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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 있다. 그런 그림을 보고 있으며 좋았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영혼의 순수성을 되찾는 기분이 든다.
박반장의 특별한 전시 ‘The Spring, 날아오르다’가 서울 송파구 크링갤러리에서 3월 한 달간 진행된다. 그의 그림은 바라보기만 해도 날아오를 것처럼 귀엽고 앙증맞다. 그는 어떻게 이런 귀여운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낙서에서 인스타툰으로 원화로
“힘들 때면 기분 좋은 것을 생각했어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낙서장에 끄적거리던 것을 인스타툰으로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죠.”
박반장은 원화 작업 전에 책부터 냈다. 카툰에세이 ‘행복하게 사는 법’(2022)은 복잡한 삶 속에 가볍게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든 책이다. 어른이(어린이 마음을 가진 어른)를 위한 책이지만 어린이들도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박반장은 출판과 동시에 굿즈 작업도 진행했다.
디지털 작업에서 원화 작업으로 옮겨온 지 1년 됐다. 그는 원화 작업에 색이 선명하고 내구성이 좋은 아크릴 물감을 사용한다. 디지털 작업과 많이 달라 처음에는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됐다.
박반장이라는 이름
박반장은 그의 필명이면서 학창시절 별명이다. 중고등학교 때 반장을 도맡아 할 정도로 ‘범생이’였던 그는 집안 사정으로 고2 때 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졸업을 대체했다. 박반장이라는 필명도 그의 개인사와 무관하지 않다.
“정규교육을 완수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결핍이 있었나 봐요. 박반장은 학창시절 제 정체성이면서 현시점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비전 같은 것이어요.”
영화·드라마 판에서 유명한 ‘홍반장’은 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참견하는 ‘오지랖력’ 만랩의 인물이다. 박반장도 홍반장처럼 주변 대소사에 관심이 많을까?
“신인 예술가를 돕는 작업을 진행 중이어요. 신인 작가들은 자리 잡기까지 투잡을 뛰는 게 보통이에요. 아무래도 생활이 어렵죠. 이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가 기업과 예술인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기업이 신인 작가의 전시회 때 물품을 협찬하면 작가는 그것으로 이벤트를 벌이는 거죠.”
이번 전시회는 기업-작가 프로젝트의 시범 케이스인 셈이다. 그는 전시장을 찾아 전시평을 남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협찬받은 물품을 증정하고 있다.
협찬기업으로는 빛날출판사·박반장스토어·(주)서주·스파더엘·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호두프레소·니들로드·분식보물섬·마노앤디또·오마주연기아카데미·자윤이네꽃뜰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향후 같은 뜻을 지난 작가들을 모집해 기업-작가 후원 프로젝트를 확대할 생각이다.
푸른고래가 날아오르는 날
“하루는 어떤 분이 전시장을 찾았다가 아드님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일본에 애니메이션 유학을 다녀올 만큼 열정이 많았던 아들인데 귀국해서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들에게 제 그림을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분은 밝은 색상의 귀여운 그림을 보여주면 아들 마음에도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그림을 구매하셨다. 얼마 전 제주에서 있었던 호텔 아트페어에서도 우울해하는 자녀를 위해 그림을 사간 부모가 있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인간관계를 거부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 청년이 국내에만 5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청년 인구의 5%에 달하는 수치다.
“본인이나 가족도 힘들겠지만 사회적 손실도 크잖아요. 이런 분들을 도울 마음이 없을까 해서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 작품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는 고립은둔청년·자립준비청년 등 사회적 고립 위기에 놓인 청년들이 공동체를 통해 건강하게 사회에 안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박반장은 지난달 푸른고래에 그림 2점을 기증했다. 다음 주에도 푸른고래 모임에 참여해 다각도로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을 생각이다.
혹시 동네에서도 홍반장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그가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건 아니고 그냥 어른들을 보면 인사를 잘해요.”
인사를 잘했을 뿐인데 좋은 일이 생겼다. 동네 어르신이 집 담벼락을 내주며 전시작과 플랜카드를 걸도록 한 것이다. 박반장은 중구 다산동에 4년째 살고 있다. 토박이도 아닌데 지역에서 이토록 신임을 얻을 것을 보면 박반장이 괜히 박반장이 아닌 것이다.
화가이자 이벤트 기획자
그는 이번 전시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작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나요?” 설문 조사가 그것이다.
전시장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다 보니 어린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고 한다. 메모를 남기는 동안 아이들이 희망의 언어를 떠올렸으면 하는 발상에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전시가 끝나는 3월 말 초등생이 남긴 메모 중 10명 정도 뽑아 책 ‘행복하게 사는 법’을 증정할 계획이다. 전시는 오전 8시30분부터 관람할 수 있으며 평일에는 저녁 8시까지, 토요일에는 오후 6시30분까지 운영한다. 일요일은 휴관한다.
그는 자신의 모든 전시회가 동네 주민·동료 작가들·기업·갤러리의 도움 덕이라고 강조했다.
“첫 전시회를 준비할 때 힘든 점이 많았어요.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작업이 쉽지 않았는데 아버지마저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과연 전시회를 열 수 있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붓을 잡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는 거예요. 제 그림에 제가 위로를 받고 있었던 거예요.”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게 하는 일이 가장 좋은 일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박반장의 특별한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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