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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탈북인)이 자유의사에 반해 어떠한 경우에도 강제 북송돼선 안 된다. 자유를 찾아 죽음의 사선을 넘어 광명을 보기 직전 또다시 동토(凍土)의 땅으로 되돌아가 ‘산송장’ 같은 척박한 삶을 살게 할 순 없다.
하지만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인 15명이 잠복해 있던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이들은 현재 북·중 접경지역으로 이송돼 강제 북송될 위기에 처해 있다.
통일부와 탈북인 돕기 단체 등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와의 접경지역인 중국 윈난성 쿤밍(昆明)에서 탈북인들이 압송됐는데 북부 지역으로 간 것 같지만 정확한 위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통일부는 “해당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으로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붙잡힌 탈북인은 여성 13명과 어린이 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중국 현지 안내원들과 함께 2개 조로 나뉘어 쿤밍에 도착했고 21일 오후 동남아 제3국으로 가기 위해 쾌속정에 탑승했다. 안내원들은 이들 가족에게 영상까지 보냈지만 국경을 넘기 직전 중국 공안에 걸려 쾌속정에서 전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인들이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붙잡힌 상황을 고려하면 공안이 사전에 시간과 장소 등을 파악하고 추적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남부 도시인 쿤밍은 탈북인들이 동남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거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0월 600여 명·4월 200여 명의 탈북인을 북한으로 보낸 바 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북한의 방역 체계가 허술하고 북송 인원을 검사할 인력도 부족하다 보니 체포된 탈북인이 일정 규모로 모이면 한꺼번에 보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중 접경지역 세관에 방역시설이 완비되면서 상시 북송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이번에 체포된 탈북인들도 지린성이나 랴오닝성 등 중국 동북 지역으로 이송된 뒤 불시에 북송될 가능성이 있다.
탈북인들은 북한으로 끌려가면 온갖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 이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말을 꺼내기 무색할 정도로 비인간적 처사다. 정치적 핍박과 배고픔의 고통을 참지 못해 목숨을 걸고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죽음의 길로 몰아넣는 것이다.
요즘 북·중 국경지대에 탈북을 막기 위한 이중 철조망과 수백 개의 감시초소가 설치됐다. 심지어 압록강 하구에는 전기 철조망까지 설치돼 국경을 넘는 것이 탈북인에게 가장 힘든 과제가 됐다. 게다가 최근엔 중국 정부도 국경에 별도의 철조망을 설치해 ‘3중 철조망’이 조성됨에 따라 월경이 한층 어려워졌다. 이런 악조건을 무릅쓰고 탈북인이 꼬리를 잇는 것은 북한에 그만큼 사람이 살 최소한의 여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탈북인 북송을 막기 위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반인도적 탈북인 강제 북송 중단을 중국 정부에 더욱 강력하게 촉구하고, 국제사회와의 공조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의 입장 변화가 긴요하다. 인권은 인종과 종교·이념 등을 초월해 모두 소중하다. 더구나 중국은 1979년 베이징에 유엔 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 설립을 허가했고,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및 고문방지협약에 각각 가입했다. 이 협약에는 난민의 강제 송환 금지가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난민으로 보호받아야 할 탈북인을 ‘불법 경제 이주민’이라고 부르며 협약 가입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 세계 주요 2개국(G2)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중국의 품격 있는 자세가 요청된다. 더구나 유엔 인권이사국이라는 지위를 생각해서라도 이중 기준을 적용한 반인권적 행태를 당장 멈추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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