도 들은 얘기일 뿐 정확히는 모른다”고 해명했다.
포스메이트의 정 국장에 대한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정한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메이트 부당해고 구제 신청’에 대한 판정서에서 “근로자(정진극)가 포스코 신문고에 신고한 사실을 동료직원에 말한 사실이 있어도… 근로자가 포스코의 신문고에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적정한 주의를 다하지 못한 이 사건 사용자(포스메이트)와 포스코의 잘못이 면책된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
▲ 정 국장은 포스메이트에서 3년간 근무하며 사내에서 벌어진 비위행위 33건을 포스코 정도경영실에 신고했다. 사진은 포스메이트가 입주해 있는 테헤란로 빌딩. ⓒ스카이데일리
공 모 사장이 정 국장의 실명을 거론했냐는 점에 대해 포스메이트 유병대 인사그룹장은 “서울행정법원의 기각에 대해 2심을 추진중이다. 2심을 통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정씨에 대해 부당해고구제를 결정했고 포스메이트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4월 법원은 포스메이트의 소를 기각했다. 현재 포스메이트는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본사 조사 받자 포스메이트 ‘시간외 근무일지’ 조작 의혹”
정 국장은 포스코가 포스메이트를 조사한 이후 포스메이트 측이 문제가 된 ‘시간외 근무일지’를 조작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2012년 정 국장의 신고를 접수받은 포스코 정도경영실은 포스메이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비위행위를 확인했다. 포스코 측은 관련자들의 비위행위가 경고·징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포스메이트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국장은 이 과정에서 포스메이트는 포스코로부터 시간외 수당 부정 수급에 대해 조사를 받자 해당 자료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정 국장에 의하면 포스메이트 내부에서는 실제로 정규시간외 근무를 하지 않았는데 근무내역에는 근무를 한 것처럼 허위로 작성하는 일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회사의 간부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정 국장은 말했다.
정 국장이 공개한 녹취를 보면 포스코가 시간외수당 부당수령에 대해 조사하자 포스메이트 직원과 간부가 시간외 수당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내용이 담겨있다.
녹취록에 의하면 한 직원은 “일반직원들에 대한 시간외 수당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사실 그게 급여수준에 직결되는 문제다. (정도경영팀) 팀장님도 잘 아실거고 향후 대책은 있는지 말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정도경영팀 팀장은 “(시간외수당 부당수령을) 안하게 되면 분명히 15시간이면 한달에 15만원씩 깎일텐데 연간 거의 200만원 가까이 줄어들텐데…”라고 답변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허위로 작성된 ‘시간외 근무일지’가 문제가 되자 포스메이트가 해당 자료를 인멸하고 실제 근무 내역만 기입된 새로운 ‘시간외 근무일지’를 직원들이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 정 국장은 포스메이트 직원들이 시간외 근무일지를 허위로 작성해 시간외 수당을 부당수령한 사실을 신고했다. 정 국장은 포스메이트가 시간외 근무일지를 인멸하고 새로운 근무일지를 작성하도록 직원들에게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정 국장이 공개한 증거 인멸 전의 시간외 근무일지. <자료=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포스메이트는 새로운 일지를 작성하기 위해 직원들의 출·퇴근 장면이 녹화된 CC TV 기록과 일지 내역을 대조해 실제 근무 기록을 직원들 스스로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직원 대부분이 정도경영팀의 이 같은 지시에 따랐지만 정 국장과 2명은 거부했다고 한다.
정 국장이 녹취한 자료에 따르면 포스메이트 정도경영팀은 이들에게 다른 조치가 있을 것을 암시했다. 녹취 내용을 보면 정도경영팀 팀장은 “CC TV에 동의 안하는 사람들은 따로 불러서…별도로 이 사람들 안한다고 이야기 할테니깐…안하는 사람들은 별로도…이 사람들 명단을 동의 안한다고 보낼테니깐…”고 말했다.
이 일이 있은 후 정 국장과 2명은 포스메이트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정 국장이 받은 경고장을 보면 “2012년 2월 포스코 정도경영실에서 시간외근무 수당관련해 조사후 해당 팀장으로부터 실제 초과근무를 한 경우만 시간외 근무수당을 신청하라고 지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3h, 3시간) 시간외 수당을 부당신청 했음”이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포스메이트는 기존 자료를 인멸하고 새로운 자료를 직원들이 작성하도록 강제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자료 조작입니다. 그런데 사측은 이를 ‘실제 초과근무를 한 경우만 시간외 근무수당을 신청하라는 지시’라고 표현했습니다. 포스메이트가 자료를 인멸하고 조작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입니다”
정 국장이 주장하는 자료 인멸과 조작에 대해 스카이데일리는 포스메이트 측에 수차례 답변을 요청했으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정 국장, “시간외수당 부당 수령을 간부도 본사도 묵인”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2013년 말 감사보고서 공시 기준> ⓒ스카이데일리
정 국장은 경고를 받은 후 3시간 부당신청에 해당하는 약 3만원의 금액이 환수됐다.
“이 내용을 신고했을 당시 포스코 정도경영실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간외 근무 부당수령 등)은 일종의 거래다. 포스코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문화다’라고요. 이는 포스코가 이미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외 수당을 부당수령한 다른 직원들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몇 명만 조치를 받았습니다”
정 국장의 주장에 대해 포스코 그룹 홍보실의 이상춘 그룹장은 스카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해당 팀장은 정씨와의 면담에서 포스메이트의 시간외 수당에 대해 설명한 것이지 포스코 그룹 전체를 언급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래니 문화니 하는 발언들은 포스메이트와 관련된 것이다. 감사역할을 하는 정도경영실에서 포스코 전체가 비위행위에 관련됐다고 말할 리가 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 정 국장(사진 오른쪽)은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공익신고자에서 공익신고자를 돕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는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처한 공익신고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한때 몸담았던 기업의 비위행위에 대해 털어놨던 정 국장은 그간의 고초에 대한 심정을 담담히 밝혔다.
“윤리원칙을 지키고자 한 것뿐인데 오히려 제게 불이익이 돌아왔습니다. 왕따에 해고까지. 저는 물론 가족들도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거대기업 계열사와 싸우려니 여러모로 힘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싶습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 국장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부고발은 힘든 일입니다. 그 사정을 알기 때문에 저와 같은 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습니다. 내부고발자·공익신고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내부고발자는 배신자가 아니라 공익을 위해 용기를 낸 사람으로 알아줬으면 합니다”
정진극 국장이 근무하는 한국공익신고지원센터는 우리 사회의 부패를 방지하고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부 고발자들이 함께 만든 반부패운동 시민단체다. 지난 4월 개소했으며 당산동에 사무실이 있다. 소장은 1990년대 ‘군 부재자투표 양심선언 사건’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이지문 씨가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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