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희의 작가노트] 참으면 병, 참지 않으면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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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요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9-06 06:30:30

1+1=3은 헤겔의 변증법을 수학적으로 도식화한 것이다. 산술적으로 맞지 않는 계산이지만 삶에 도입하면 매우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화를 참으면 병이 오고, 화를 내면 손해가 된다는 말이 있다. 난감한 일이다.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가령 누군가 “넌 못생겼으니까 내 생일파티에 올 수 없어”라고 말했다고 치자.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라도 모욕감이 들 만한 언사다. 이럴 때 화를 참으면 화가 안으로 곪아 마음에 병이 든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화를 내면 못생긴 데다 옹졸하기까지 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영영 남의 생일에 초대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런 곤란은 화를 내느냐, 참느냐 두 가지 답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럴 때 1+1=3이 필요하다. 제3의 답을 찾아내야 한다.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보자. 나는 기억 안 나지만 언젠가 비슷한 말로 나에게 모욕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앞으로 언행을 주의해야겠어.”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다. 혹은 “저 친구가 나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나 보군. 다른 데서도 저렇게 행동하다간 좋지 않은 일이 많을 텐데 걱정스럽군.” 이 정도로 생각하는 게 현명하다.

헤겔의 ‘부정의 부정’은 ‘정반합’으로 많이 알려진 원리다. 먼저 ‘어린아이’를 부정하면 ‘어른’이 된다. 이것이 첫 번째 부정이다. 때가 되면 어린아이의 유치함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완성형이 아니다. 여기서 한 번 더 부정이 일어나야 한다.

▲ 1828년 게오르크 헤겔이 베를린대학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프란츠 쿠글러 그림

곧 어른의 경직성을 부정하여 다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른을 통과한 어린아이가 진정한 어른이다. 몰라서 속는 게 아니라 알고도 속아 주는 사람이 어른이다. 어린아이+어른=어린아이(진정한 어른). 이것이 헤겔의 1+1=3의 원리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떠들썩한 잔치에 참석하느니 그 시간에 영화를 한 편 보거니 책을 읽는 게 더 현명한 일이다. 미루어 두었던 집안 청소를 해도 좋을 것이다. 마음이 맑아질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시인·소설가

임요희 필진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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