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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중앙선관위 앞에 ‘소금돌(鹽石)’을 세워라
김영욱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09 00:02:40
▲ 김영욱 정치부장·국장대우
몇 해 전 HD드라마 전문 채널에서 방영된, 중국 최고의 청렴관(淸廉官)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염석전기가 생각나는 하루다. ‘울림석으로도 불리는 염석(·소금돌)은 고대 중국 오()나라 관원이던 육적(陸積)과 관련된 것으로, 청렴한 관직 생활을 상징한다.
 
육적은 중국 고사성어 회귤고사(懷橘古事육적회귤(陸積懷橘)의 주인공. 육적은 6세 때 태수 원술(袁述)이 먹으라고 내놓은 귤을 먹지 않고 품 안에 숨겼다가 떨어뜨렸다. 원술이 왜 귤을 안 먹고 숨겼느냐고 묻자 육적은 어머니께 드리려고 그랬다고 답했다. 원술은 어린 육적의 효심에 크게 감동했다. 훗날 오나라 손권의 참모가 된 육적은 울림 태수 시절 청렴한 생활로 칭송이 자자했다.
 
육적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이삿짐이 너무 가벼워 배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 큰 돌을 실은 뒤에야 배가 균형을 잡았다는 전설에 사람들은 육적을 칭찬하면서 이 돌을 염석이라고 불렀다. 염석은 백성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지만 뇌물을 사양하고 탐관오리를 척결하는 청렴하고 공정한 관직 생활을 상징한다. 이 염석은 현재 중국 소주 문묘박물관에 있다.
 
이 드라마에 대해 중국의 국가청렴위원회까지 나서 오늘날 중국 사회를 깨우치고 경고하고 정화시키는 드라마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드라마를 새삼 떠올린 것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복마전을 접하고서다.
 
내년 총선이 4월에 치러진다. 그런데 국회의원 300명을 뽑는 선거를 관리할 선관위가 썩을대로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말이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들이 꼼짝 못하는 곳이 선관위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대통령선거·국회의원선거·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관리하고 있다.
 
선관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일반 국민은 별 관심 없지만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자치단체장은 물론, 하다못해 기초의원들·조합장들마저 무서워하는 곳이 선관위다.
 
그런 공정한 한 표를 관리해야 할 선관위가 개판이다. 우선 아빠 찬스 채용’ 논란으로 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최근 나란히 사표를 썼다. 선관위가 지난달 245급 이상 간부 전원을 대상으로 자녀 채용 의혹 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꼭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장관급인 박 총장과 차관급인 송 차장의 딸과 아들은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 2022년과 2018년에 각각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채용 과정에 아빠 동료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 해당 인사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가 되면 신고해야 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았다.
 
이는 성실하게 근무하는 다른 공무원들을 허탈하게 하는 것은 물론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박탈감을 안겨주는 것으로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선관위 측은 채용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졌고, 아버지들이 영향을 미친 건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에 수긍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또 지난해 3.9 대통령선거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직원들이 최근 10년 사이 일 안 하고 놀고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휴직자의 업무를 대행하는 공무원 대부분을 계약직이나 기간제가 아니라 정규직 경력 채용 방식으로 뽑는다. 당시 여권에서마저 선거를 관리하는 헌법기관 직원들이 정작 선거를 앞두고 대거 휴직하고, 일부 간부는 휴직자들의 공백을 메운다는 명분으로 도덕적 해이 사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선관위 간부들은 민주주의의 꽃을 책임지고 관리한다는 사명감과 자존감은 온데간데없고 고작 자식 채용 등에만 눈독을 들였다. 나아가 부하 직원들은 비선거 시즌엔 직원을 바꿔 가며 펑펑 놀았다. 참담한 상황이다. 지금 선관위는 비상대책위원회라도 구성해야 한다. 투톱 사퇴는 이제 선관위 개혁 논의로 이어질 것이다.
 
우선은 선관위 위상부터 다시 정립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여야 모두에 불편하고 골치 아프고 못마땅한 존재가 바로 선관위의 정치적 포지션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때 국민이 신뢰하는 국가기관 1위 평가를 받기도 했던 선관위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번 일을 빌미로 선관위의 독립성과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노력이 훼손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관위의 뼈를 깎는 자성을 거듭 촉구한다.
 
선관위 청사 앞에 염석(鹽石)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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