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룡의 와인이야기] 와인의 과거이자 미래 ‘내추럴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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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승룡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8-08 06:30:40

내추럴와인(Natural Wine)이 최근 와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일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내추럴와인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양조 과정 중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고 어떠한 것도 제거하지 않고 발효한 포도즙을 숙성시켜 만든 천연 와인을 말한다.

내추럴와인은 정제 및 여과하지 않은 채로 와인을 병에 담고 병입 후의 안정성을 위해 병입 단계에서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첨가해 만든 천연에 가까운 와인이다. 일부 생산자들은 이산화황조차 넣지 않은 무황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이산화황 허용량에 따라 와인을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인 와인이 리터당 150~200mg을 함유하고 있다면, 바이오와인은 100~150mg, 바이오다이나믹와인은 70~90mg, 내추럴와인은 30~40mg 이하를 사용한다.

내추럴와인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투명하고 깨끗한 생산 공정으로 만든다. 생산 과정에서 화학적 처리를 최소화하며 인공적인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생산자들은 와인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들이 와인의 원산지와 생산 방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인위적인 첨가물이 없는 포도 본연의 맛과 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화학적 처리를 통해 와인의 특성을 변화시키지 않으며 지역 특성을 강조한다.

셋째, 자유분방한 매력을 강조한다. 내추럴 와인은 특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생산자들은 자유롭게 실험하고 창의적으로 와인을 만들며 이로 인해 다양한 맛과 향을 경험할 수 있다.

▲ 와인 속 이산화황 농도에 따른 와인 분류(출처 Nino Torres). 필자 제공

내추럴와인은 인공 효모와 각종 와인 첨가제가 사용되기 이전의 양조방법으로 되돌아간 와인의 과거 모습이자 와인의 미래다. 내추럴와인의 시초는 효모 학자인 ‘줄 쇼베’가 이산화황을 첨가하지 않고 와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내며 시작됐다.

1980년대에 많은 양조자가 이산화황뿐만 아니라 와인 양조 과정에 그 어떤 첨가제도 쓰지 않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같은 시기에 ‘장 삐에르 로비노’는 파리에 최초의 내추럴와인 전문 바 ‘랑쥬 뱅’을 열면서 내추럴와인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파리 시내에 내추럴와인샵·와인바·레스토랑은 약 400개 이상이며 매주 증가하고 있다.

와인을 재배방법 및 양조과정의 첨가제 유무에 따라 분류하면 일반와인·유기농와인·내추럴와인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 와인은 포도 재배 시 제초제 및 화학 비료가 사용되고 인공 배양 효모를 사용하며 와인 양조 과정 중 이산화황을 첨가한다. 포도 재배부터 양조까지 400여 종의 첨가물이 허용된다.

유기농와인은 포도 재배 시 제초제 및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인공 배양 효모를 허용하며 이산화황을 첨가한다. 반면에 내추럴와인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를 사용해 자연 효모로 발효하고 이산화황은 넣지 않거나 병에 담기 직전 최소량을 첨가한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젖산발효를 통제하지 않고 와인을 병에 담기 전 여과와 정제 작업도 하지 않고 병입한다.

내추럴와인의 숨어있는 조력자는 포도밭에 존재하는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은 양조과정에서 포도에 붙어 포도즙 와인으로 들어간다. 내추럴와인이 짭짤한 미네랄감을 낼 수 있는 것도 화학적 성분을 배제함으로 인해 순수한 포도의 맛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일반 와인에 비해 더 다양한 떼루아를 표현할 수 있다.

내추럴와인은 프랑스 원산지 통제 명칭을 받지 못해 대부분 뱅드페이나 뱅드따블 등급을 받는다.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이 AOC등급을 받지 못해도 와인을 생산하는 이유는 포도·자연·와인·와인농장·생산자·소비자를 향한 존중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인간의 간섭을 줄이고 테루아와 빈티지 특성을 고스란히 녹이는 데 주력한다.

내추럴와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병에 담기 전 정제 및 여과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취향에 따라 세심하게 디캔팅 하거나 이와 반대로 침전물을 고르게 섞어 즐길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침전물을 흔들어 마실 때 맛이 더 좋다고 한다. 내추럴와인은 와인에 따라 코르크를 제거한 뒤 바로 마시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심지어 3달이 지난 뒤 최상의 모습을 보이기는 와인도 있다.

내추럴와인을 많이 마셔본 와인 애호가들은 최적의 디켄팅 기간을 내추럴와인의 고유의 특성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와인애호가에게는 이런 현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내추럴 와인은 단순히 유기농 무첨가 와인의 의미뿐만 아니라 지구의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둔 철학과 자연을 담은 건강한 와인으로 와인의 미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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