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 쌓이는 악재… 기업 ‘돈맥경화’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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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금리 급등… 기업들 일반회사채 8조3000억 원 상환 앞둬
은행채 발행 급증·한전채 폭탄 우려에 기업들 자금조달 부담 가중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0-10 11:17:47

▲ 10일 한국거래소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만기일이 연말까지인 일반회사채(공모·사모)의 발행잔액은 총 8조28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회사채 시장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연내 갚아야 할 만기물량이 8조 원 이상인 가운데 고금리 장기화 우려로 회사채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상황도 녹록지 않다. 우량채권인 은행채의 발행은 급증했고 한전채도 무더기로 쏟아질 전망이다. 회사채 투자 매력이 감소해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한국거래소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만기일이 연말까지인 국내 일반회사채(공·사모)의 발행잔액은 총 8조28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10월 4조5188억 원 △11월 3조5038억 원 △12월 2596억 원이다. 신용등급별로는 △AA+~AA- 2조4100억 원 △A+~A- 2조385억 원 △AAA 8900억 원 △BBB+ 2050억 원 등의 순으로 많다.

위기는 올해로 끝나지 않는다. 기업들은 내년 상반기에도 34조3344억 원 규모의 일반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발행잔액 규모는 △1월 5조7809억 원 △2월 6조889억 원 △3월 4조5583억 원 △4월 8조472억 원 △5월 4조3083억 원 △6월 5조5507억 원 수준이다.

문제는 금리가 급등해 차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BBB-급 3년물 회사채 금리는 6일 11.199%로 연 11%대 고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4일에는 11.281%까지 치솟으면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AA-급 3년물 회사채 금리도 6일 4.796%로 사흘 연속 연 4.7% 이상을 기록했다. 연저점인 3월24일(3.928%)과 비교해 1%p 가까이 뛴 상태다.

국채 금리가 뛰고 있어 회사채 금리 상승세가 꺾이는 것도 쉽지 않다. 통상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그보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는 따라 오른다. 7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795%로 전일 대비 1.57% 상승했다. 9월 말 연 4.6%를 돌파하고 이달 초 연 4.7%마저 넘어섰다.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이다. 한·미 금리 동조화 현상으로 한국 국고채도 뛰고 있다. 국고채 3년·5년물 금리는 4일 연 4%를 돌파하면서 연고점을 경신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은행채가 쏟아지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4조6800억 원으로 8월(3조7794억 원)에 이어 두 달 연속 순발행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월간 기준 최대치다. 작년 말 ‘레고랜드 사태’로 대거 출시한 고금리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은행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에 적극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우량채로 취급되는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채권시장 시중자금을 흡수해 회사채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회사채 금리 부담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 은행채 발행을 부추겨 회사채 금리를 재차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 간 수신금리 경쟁을 막기 위해 이달부터 만기도래분의 125%로 묶어뒀던 은행채 발행한도 제한을 풀기로 결정했다. 은행채 발행 폭을 한층 더 넓힌 셈이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예방하는 것으로 금융당국의 목적은 명확하지만 회사채 시장에 상충하는 효과를 초래해 발행 부담을 늘린다”며 “4분기 은행채는 순발행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수급 이슈가 해결되기 전까지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도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우량채인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가 무더기로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높은 신용등급(AAA) 및 금리를 바탕으로 일반회사채로 가야 할 수요까지 빨아들이면서 회사채 투자 심리를 누그러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전채 발(發) ‘구축효과’인 셈이다.

한전은 9월11일 2년물 3100억 원·3년물 1900억 원어치를 찍어내면서 석 달 만에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올해 발행된 한전채 규모는 총 11조9300억 원이다. 정부가 올해 목표로 한 발행량이 최대 15조2400억 원임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3조3100억 원을 더 발행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한전의 대규모 영업적자 등을 고려해 한전채 발행량이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7조23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3년 연속 적자 지속이다. 천연가스 가격이 치솟아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금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워 한전채 발행에 기댈 수밖에 없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금리는 대외 이벤트에 의존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한·미 금리 간 상관관계는 더욱 높아졌다”며 “미국 금리가 높아질수록 단기적으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가계부채 등과 연동된 대출금리 상승과 은행채 발행량 증가 등 악재에 더 민감해지면서 수급 불안이 지속될 수 있어 이달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