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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컵값을 음료 가격과 별도로 받는 이른바 ‘컵 따로 계산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소비자 체감 물가와 자영업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서울 강동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직장인 김모씨는 계산대 앞에서 잠시 멈칫했다. “컵값 200원 추가됩니다”라는 직원의 설명 때문이다. 김씨는 “매일 마시는 커피라 텀블러를 챙길까 고민은 들지만, 바쁜 아침마다 들고 다니는 게 쉽지는 않다”며 “200원이 크진 않지만 반복되면 신경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장면은 앞으로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일회용 컵을 무상 제공하지 않고, 컵 가격을 최소 100~200원 수준으로 별도 부과하는 방안을 담은 ‘탈플라스틱 종합대책’을 보고했다. 기존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현장에서 정착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자가 비용을 직접 체감하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보고 자리에서 컵 보증금제에 대해 “컵을 가져오면 돈을 돌려주는 방식은 탁상행정 느낌이 난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기후부는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일회용 컵 비용을 분리해, 소비자가 선택의 결과를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선택지는 분명하다. 일회용 컵을 쓰면 컵값을 내고, 개인 텀블러를 가져오면 컵값을 아끼는 데다 매장별 텀블러 할인(최대 500원)과 탄소중립포인트제 적립(300원)을 더해 최대 1000원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책 설계만 놓고 보면 ‘부담과 유인’을 동시에 건 구조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 강동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문제는 컵값 200원이 아니라 계산 과정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점”이라며 “피크타임엔 주문이 밀리는데 컵 여부를 일일이 묻다 보면 컴플레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컵값을 점주가 흡수하기도 어려워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카페 점주 16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답했다. 컵값 자체보다 인건비와 운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동조합 측은 “이미 원가와 인건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흡수할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소비자 인식도 단순하지 않다. 환경 비용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체감 물가 상승으로 인식할 가능성도 크다. 직장인 최모씨는 “커피 가격이 그대로여도 영수증에 ‘컵값 200원’이 찍히면 심리적으로는 가격이 오른 느낌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회용품 규제는 컵에만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빨대도 재질과 관계없이 고객이 요청할 때만 제공하도록 하고, 매장 내에 자유롭게 비치하는 방식은 금지할 방침이다. 또 규제 완화로 한동안 허용됐던 식당 내 종이컵 사용도 다시 제한된다. 대형 업장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하되, 소규모 업장은 실태 조사를 거쳐 규제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보증금제는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불편을 줘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며 “이번 대책은 체감도와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르면 23일 종합대책 초안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거쳐 세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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