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새 시중은행 허용… 은행권 과점 체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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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전국 영업망’ 시중은행 전환 신청… 은행업 인가 상시 신청 받아

임진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7-05 12:47:51

▲ 서울 시내의 한 건물 앞에 주요 은행 ATM이 나란히 설치돼 있다. 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금융당국이 국내 5대 대형 은행 체제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은행업 인가 문턱을 대폭 낮춰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5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은행 영업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올 2월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경쟁 촉진 방안을 논의해 왔다.

핵심은 은행업 인가 문턱을 대폭 낮춰 은행권에 ‘메기’로 통용되는 신규 플레이어를 들여와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금융당국은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할 계획이다.

이미 대구은행이 전국적 지점망을 가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타진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면 1992년에 설립된 평화은행(현 우리은행) 이후 31년 만에 새 시중은행이 은행권에 탄생하는 셈이다.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인가 정책도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오픈 포지션’으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사실상 금융당국에서 인가 방침을 먼저 발표한 후 신규 인가 신청·심사가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사업자가 자금력과 적절한 사업 계획만 갖췄다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상시로 문을 열어 놓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은행 산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꾸겠다”며 “실제 경쟁자가 진입하지 않더라도 잠재적 경쟁자를 인식하게 될 경우 경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지방은행·외국계 은행 지점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높여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한다.

당국은 이번 조치로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 범위가 확대되고 외국계 은행 원화 예대율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활성화 및 핀테크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금융 업무 범위 확대 등 금융사와 IT 간 협업도 강화한다.

기존 금융사 간 대출·예금 금리 경쟁도 촉진시킨다.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는 연내 주택담보대출까지 확대된다.

다만 TF 논의 초반 핵심 논의 사항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은 보류됐다.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권 금융사에 대한 지급결제 업무를 허용해 은행 핵심 기능인 수신과 지급 결제 부분에서의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신중론에 무게가 실렸다.

은행권 금리 및 성과급 체계도 개편한다. 시장금리의 급격한 변동이 대부분 차주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하반기에 출시한다.

변동형 금리가 대부분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고 대출금리 조정 속도에 대한 관리·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경기 불황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국민 생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 홀로 과도한 성과급을 지급하며 ‘국민을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해 돈 잔치’를 이어갔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당국은 성과급 조정 및 환수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장기 성과에 기반한 성과 보수 지급을 강화하고 임직원 성과급·희망퇴직금 및 배당 현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손바닥 뒤집기’ 식의 이자 장사가 아닌 비이자이익 비중을 확대할 수 있도록 투자자문업과 신탁업 제도 개선을 통해 은행권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또 당국은 병원 및 회계법인 등 비금융 전문회사와 은행 간 협업을 허용해 다양한 신탁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선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이번 방안으로 ‘가격(금리)’과 ‘서비스’에 대한 실질적인 경쟁을 강화해 금리 인하와 대출 상품 선택권 확대 등 국민의 금융 편익을 향상시키겠다”며 “이를 통해 은행권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jy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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