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데스크칼럼
[황종택 칼럼] 공천 ‘백락의 눈’은 갖췄는가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19 00:02:40
 
세상사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향한 공천(公薦)이 초미관심인 까닭이다. 후보를 잘 선정해야 한국 정치도 진일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모두 외치는 혁신 공천의 요체는 결국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다.
 
‘결정적 선거(critical election)’라는 말이 있다. 기존의 정치적 쟁점과 지역적 권력 기반·정당의 전통적 이념 토대가 무너지고 새로운 물갈이를 하는 선거를 말한다. 미국 정치학자 월터 버넘이 “미국에서는 가끔 선거 혁명이 일어나 정치와 사회의 기본 체질을 결정적으로 쇄신한다”며 도입한 용어다. 1960년 존 F 케네디·1980년 로널드 레이건·2008년 버락 오바마·2016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좋은 예다.
 
이런 점은 최근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여야가 각각 총선 이슈로 내세우는 ‘86 운동권 청산론’과 ‘검찰 독재 청산론’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이다. 유권자가 이번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운 인물이 발탁되기를 바라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민심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는 공천 결과를 내놓을지에 따라 총선 성적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손양(孫陽)은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다. 말(馬)의 관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서 말을 보면 성질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있었다. 하루는 길을 가다가  소금 수레를 끌고 가는 말을 만났다. 천하를 누벼도 시원치 않을 천리마가 일개 수레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그가 다가가 자기 옷을 벗어 말의 등에 덮어 주자 말은 머리를 들고 소리 내어 울었다 한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손양을 일컬어 ‘백락(伯樂)’이라고 불렀다. 본래 백락은 천마(天馬)를 다스린다는 별의 이름이다. ‘백락이 있은 연후에야 천리마가 있다’는 고사의 유래다. 어느 땅·어느 사회·어느 조직엔들 쓸 만한 사람이 없을까. 사람을 알아보는 눈과 기르는 노력이 부족할 뿐이다. 사실 인재를 얻는다는 것은 비단 한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국가를 생각할 때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그럼 누구를 위한 인재여야 할까. 중국 전국시대에 인재를 골라 쓰는 일에 골몰하는 제나라 선왕에게 간언한 맹자의 간언을 들어 보자.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성이고 다음은 사직이며 임금은 이보다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
 
요즘 말로 말하면 후보 선정 시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먼저 뽑고, 그 다음이 국익, 맨 나중이 권력자에 대한 충성도 순서로 정하라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백성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자는 늘 근면하고 고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럴 각오가 없다면 정치에 아예 뜻을 두어선 안 된다.
 
여하튼 정치권이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내홍을 빚고 있다. 여야 모두 공천 물갈이를 놓고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컷오프와 ‘연대’를 놓고 반발 등 후유증이 적잖다. 사실 사람은 저마다의 능력에 따라 용도가 다르다. 중요한 건 국정에 참여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할 때는 전문성과 도덕성·미래 비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절차의 공정성과 합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예컨대 권력자의 측근이라고 무조건 공천과 당선 기회를 주어선 안 된다. 능력과 도덕성 등이 미흡하면 마땅히 공천에서 배제되는 게 공익에 이롭다.
 
공천 갈등과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대거 공천되면서 친노·비노 계파 갈등이 불거지는 바람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쇄신에 나선 새누리당에 완패했다. 4년 후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이 ‘옥새 파동’으로 계파 갈등이 불거지면서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여야 모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거대 양당이 이번에도 혁신 공천을 외면하고 종전처럼 친윤(친윤석열)·반윤 혹은 친명(친이재명)·반명 등 계파별 이권 싸움에만 몰두한다면 민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은 선진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분기점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유권자의 의식이 성숙해져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선진문화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정신을 충족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민심을 얻는 꿈에 부풀어 인재 모시기에 나서고 있는 정당·정파에게 묻고자 한다. 참신한 인재를 볼 수 있는 ‘백락의 눈’은 갖추고 있는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새문안로 26 청양빌딩 7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조정진, 편집국장: 고동석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