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북한의 결속 강화와 관련하여 정부는 연일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고도의 정밀 무기를 북한에 준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무기 지원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에 러시아나 북한이 일말의 두려움이라도 느낄까. 그리고 그 내용과 방법이 너무 즉흥적이다. 북한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 1위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를 상대로 미국의 핵우산 없이 쉽게 감당할 수 있을까. 과연 ‘말’로만 러시아를 겁 줄 수 있는가. 과연 이 방법이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떠한 형태로든 종결된 이후 러시아는 대한민국과의 교역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최빈국 북한과의 교역을 선택할 것인가. 그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러시아와 북한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손 치더라도 우리는 차분히 이 상황을 주시하고 향후 국제관계 및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을 더욱 냉철히 평가하고 대응해야 한다. 러시아를 상대로 흥분해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설익은 대응책을 마구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가한 90개 국가들 중 러시아·중국의 주도하에 10개국으로 확장된 ‘브릭스(BRICS)’ 국가들은 코뮈니케(공동성명)에 서명하지 않았다. 중국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으며 러시아는 그 세(勢)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푸틴은 대선을 앞두고 보다 강경모드로 전환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락한 상태에서 전쟁을 조속히 종결시키는 데 혈안이 되어 현재로선 유일한 ‘무기 공급원’인 북한을 치켜세워 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미 전 세계적으로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힌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 역시 종전을 위한 퇴출로가 없다. 이 두 국가는 극단적 상황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치킨 게임’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전략적 성과도 높지 않은 ‘재래식 화력전’만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이나 젤렌스키 모두 이번 전쟁을 중단시켜 줄 그럴싸한 명분을 필요로 할 뿐이다.
게다가 이미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가장 많은 포탄을 제공하고 있는 우리로선 공개적으로 ‘살상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한들 ‘핵무기 사용 옵션’까지 내놓고 있는 푸틴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다시 말해 한·미 공조 아래 ‘보다 정교한 전략과 치밀한 오퍼레이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A barking dog never bites)’는 말이 있다. 무서운 개는 짖는 개가 아니라 조용히 다가와서 무는 개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의 외교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서울대·외시 16회·62세)·조태열 외교부장관(서울대·외시 13회·68세)·조태용 국정원장(서울대·외시 14회·67세) 등 외교안보 핵심 3명 모두 서울대를 졸업한 외무고시 출신 공무원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국가적으로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러나 모두 외교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 한계도 명확하다.
외교가 아닌 실질적 외교안보 그리고 수많은 장병과 국민의 생사가 걸린 국방은 학문적 판단이나 말이나 대화만으로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합법적이기보다는 ‘합목적성’에 부합되는 오퍼레이션도 필요하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직책과 목숨을 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미국·영국·이스라엘 등은 정보기관 산하의 특수작전팀을 운용하거나 은밀히 외부조직을 이용하는 아웃소싱 방법을 활용한다. 최소한 정보기관의 수장은 작전 전문가인 군 출신이나 정보요원 출신을 임명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과거시험에 급제한 이들이 ‘공자왈 맹자왈’하며 탁상공론 하던 조선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것만 같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7만4000t의 폭발물을 러시아에 제공했으며 이는 포탄 160만 발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보도했다. 이 폭발물들은 북한 나진항에서 출발해 러시아의 항구 두 곳을 거쳐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러시아 군 주둔지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도 유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선박들을 왜 가만히 두고만 있는 것인가. 이제 우리에겐 강남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이 아닌 ‘소리 없는 전쟁’을 수행할 정보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자체 핵무장 필요성을 제안했다. 더 이상 수세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 최소한 자유주의 및 시장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국가들 중 대한민국을 배척하여 득이 될 나라는 없다. 과거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전차·포탄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는 서구 국가들에게 더 이상 주눅 들 필요도 없다. 한미동맹은 공고히 하되 국민의 생명을 보장할 핵무기 전력화는 물론 우리의 국력을 보여 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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