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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 역사를 판타지로 만든 영화 ‘서울의 봄’ 유감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12-08 00:02:40
▲ 임명신 정치부장·부국장
서울의 봄이 개봉 약 2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1000만 흥행까지 갈 것이라고들 한다. 문제는 영화 내용이 역사로 받아들여진다는 현실이다.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팩트+픽션) 정도를 넘어 판타지수준인데 관련 영상·기사에 달린 수백수천 댓글을 훑어 보건대 판타지로 즐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허구의 안전장치 뒤에 숨어 역사관을 주입하고 있다. 픽션의 틀을 빌어 이 나라에 공헌한 주요 실존 인물을 폄훼하는 식의 역사 해석은 대한민국 부정 논리와 연결된다. 비록 부실한 출발이었고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대한민국의 가치와 방향성을 소중히 여길수록 그 해체를 막고 다가올 문민시대의 기틀을 다진 5공화국은 부끄러운 역사가 아니다.
 
박정희 사후 전면적 민주화로 직진해야 하는 것이었을까? 전두환 주도의 신군부와 그들이 영입한 관료·전문가들이 아니었으면 이 나라 산업화는 미완에 그쳤을 게 자명하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며 밀어붙인 박정희의 18년 노력이 열매 맺지 못했을 것이란 추론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중 데탕트, 베트남 공산화, 미군철수론, 유가 폭등 등 절체절명의 악재 속에 추진된 유신 체제의 실질적 효용도 깡그리 무산됐으리라. 
 
우리의 먹고사는 수준이 유신을 거치며 겨우 북한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70년대 말 개혁개방에 진입한 중국과의 경쟁을 80년대 민주화된우리나라 경제가 감당 가능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상상이다. 박정희를 향해 니 무덤에 침을 뱉으마비웃던 사람들조차 산업화 공로를 일정 부분 인정하게 됐으며 일각에서나마 이승만 평가 또한 제자리를 향하는 중이다. 신군부 출신 두 대통령만 예외다. 
 
무엇보다 전두환 악마화가 이승만의 경우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제주 4.3과 광주 5·18 비극의 진짜 원인에 눈감은 채 모든 책임을 이 두 인물에게 떠넘겨 왔다. 혐오와 원망도 집요하다. 건국·호국의 주역 이승만과 해체 위기의 국가를 건사한 전두환이야말로 대한민국=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인 사람들에겐 끝내 용서 못 할 존재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지난달 한 근·현대사 세미나에서 철학자 최진덕 한국학연구원 명예교수가 5공 신군부를 자유주의 신봉자들로 짚었다. 신군부의 중심인 육사11기는 첫 4년제 출신이다. 미국 유학 기회가 주어졌고 업무상 미군과 자주 교류한 사람도 많다. 박정희 시대 군인 엘리트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 시절 이승만이 어떤 구상과 정성으로 4년제 육사를 키웠나 등에 우리는 지나치게 무지하다.
 
1950·60년대 세계 최고 시스템의 미 육사 웨스트 포인트커리큘럼과 일상 교육이 대한민국 육사 이스트 포인트에 이식됐다. 현대적 무기체계 운용에 필요한 수학·물리학·공학, 인류 과학기술과 국제정치의 궤적인 전쟁사를 중심으로 인문·사회과학을 가르쳤으며 영어와 제2외국어는 기본, 스포츠에 사교춤까지 정규 과목이었다. 
 
육사 내무반 등 학내 생활이 자치로 운영됐다는 점 또한 놀랍다. 이를 풀뿌리 민주주의에 익숙한 이유로 해석하기도 한다. 최 교수의 미국식 자유민주주의가 몸에 밴 사람들이란 평가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두환의) 단임 약속 실현이 이런 측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가 발전 성과를 냈고 정권 연장의 명분·방법에도 밝을 군부세력이 스스로 물러난 예는 세계사에 달리 발견되지 않는다. 이런 엘리트집단을 군바리로 경멸해 온 심리란 뭘까. 성리학 기반 수백 년 극단적 문치주의, ···상 질서의 관성 아닌가 싶다. 
 
최 교수의 표현을 빌면 박정희·전두환은 대의를 위해 목숨 던져 본 적 없는 책상물림 지식인들의 이해 수준을 훨씬 뛰어넘은 비극적 영웅들이다. 특히 전두환에 대해선 위기 수습 후 최선을 다해 직무에 임했고 대한민국 안보·경제를 반석에 올렸음에도 살인마’ ‘군사독재자로 몰려 죽을 때까지 좌파 이상주의자들에게 몰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통일을 희구하며 파주에 묻히길 원한 전두환이었으나 반대에 부딪혀 유골함은 2년이나 자택에 머물러야 했다.  
 
이승만·박정희를 악의적으로 왜곡·조롱한 다큐 백년전쟁이 생각난다. 2012년 유튜브에 유포됐을 때 일방적 악마화·희화화에 오히려 궁금해져 검색을 계속하다가 이승만학당 등을 통해 역사의 진실에 다가간 나 같은 사람이 더 나오길 바란다.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면 5공 시대 우리 삶이 개선된 양상들과 그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등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지길 고대한다.
 
19791212일 역사가 진지하게 궁금하다면 영화 대신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던 육사17기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의 증언을 권한다(펜앤마이크). 12.1210.26 대통령 시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정승화 참모총장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합동수사본부장 전두환이 정승화 조사의 불가피성을 절감했던 것이다. ‘쿠데타혐의를 굳이 따지자면 김재규가 벌인 일과 그에 동조한 행위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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