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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北개입’의 실체를 규명할 열쇠는 광주가 쥐고 있다는 신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두환 회고록을 출간한 민정기(82·사진)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10일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유공자 명단을 광주 스스로 공개함으로써 북한군 개입과 무장폭동이라는 오명을 지워야 할 시기”라며 이같이 제언했다.
앞서 5·18 유공자 50여 명은 2022년 11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5·18 가짜 유공자를 척결하고 국가유공자로 예우하라”며 기자회견을 했고, 전수조사를 통해 가짜로 드러난 이들의 예우를 박탈하라고 거듭 요구해 왔다.
계엄군 출신 인사들은 ‘유공자’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르지만,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선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다.
특히 그간 제기됐던 무기고·교도소 습격과 별도로 ‘군분교 20사단 지휘차량 피탈’ 사건 가담자가 기재된 유공자 ‘공적조서’ 공개 여부는 본지도 관심사다.
1980년 5월21일 오전 8시10분에 벌어진 이 사건은 애초 계엄군의 폭압에 맞선 5·18 당시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 소행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과정에서 군 전술에 능한 세력이 개입한 고도의 차단·절개 작전 성격이 뚜렷했으며 5·18이 악화일로로 전환되는 군사적 변곡점으로 분석됐다.
20일 밤부터 발생한 대대적인 광주역 공격에 이은 것으로 20사단 병력 1만4000명의 광주 집결을 육로와 철로로 차단한 군사작전 형태라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이날 밤 광주역의 시위 양상은 이전과 달리 투입된 3공수여단이 대규모 시위대에 포위된 데다 잇단 차량 돌진 공격 등으로 계엄군 사망자가 처음 발생했고 전경도 4명이 숨지는 형태로 악화됐다.
피탈 직후 벌어진 군수품 공장 기습 및 군용차량 탈취와 무기고 습격·계엄군의 교전·전남도청 점령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일사분란하게 순차적으로 연결돼 있다. 정규군을 상대로 민첩하게 무장을 해제시키고 사단 지휘부 차량 14대를 탈취한 괴한들은 이후 군납 업체인 아세아자동차를 습격해 수백여 대의 군용 차량을 다시 훔친 데 이어 전남 44개 예비군 무기고와 좌익 사범이 수용된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본지에 “평범한 광주시민은 도저히 감행할 수 없는 군사작전 형태”라고 입을 모았다. 계엄군 출신 한 인사는 “모여 있던 시위대와 조우한 지프차를 성난 시위대가 공격했다는 시민군 측 증언과 군사 전략상 요충지인 길목 전부를 일제히 밤새 인력을 동원해 절개·차단한 당시 현장 상황은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북한군 개입의 실체를 규명하는 건 광주 스스로 충분히 의혹을 벗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5·18 연구가는 “스스로 명단을 밝히면 될 일인데도 꽁꽁 감춰둠으로써 계속 의혹을 산다면 귀책사유는 광주에 있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5·18민주화운동연구소 주최로 9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자유기업원 열림홀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서 “12.12는 정당한 수사이고 5·18은 전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보안사령관 시절 광주에 간 적이 없다”며 “5·18 관련된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니 회고록에서 언급 안 해야 하는데, 5·18 하면 전두환이 나오기에 일생을 회고하는 회고록에서 안 쓸 수 없으니 수사기록 재판기록을 참조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분교 20사단 지휘車 습격자 공적조서 先공개 돼야”
5·18 악화 기름부은 전환점… 軍전술 능한 세력 개입 확실
우발적 소행일 수 없어… 명단 밝히면 되는데 왜 숨기나
민정기씨 “全 前대통령 보안사령관 시절 광주 간 적 없어”
민 전 비서관은 강연이 끝난 뒤 연합뉴스 기자가 “전달 듣기로는 북한군 개입설이 허위라는 이야기를 해주신다고 해서 온 것”이라고 묻자 “나는 그 얘기를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곧이어 5·18부상자회 회장으로 소개된 황일봉 회장은 “방금 (민 전 비서관) 말씀이 광주의 개입을 지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와보지 않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나. 광주에 가서 북한군이 개입했는지 아닌지 확인한 다음에 회고록에 넣든지 해야 하지 않나”라며 “확인도 안 된 사항을 넣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전두환 회고록이 북한군 개입을 했다고 주장하게 돼서 결국 그것이 사법부 판단을 받아서 출판금지를 받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형석 재단법인 대한민국역사와미래 이사장 겸 역사학 박사는 “5·18 당시에 현장에서 활동했던 당사자와 전두환 대통령을 대리한 민정기 비서관께서 서로 대화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이어 “회고록과 북한군 개입설이 핵심인데 회고록을 꼼꼼히 읽어보면 어디에도 전 전 대통령이 직접 북한군 개입을 주장한 것은 없지만 지만원·김대령 박사를 인용했다는 것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더라는 인식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래서 전 전 대통령이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것으로 독자들은 누구나 인식했고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정간첩 세력과 교신이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광주에 북한군이 왔다고 하는 그런 개입은 사실 어떤 근거로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왕영근 국가안보구국연대 대표(목사)는 “북한군 개입이라는 건 선전포고하는 정규전이 아닌 전문적인 (고정)간첩, 김일성 주체사상 교시·지령을 받고 교주를 숭배하는 (공산주의자) 이런 사람들을 통해서 게릴라전으로 펼쳐진 형태를 의미한다”며 문재인정부에서 만들어져 북한군 개입설을 꾸준히 외면해온 정부의 부실한 조사를 염두에 두고 “북한 침투 분야에 깊이 관련된 전문지식인과 군사전문가가 필히 (정부 조사위에) 들어가야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문재인정부가 만든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위원장 송선태)는 전두환 합동수사본부장의 발포 명령을 규명하지 못한 채 4년간의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고 연합뉴스가 지난해 12월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활동을 마친 조사위는 핵심 직권조사 대상 21건 중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 △국가기관의 5·18 은폐·왜곡·조작 사건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 사건 △군과 경찰의 사망·상해 피해 △공군 전투기 출격 대기 의혹 사건 등 5건의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
이는 스카이데일리가 ‘5·18 진실 찾기’ 시리즈에서 기존에 알려진 사실과 다르다고 선행 보도한 핵심 쟁점들이 대부분 포함된 것이다.
조사위가 규명 불가 결정을 내린 사건들은 향후 작성될 최종 보고서에 실리지 않는다. 조사위는 직접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을 규명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특히 가장 관심을 끌었던 군에 의한 발포 경위 및 책임 소재와 관련해서는 1980년 5월20일 계엄군에게 실탄이 분배되고 자위권을 행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만큼 이를 발포 명령이라고 봤으나 특정 인물(전두환 합수부장)의 개입·연관성은 5·18 조사위가 찾지 못했다.
그동안 군·안보단체는 폭도의 대(對)정부 선제공격에 따른 정당방위 차원의 자위권은 발포명령으로 간주해선 안 되고, 삼성장군인 전두환 합수부장은 사성장군이자 사격 명령 권한을 지닌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대신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하지만 민주화운동 측에선 아랑곳하지 않고 ‘전두환 악마화’ 선전선동에 급급했고, 그 결과 ‘화려한 휴가’ ‘서울의봄’ 같은 역사 왜곡 영화의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게 군·안보단체의 시각이다. 이번 5·18 조사위의 규명 실패로 ‘전두환 발포명령설’의 허구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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