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교수의 ‘테러리스트 김구’ 논평에 대한 저자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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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 연구·이론화 작업 거친 저작에 원로의 ‘난해한 발언’ 유감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허상을 넘어서려는 진지한 노력 폄훼한 것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8-26 18:03:26

▲ 정안기 박사(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가 자신의 최신 역저 '테러리스트 김구'와 '충성과 반역'(2020)을 설명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뉴라이트 대부’로 알려진 안병직 교수가 조선일보 8월26일자 김윤덕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출간된 화제의 ‘테러리스트 김구’(미래사)와 저자인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정안기 박사를 저격했다. 안 교수의 학술세계를 얼마간이라도 이해하며 정 박사의 그간 연구활동 결과를 접해 온 독자들에게 매우 의외의 내용이었다. 정 박사 역시 안 교수의 해당 발언을 “무척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다음과 같은 반론을 본지에 전해 왔다.

(1) 가끔 낙성대에 왔지만 내 제자는 아니다?

맞다. 안 교수와 사제지간은 아니다. 경제사 연구 동료로서 만났을 뿐이며, 나는 교토대학의 저명한 경제사 이론가 나카무라 사토루(中村哲) 교수의 제자다. 나카무라 교수는 안 교수가 주장해 온 ‘중진자본주의론’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2) 그가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쓰는 것에 나는 반대했다?

사실이 아니다. 나는 김구 연구와 관련해 안 교수와 상담이나 논의를 한 바 없다. 2021년 말부터 김구가 관여한 테러 사건에 대한 실증 연구에 착수했고, 2023년 4월부터 테러리즘을 적용한 이론화 작업을 거쳐 2023년 7월 말 초고를 완성했다.

2023년 4월 이전까지의 연구에 제목을 붙인다면 ‘백정일지’라 할 만하다. 한국인들이 숭앙해 온 ‘백범일지’를 비튼 제목을 구상할 만큼, 밝혀진 팩트 자체가 지극히 충격적이었다. 내 세대 한국인이라면 피할 수 없을, 절망과 고통의 나날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안 교수와는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

(3) 학문의 자유는 존중하지만 학문의 생명은 객관성인데, 그의 관점은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참으로 황당하다. 내 최근 저서의 표지만 본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옮긴 발언일 수밖에 없어 심히 당황스럽다. ‘테러리스트 김구’는 이론과 실증 면에서 최선을 기하고자 노력했다. 새로운 사료와 증언으로 보완될 여지가 있을지언정 그런 말로 치부될 수준의 결과물은 아니다. 반론은 얼마든 대환영이다.

(4) 김구 선생이 해방 이후 건국 과정에서 실수한 것은 있지만 그의 도덕성과 애국심에 도전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한 지사 중의 지사 아닌가?

우리가 그렇게 잘못 알도록 만든 거짓과 착각을 파헤치고 논증한 게 내 책이다. 김구 테러활동의 희생자는 96명으로 집계된다. 향후 더 늘어날 수 있다. 그의 살인에서 ‘특정한 정치 목적 아래 수행된 특수한 폭력’이라고 인정할 만한 사례가 지극히 희소하다는 것, 사적 욕망과 원한에 대의를 덧씌운 ‘희대의 연쇄살인’이었다는 게 내 연구의 침통한 결론이었다.

‘김구의 도덕심과 애국심에 도전할 사람이 없다’란 그의 실체에 대한 무지함과 무책임의 극치를 드러낼 뿐이다. 기존의 잘못된 통념을 극복할 연구서가 나왔다면 그 서문과 목차라도 훑어보는 게 최소한의 도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