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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나름대로 젊은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는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다. 그들만의 어휘를 써도 많이 알아듣고, 그들과 함께 놀기 위해서 신조어를 SNS에 올리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하기까지는 참으로 힘든 결단이 필요했다. 지나치게 문법만 고집하니 아이들과 어울릴 수 없고, 맞춤법 틀릴까 봐 필자에게 문자 보내기도 어렵다는 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요즘 ‘킹 받는다’는 말을 엄청 많이 들었다. 문맥으로 볼 때 “열 받는다”는 뜻인데 왜 ‘킹’이라고 표현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답은 중학생과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 되었다. 열 나는 그림과 왕관의 모양이 비슷해서 그렇게 쓴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확장되어 ‘키로그람 받는다’고도 한다. ‘King’를 아이들은 ‘kg’라고 쓰고, 다시 이것을 ‘키로그람(킬로그램)’이라고 읽는단다. 참으로 어렵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주 멋진 것을 보고는 “개멋있어”라고 한다. 엄청나게 잘하는 것을 보고는 “개미쳤어”라고 한다. ‘개’라는 단어가 접두사가 되어 ‘아주 좋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과거에는 ‘개’가 들어가면 ‘좋지 못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을 의미했다. 개나리·개살구·개복숭아 등에 쓰인 접두사 ‘개’는 정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어쩌다가 사람이 개 집사가 되고, 개의 의미까지 바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오호, 통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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