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142] 우주의 한가운데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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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주의 중심인가, 우주가 나의 중심인가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30 06:30:10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았으나 입구와 출구가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말없이 오른쪽 문으로 들어갔고 깊이 감명받은 얼굴이 되어 왼쪽 문으로 나왔다. 그들은 다시 신의 형상들을 올려다보거나 명상의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자기 내면과 마주했다.

“트러스트 미 본부를 어비수스라고도 불러요. 바로 이 방, 템플 어비수스 때문이죠.”

어둠 속으로 나를 데리고 들어간 하운이 조용히 말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곧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압도되어 가슴이 탁 막혔다.

나는 머나먼 우주 한가운데 들어와 있었다. 멀고 가까운 무수한 별들과 우주의 가스와 먼지가, 빛을 반사하는 성운과 별들의 거대한 무리가, 색색의 빛깔로 어우러진 성단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천만 년 떨어진 은하들이 손에 만져질 듯 끝을 알 수 없는 암흑 속에서 느린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걷고 있었지만 광활한 우주 한가운데 떠 있었다. 지구에 있었으나 무한한 허공의 중심을 헤엄치고 있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눈부신 어둠이었다. 한 번도 상상하지 못한 찬란한 어둠의 아름다움이었다.

어둠에 눈이 익자 사람들이 보였다. 천체의 운행을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여 주는 대형 플라네타륨 장치일 터였지만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규모와 아름다움 앞에 그들의 검은 실루엣은 어둠이 주는 황홀에 깊이 잠겨 있었다. 하지만 어비수스를 처음 목격하는 나와 달리 익숙하게 어둠을 느끼고 만지고 호흡하며 마음 안으로 깊이 끌어당겨 품는 듯 보였다. 그들은 우주와 동화되어 적막 속으로 더욱 웅숭깊이 스며들었다.

“어둠의 중심을 보세요.”

하운이 내 팔을 붙잡고 어둠의 정면으로 돌려세우며 말했다. 그 순간 나는 아! 하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별과 은하들이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하며 소용돌이치고 있었지만 아득히 멀고 먼 천체의 끝, 그 한가운데 내가 있었다. 지하철 운전실 유리창에 비치던 내 모습처럼, 닿을 수 없는 심연의 저편에 보이는 건 내 모습이었다. 돌고 도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 어둠의 중심에 존재하는 건 바로 나였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깊은 환희와 감동에 빠져 침묵하고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들이 바라보는 우주의 중심에는 그들 자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정면을 향하고 있는 사진이나 그림 속 모델의 눈동자가 보는 사람의 위치와 상관없이 따라다니며 시선을 맞추는 것처럼 단순한 원리를 응용한 장치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멀고 크고 깊은 우주의 중심에 서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나는 우주 한가운데 서 있었다. 내가 우주의 중심이었다. 아니, 우주가 나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착각이었다. 우주는 너무 크고 깊었다. 나는 너무 작고 불안했다. 나는 살아 있는 것일까. 살아낼 것인가. 감당하지 못할 감정의 기복을 겪으며 슬픔과 두려움에 허덕이면서도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정말 나인 것일까.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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