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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광화문에서 86세대 운동권출신 인사들의 ‘민주화운동 동지회’(가칭)가 발족했다.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겨냥해 “쓰레기 치우기” “과거의 설거지”를 외치는 모임이다.
‘대한민국 살리기’를 위해 反독재투쟁 경력자들이 내놓은 최초의 집단적 입장 표명이자 결사(結社)라 주목된다. 당초 집회장소가 1987년 6월 항쟁의 출발지였던 대한성공회 주교좌성당으로 예정됐었으나 끝내 개방되지 않아 그 옆 서울시의회 건물 앞에서 시작됐다.
이날 현장엔 취지에 공감한 몇몇 민주화운동 원로, 화려한 경력의 80년대 투사들, 시민 등 100명 정도가 모였다. 지난달 모임을 구체화하면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한다. 주축은 민청학련 사건(1974) 부마항쟁(1979) 등으로 구속된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서울대 삼민투위원장으로 1985년 미 문화원 점거농성 주모자에서 군산의 자영업자로 변신한 함운경 네모선장 대표, 1997년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결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 민경우 현 대안연대 대표 등이다.
이 자리의 주인공들은 골수 좌파였다가 전향했거나, 반 독재투쟁에 투신했지만 ‘종북’ 등 반 대한민국세력과 결연한 자세를 취한 사람들이다. 운동권 출신들의 출발과 변질 과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큰길가에선 마침 전광훈 목사 주도의 광복절 태극기집회가 진행 중이었다.
광복 78주년, 건국 75주년인 이날 광화문의 역사적 의미를 더할 ‘태극기집회’와 ‘민주화동지회 발족’ 모임이 동시에 열린 셈이다. 출발점과 방법론이 다를 뿐 방향은 하나, 즉 ‘대한민국 살리기’다.
결성 제안문을 낭독한 함 대표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민주화운동은 87체제 도입으로 그 역할을 마쳤다. 하지만 일부 운동권이 30여 년 지난 현재까지도 민주화 상징을 독점하며 진영논리로 나라를 분열시켰다.” 그래서 “운동권이 만든 쓰레기는 운동권이 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결사의 핵심정신이 녹아 있다.
제안문은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지지하며 대결과 증오를 부추기는 세력을 축출하자. 이제 민주화운동의 옛동지는 하나가 아니다. 마음은 젊은 날의 초심 그대로인데 생각이 바뀐 사람은 오라. 우리 함께 후손을 위해 ‘설거지’를 하자”고 호소했다. 정의를 향한 젊은날의 뜨거움과 현실을 바라보는 냉철함을 녹여냈다, 민주화운동가의 전통이 최근 몇 년 어떻게 무너졌는지에 대한 통렬한 개탄이다.
찬조 연설들도 이목을 끌었다. 인명진(목사) 오진영(작가) 이기정(고교교사) 이황헌(국민의힘 당직자) 김건(신 전대협 공동의장) 등 다양한 세대의 연설자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토대로 현 시국의 우려와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이기정은 민주화운동 경력이 ‘조국사태’를 거쳐 결정적으로 부끄러움이 돼버린 과정과 비애를 전했다. 오진영 작가는 “공적인 단체나 조직에 참여해본 적 없이 오로지 제 앞가림만 하며 살아온” 자신이 이 자리에 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열심히 일해 전문성을 쌓으면 그에 맞는 물질적 사회적 대우가 주어질 대한민국 중산층의 삶, 그런 삶이 이발사로 일하는 27세 내 아들에게도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발족 후 이 모임이 추진해야 할 당면 과제는 80년대적 세계관·역사관·가치관의 극복이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이 남긴 반 대한민국 역사관 △민주화운동의 상징자산 사취 및 독점 △반미·반일 틀에 갇혀 북한의 신정(神政)체제에 관대한 입장 △독선과 흑백논리 △도덕적 우월감과 그에 따른 선민의식 등이다. 카르텔화한 이익집단으로서의 운동권 인맥을 공적인 장에서 퇴출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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