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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웨덴 한림원이 노벨경제학상을 발표했을 때 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로빈슨‧사이먼 존슨 교수 등 3명의 수상자만큼이나 들떠 있었던 건 우리 한국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이 경제학자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가’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성공한 한국’과 ‘실패한 북한’에서 찾았다. 특히 이들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를 통해 같은 민족인 남과 북이 서로 다른 정치·경제 제도를 선택한 결과 오늘날 경제적 부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대한민국 학계와 언론계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 노벨 경제학상이 2019년 경제학상에 이어 또다시 한국을 실망시켰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좌승희 한국제도경제학회 이사장은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새마을운동의 성공 원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들의 이론이 새마을운동으로 기적처럼 이룩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한다. 스카이데일리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좌승희 박사를 만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이론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좌 박사의 경제학 이론은 그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들어 봤다. [대담‧정리 : 박선옥 논설실장]
박선옥: 우선 한국 경제를 다뤘던 올해 노벨경제학상에 대해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좌승희: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핵심 경제발전 실험이 새마을운동인데, 그 성공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론입니다. 그런데 이제 노벨상을 받게 되면 그 이론이 역수입되어 한강의 기적의 원리에 무지한 한국 경제학계가 농락당하는 셈이 됩니다.
박: 박사님께서는 ‘박정희 살아 있는 경제학’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 등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운동과 그 경제 원리를 심도 있게 연구한 저서를 펴내기도 하셨습니다. 언제 어떤 계기로 경제학자로서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요?
좌: 사실 저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닙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와중에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저서인 ‘한국 경제정책 30년사’에서 새마을운동 부분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됐어요. 박정희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추진 과정에서 정통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독특한 정책을 썼는데, 그것이 바로 새마을운동과 한국 경제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겁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발전 철학과 새마을운동의 메커니즘
박: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박 대통령의 독특한 정책이었나요?
좌: 박 대통령이 바로 시장(market)의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박 대통령은 ‘성과에 따른 차별적 지원 정책’을 썼는데, 시장이 바로 그런 경제적 차별을 하는 장치입니다. 시장에서 구매자는 취사선택의 자유가 있지 않습니까. 이 점이 바로 판매자를 차별적 지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지요.
박: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론이 어디서 어떤 점을 잘못 짚고 있는지를 알려면 박 대통령이 새마을운동을 위해 추진했던 정책에 대해 좀더 이해를 해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우리 국민이 잘 모르고 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좌: 일반 국민뿐 아니라 국내 경제학계를 비롯한 정통 주류경제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내용이지요. 그러니까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그동안은 ‘인센티브’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지 않았던 겁니다. 왜냐하면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완전하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인센티브가 필요없다고 보는 겁니다. 하지만 좋은 물건이나 좋은 정책인 줄 알아도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노벨상 수상자들은 RCT(무작위통제실험)라는 개념을 내놓고 있는데, 저는 그걸 비판하는 논문을 썼어요. 좀 더 체계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서 체계적으로 그걸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박: 그러면 박사님께서는 RCT 대신에 다른 개념을 적용하셨나요?
좌: 저는 새마을운동을 ‘농촌 개발 게임(Rural Development Game)’으로 봅니다. 일종의 경제발전 게임이지요. 새마을운동 당시 전국적으로 3만4000개 마을이 있었어요. 박 대통령은 전체 마을에 처음에 철근 한 톤과 시멘트 300포대씩을 주고 새마을운동을 하도록 했어요. 그러고는 사업계획 같은 것도 나와 있지만 절대 그대로 하지 말고 자기 마을에서 가장 필요하다고 하는 사업을 해서 농촌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이 들어오도록 일을 진행하라고 했단 말이죠. 그리고 6개월 뒤에 대통령이 장관‧교수‧자문위원‧공무원들을 파견해서 3만4000개 마을의 실적을 일일이 다 파악합니다.
박: 어떤 결과가 나왔나요?
좌: 조사해 보니 전체 마을 중 약 절반이 좀 넘는 1만8000개 마을이 참여를 안 했어요. 그러자 박 대통령은 성과를 낸 1만6000개 마을만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여기서 인센티브가 들어가는 거지요. 그러자 장관‧정치인들이 다 들고일어났어요. 그러잖아도 독재 정권이라고 부르는데 이 정권이 넘어간다고 모두 반대했어요.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권이 넘어가도 좋다. 원칙대로 스스로 돕고 노력해서 성과를 낸 마을을 더 지원하라’고 했어요. 인류 역사상 이런 정신을 가졌던 대통령은 없었어요. 이 원리가 바로 인센티브 원리지요. 열심히 노력한 사람에게 상을 줘야 그 사람이 더 열심히 한다는 건 상식적인 얘기입니다.
박: 그런데 다른 정치인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인지요?
좌: 다시 말하면 ‘신상필벌’을 하자는 건데 다 반대했던 이유는 표가 안 나온다는 거예요. 하지만 대통령은 ‘내 말대로 하라’고 했단 말이죠. 그리고 그다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지원받지 못한 1만8000개 마을 중 6000개 마을이 스스로 돈을 모아서 새마을운동에 참여해서 성공을 했어요. 그다음부터 박 대통령이 지방에 가면 촌부들과 막걸리 한잔 마시면서 이렇게 말했어요. “앞으로 나는 열심히 노력하는 마을만 지원하고 같이 갈 거야.”
정통 경제학이 놓쳤던 ‘인간에 대한 이해’
박: 이런 정책은 다른 참모 등의 도움 없이 순전히 박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나요? 그리고 경제학자로서 보시기엔 어떻습니까?
좌: 이게 박 대통령이 고안한 새마을운동 원리입니다. 대통령이 친필로 정리한 게 있어요. 사실 경제학자들은 상상도 못한 원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소위 ‘복잡성 과학’이라는 게 있지요. 1+1은 2가 아니라 3이나 4‧5가 될 수도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 세상의 변화는 여기서 시너지가 생겨서 폭발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면 인간 생명체도 만들어지고 세포덩어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두뇌 활동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아직 과학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죠.
박: 다시 노벨경제학상으로 돌아와서 이번 수상자들이 새마을운동의 성공 원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어느 부분일까요?
좌: 매우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에 참여하는 마을을 3단계로 구분했어요. 1단계 마을이 ‘자립(self-reliant)마을’, 2단계는 ‘자조(self-help)마을’이고, 맨 아래가 ‘기초(basic)마을’로 아무것도 안하면서 불평‧불만하는 마을입니다. 박 대통령은 열심히 노력하는 마을을 지원하고 노력도 성과도 없는 마을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졌어요. 자조‧자립하고 성과를 내면 국가가 지원한다.
그랬더니 5년 만에 마을들이 거의 모두 동참해서 당시 한국의 농촌 가구당 소득이 도시의 가구당 소득을 추월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박 대통령은 인센티브를 가지고 그게 계속해서 자기 생활로 체화가 되도록 했어요. 말하자면 기초 마을이 자조‧자립 마을로 올라가는 과정을 유도해 낸 겁니다.
외국에서 새마을운동 배우겠다고 하면서도 실패하는 건 우리가 보내는 새마을운동 자금을 가지고 가서 다 나눠 갖고 돈이 떨어지면 그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노벨상 받은 사람들이 그렇게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건 실패하는 실험이죠.
박: 인센티브가 없으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좌: 그렇지요. 똑같은 조건에서 일하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칩시다. 그런데 평등이 중요하다, 또 공정해야 한다면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지원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겠어요? 어느 누가 왜 더 열심히 하겠어요?
요즘 민주주의가 뭔지 아세요? 잘한다고 해서 혹은 잘 못한다고 해서 차별을 하지 말라는 거지요. 대한민국이 요즘 어려운 이유가 뭔지 아시나요? 바로 박 대통령의 새마을 정신과 반대로 나가서 그런 겁니다.
(다음 편에 계속)
좌승희 박사(경제학)
프로필
현 한국제도경제학회 이사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UCLA 대학원 경제학 박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겸임교수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이사장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KDI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
미국 연방준비은행 미니애폴리스 이코노미스트
[주요 저서]
‘새마을운동 왜 노벨상 감인가’(청미디어, 2020)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기파랑, 2018)
‘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백년동안, 2015)
‘발전경제학의 새 패러다임: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율곡,2008)
‘신 국부론’(2006) 등 다수
[영문저서]
The Rise and Fall of Korea’s Economic Development: Lessons for Developing and Developed Economics, Palgrave-Macmillan, Cham, Switzerland: 2017.
A General Theory of Economic Development: Towards a Capitalist Manifest, Edward Elgar Publicing Ltd. Cheltenham, UK/Northampton, MA, US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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