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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여의도 문법’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굳이 범주를 정한다면 필자가 주장하는 문화 문법 안에 여의도 문법·정치 문법·페미 문법·아줌마 문법 등을 모두 넣어야 한다. 각각의 언중에 따라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가 엄청 짠 김치찌개를 해 주었을 때 감히 “이거 짜니까 다시 끓여 와”라고 할 간 큰 남편이 얼마나 있을까? 그냥 먹으면서 “맛있어!”라고 해야지 건강하게 오래 산다.
여의도 문법을 ‘여의도 사투리’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아마도 특정 집단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서로 약간의 의미 차이는 있지만 여의도 내에서만 쓰는 독특한 어법이 있기는 한가 보다. 왜 여의도에만 가면 ‘갈등(葛藤)’을 유발하는 어휘를 많이 사용할까 궁금하다. 갈등이라는 말은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을 일으킬 때’ 쓰는 말이다.
‘칡(葛)’과 ‘등(藤)나무’는 혼자서는 일어설 수 없는 것들이다. 칡은 오른쪽으로 돌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감고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니 둘이 엉키면 도저히 풀 수가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의지나 처지·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충돌을 일으킬 때’ 이 말을 사용한다. 요즘 ‘건국전쟁’이라는 다큐 영화를 보는 시각이 진보와 보수 사이에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갈등이라는 단어도 부족한 감이 있다. 오호, 애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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