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이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는 섬 울릉도. 그러나 불편한 교통 때문에 선뜻 떠날 용기가 나지 않는 곳이다. 머지않아 공항이 완공되겠지만 현재로선 후포·강릉·묵호·포항에서 배편을 이용하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 울릉도는 열차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항구까지 이동한 후 섬으로 건너가야 하는 길고 복잡한 여정을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출발하는 리무진-크루즈-관광버스 프로그램이 출시돼 울릉 여행을 한 코스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2박3일 동안 울릉도와 울진의 주요 스팟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다고 해 직접 도전해 봤다.
서울시청에서 울릉도까지 10시간
서울시청 앞에서 새벽 2시40분에 출발한 리무진은 몇 군데 더 들러 승객을 태운 후 곧장 경북 울진 후포항으로 내달렸다. 후포를 중간 목적지로 삼는 것은 네 항구 중 경북 울릉군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데다 대형 크루즈선을 이용, 멀미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길은 조선시대 울릉도 수비대인 수토사들이 이용하던 뱃길이기도 하다.
리무진이 후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7시경이다. 여행객을 실어 나를 배는 1만5000t급 울릉썬플라워크루즈호. 2020년 부산에서 건조되어서 전남과 제주를 오가다가 2022년 9월부터 후포항-울릉도 뱃길에 투입되었다. 승선 정원 628명에 차량은 271대까지 선적 가능하다.
크루즈 출항 시각이 오전 8시15분이므로 한 시간 남짓 여유가 있다. 식사하면 딱 맞을 시간, 마침 아침식사가 투어 일정에 포함돼 있다. 여행사가 안내하는 식당은 후포항을 등지고 자리한 한식 뷔페집이다.
울진 토속음식으로 한 상 가득 차린 것이 요즘 유행하는 비건식이다. 갓 지은 잡곡밥에 신선한 과일·나물·채소·해조류가 입맛을 당긴다. 고기와 생선류도 골고루 갖추어져 있다. 정가 1만2000원짜리인데 소위 ‘돈값’을 한다.
오전 8시15분 후포항을 떠난 배는 망망대해를 쉼없이 달려 낮 12시45분 울릉도 사동항에 승객을 부려 놓았다. 4시간30분을 꼬박 항해한 셈인데 1등칸인 침대칸을 배정받은 덕에 모자란 잠을 보충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배가 흔들리지 않아 여행에 따른 피로도가 적었다. 당연히 멀미도 하지 않았다.
입도 30분을 남겨 두고 갑판으로 나오니 저만치 바다에 떠 있는 울릉도가 보였다. 배에서 바라보는 울릉도는 섬이라기보다 산에 가까웠다. 평지랄 것이 거의 없는 이 땅에 9100명 주민이 거주한다고 한다.
트래킹으로 떠나는 울릉도 지질탐사
울릉도에는 사동항·저동항 두 개의 항구가 있다. 후포항과 연결된 항구는 사동항이다. 사동은 모래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울릉도에는 평지도 귀하지만 모래는 더더욱 귀하다.
울릉도에서 처음으로 밟은 땅 사동항은 차와 사람이 뒤엉켜 매우 혼잡했다.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 수가 하루 평균 2000~3000명이고 많을 때는 5000명을 웃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주민 반 손님 반’이다.
울릉도 섬투어에는 가이드가 차를 모는 관광버스가 투입됐다. 그런데 기사분 가이드 실력이 AI급이다. 시시콜콜 조목조목 울릉도의 거의 모든 것을 알려 주신다. 그 덕에 울릉도에 주유소가 총 3개소인 것도 알게 됐다.
울릉도를 한 코스로 둘러보는 게 가능해진 것은 2019년 3월 완전 개통된 울릉도일주도로 덕이다. 1976년 착공할 때만 해도 공사가 55년이나 이어질 줄 누가 알았으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끝에 결국 공사가 마무리되고 내수전에서 석포에 이르는 4.7km 구간이 연결되면서 1시간30분 넘게 걸리던 길이 10분으로 크게 줄었다. 태풍·집중호우·폭설 때마다 마을이 고립되는 일도 사라졌다.
일주도로에는 터널이 유난히 많다. 자연석을 이용한 멋드러진 터널도 있지만 대부분 낙석을 피하기 위해 도로 위에 뚜껑을 덮은 피암터널이다. 가장 긴 터널은 내수전-석포 구간의 와달리터널(1955m)로 바위를 관통한다. 울릉일주도로 전 구간에는 40km/h로 속도제한이 있다.
금쪽 같은 이틀간의 일정 중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트래킹으로 진행하는 태하향목관광모노레일·향목전망대(스카이워크)·대풍감 코스다.
올라가는 길은 쉬웠다. 총연장 304m의 모노레일을 이용하면 향목전망대·태하등대까지 6분만에 도달 가능하다. 향목전망대에는 최근 스카이워크를 설치해 울릉도 절경을 극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스카이워크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울릉 북부 해안의 유려한 풍경이, 왼쪽으로 대풍감의 늠름한 풍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발 밑으로는 사나운 파도가 쉼없이 철썩인다.
대풍감(待風坎) 거대한 석벽에는 구멍이 하나 나 있다. 대풍감은 뱃사람들이 이 바위 구멍에 닻줄을 메어 놓고 본토 쪽으로 부는 세찬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 바람을 따라 가면 자연스럽게 경북 울진에 닿게 되는데 울진에도 울릉으로 부는 바람을 기다리는 대풍헌(待風軒) 정자가 있다.
하산은 트래킹으로 진행됐다. 벼랑과 계단이 끝없이 반복된다.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마음을 모질게 먹어야 한다. 그나마 곳곳에 핀 붉은 나리꽃 덕에 눈은 즐겁다. 버스가 주차된 모노레일 승차장이 가까워지면서 왜 일정에 트래킹이 포함돼 있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벼랑을 따라 가는 태하해안산책로는 그 자체로 이국적이다. 깎아지른 벼랑에 아슬아슬 매달린 잔도는 울릉도 암석지형의 속살을 근거리에서 보여 준다. 버스나 모노레일로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경관들이다.
울릉군 서면 태하리에는 수토사역사전시관이 있다. ‘수토’란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던 특별제도로 수토사가 그 임무를 수행했다. 수토사에는 종3품의 꽤 높은 관리가 임명되었는데 그들은 나라의 명을 받고 울진에서 대기하다가 큰바람이 불면 배를 타고 울릉으로 이동했다.
돌과 나무의 섬 울릉도
첫날 투어가 울릉도 서북쪽에서 진행됐다면 둘째 날에는 죽도·관음도·삼선암 등 울릉도 동북쪽의 해안경관을 감상하는 것으로 여행이 시작됐다. 섬과 바위에 얽힌 전설을 이야기하던 가이드는 주요 스팟마다 차를 세워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북면 천부해중전망대는 잠수함을 타지 않고도 바닷속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어 가족여행객의 필수 여행지로 손꼽힌다.
수심 5m에 설치한 전망 창 앞으로 다가서니 기다렸다는 듯 온갖 종류의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마치 자기를 보러 온 관광객을 구경하는 것 같았다. 비밀은 창 앞에 매달아 둔 먹이통 때문.
이곳에서 쉽게 관찰되는 어종으로 줄돔·자리돔·말쥐치·방어·벵어돔·참복·전갱이·돌돔이 있으며 미역이나 감태 같은 해조류도 볼 수 있다.
천부항 서쪽으로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독특한 봉우리가 있다. 송곳봉(430m)은 뾰족한 울릉도에서도 송곳처럼 볼록 튀어 나와 이런 이름을 얻었다. 이곳 암벽에는 옥황상제가 착한 사람을 하늘로 낚아 올리기 위해 뚫어 놓았다고 전해지는 8개의 구멍이 있다. 이런 차별침식 지형은 울릉도에 매우 흔했다.
경치가 좋다 보니 송곳봉 앞마당에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코스모스리조트가 자리 잡고 있다. 리조트 측에서 마련한 울라 포토존과 울라 카페는 투숙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인증사진을 찍으러 온다.
길은 해발고도 500m에 자리한 나리분지(羅里盆地)로 이어졌다. 나리분지는 울릉도에서는 유일하다시피 평지를 이루는 곳으로 현재 15가구가 밭농사를 짓거나 식당을 운영하면서 살고 있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분지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표지판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쓰여 있다.
“동서길이 약 1.5km 남북길이 약 2km의 나리분지는 칼데라 화구가 함몰하여 형성된 화구원으로 그 안에 알봉(611m)과 알봉에서 흘러내린 왕암에 의해 형성된 알봉마을을 품고 있다. 분지는 외륜산에 둘러싸여 있는데 성인봉(984m)은 외륜산 최고봉이자 울릉도 최고봉이다.”
울릉도 마지막 코스로 들른 예림원은 1만4000㎡ 규모의 민간식물원이다. 산마늘·울릉국화·섬개야광나무·섬현호색 등 울릉도자생식물과 만날 수 있으며 천연기념물 울릉향나무의 우아한 자태와도 대면할 수 있다. 밖으로 눈길을 돌리면 해상 주상절리의 결정체인 공암(코끼리 바위)이 바로 건너다 보여 안팎이 한 권의 화첩인 곳이다.
숨가쁜 낮 일정을 마치고 후딱 점심식사까지 해치우니 승선할 시간이다. 울릉썬플라워크루즈가 하루 딱 한 대 오후 3시30분에 출발한다. 입도할 때 타고 왔던 배다.
(2편에 계속)
이틀간의 울릉도 탐사에 이어 마지막 날에는 울진 투어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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