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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24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코스닥도 800선조차 위태롭다. 미 국채 금리 및 원·달러 환율 급등에 외국인이 ‘팔자’ 행진에 나선 결과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웃돈 점도 증시 악재로 다가온다.
증권가는 긴축 장기화를 우려하면서도 미국의 물가지표와 삼성전자의 잠정실적이 증시 분위기를 전환할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코스피지수는 9월27일(2465.07) 대비 2.29% 내린 2408.73에 장을 마감했다. 5일 장중에는 2402.50까지 하락하면서 3월24일(2399.4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주(4~6일) 코스닥지수도 841.02에서 816.39로 2.93% 내려갔다. 4일에는 4% 급락했다. 7월26일(-4.18%)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4~6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639억 원을 팔아치웠고 기관은 2784억 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9월20일부터 9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서고 있다.
반면 개인은 지난주 1조2928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추가 하락을 막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과 외국인이 967억 원·16억 원씩을 팔고 기관이 홀로 1070억 원을 사들였다.
이 같은 하락세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적인 정책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미 국채·달러 가치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들은 고금리 지지 발언을 연이어 쏟아내며 긴축 공포에 불을 붙였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3일 콘퍼런스 콜에서 “다음 달 FOMC 회의 때 미국 경제가 최근 FOMC 회의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면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내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인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같은 날 행사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지만 인하 역시 마찬가지”라며 “나는 동결을 원하고 이것이 오랫동안 적절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6일 기준 연 4.782%로 지난달 25일부터 연 4.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3일에는 연 4.802%에 마감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연 4.8%대를 넘어섰다.
달러 가치도 뛰었다. 원·달러 환율은 6일 1349.90원에 마감했다. 7월18일(1260.40원)과 비교해 90원 정도 올랐다. 4일에는 1363.50원까지 치솟으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도 11개월 만에 107대를 넘어섰다.
이번 주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호조를 나타내면서 긴축 장기화 기조에 힘을 실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9월 비농업 일자리는 한 달 동안 33만6000개 증가하면서 월가 예상치(17만 개)의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일자리가 늘었다는 것은 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뜻이므로 연준은 부담 없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10~13일 국내 주식시장이 긴축 공포의 영향권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변수는 13일 발표되는 미국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다. 여기서 근원 CPI가 하락 추세를 이어 간다면 긴축 공포 심리를 줄일 수 있고 반대로 상승으로 전환하면 연준의 긴축 강도 우려를 키워 증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미국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블룸버그는 9월 근원 CPI 예상치로 4.1%를 내놨고 클리블랜드 연은은 4.17%를 제시했다. 8월 근원 CPI(4.3%)를 밑도는 수준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임대료 가격 상승률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근원 물가 하락세 확인 이후 시장의 초점은 금리보다 기업 실적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11일 발표되는 삼성전자의 잠정실적도 증시 국면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이다. 반도체 업황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반도체 수출액은 99억 달러로 전년 동월(115억 달러) 대비 13.6%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68억6000만 달러·2분기 75억5000만 달러·3분기 86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러한 변수를 고려해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지수 예상 범위를 2370~2550로 제시했다.
나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D램 감산 규모를 확대 중이고 4분기에 고객사항 메모리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가격 반등과 메모리 수요 확대로 반도체 업황 다지기가 확인되면 반도체 업종 주가 매력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주보다 대형주를 추천하고 업종 중에서는 반도체에 대한 접근이 유리한 국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서 직접 수혜가 기대된다”며 “올해 반도체 수출은 반등하는 추세로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어 코스피가 조정 구간을 거치면서 반도체의 주도주 지위는 견고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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