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호텔 노동자 파업… “호텔업계 호황 속 노동자·고객은 찬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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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유나이트 히어’ 중심으로 임금인상·업무절감 투쟁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2 17:45:47

미국의 주요 도시 8곳 25개 호텔 노동자 약 1만 명이 노동절(9월 첫 월요일) 연휴기간을 기해 파업 중이라고 AP통신과 미 CNN 방송 등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날 보스턴·시애틀·샌프란시스코·새너제이·샌디에이고·하와이(호놀룰루) 등에서 호텔 노조 ‘유나이트 히어’(UNITE HERE) 소속원들이 일터를 떠나 거리 시위에 나섰다.

주로 호텔의 객실 청소나 레스토랑의 음식 서빙 업무 담당인 이들은 고용주인 힐튼·하얏트·메리어트 등 주요 호텔 체인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나이트 히어의 그웨 밀스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호텔 업계가 기록적 수익을 올리는 가운데 노동자와 고객이 소외돼 있다. 노동자들 수입은 가족을 부양하기에 충분치 못하다.”

CNN 인터뷰에 응한 힐튼 호텔 18년차 직원 아이사타 섹의 경우 지난 5년 사이 집 월세가 월 1900달러(약 254만 원)에서 2900달러(약 388만 원)로 올라 “내 임금으론 집 월세를 겨우 낼 수준”이라며 현실을 토로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우버 기사를 겸업 중이라고 한다.

협상에 제대로 임하지 않는다면 파업을 12개 도시 65개 호텔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경고인 반면, 힐튼과 하얏트 대변인이 노조와의 합의에 최선을 다해 왔다고 밝혔다. 하얏트의 노사관계 책임자 마이클 댄젤로는 “회사의 협상 의지에도 유나이트 히어가 파업을 선택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힐튼과 하얏트 측이 각각 “공정한 합리적 합의”를 위해 애쓰고 있다며 파업기간 투숙객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고 전해졌다.

유나이트 히어는 팬데믹으로 인해 호텔들이 인력과 서비스를 감축한 이래 호텔 종사자들이 과로와 저임금에 시달렸다며 임금 인상과 신규 인력 충원을 요구해 왔다. 밀스 대표는 “호텔업계가 궤도를 벗어났기에 파업을 한다”며 “호텔이 고객 서비스를 줄이고 근로자에 대한 약속을 포기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뉴 노멀’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노조가 여행객들에게 파업 중인 호텔에 머물지 말 것을 촉구하며 해당 호텔에 이런 주장을 담은 피켓을 세울 계획이다. 유나이트 히어 노조원들은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호텔과 디트로이트 카지노에서 47일간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들 대부분 파업 종료 후 전보다 나은 조건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한편 미국에선 지난해부터 파업이 급증한 상태다. 3대 자동차 노조부터 택배서비스, 할리우드 작가 노조, 통합 의료관리 컨소시엄인 카이저 퍼머넌트까지 노조의 파업이 승리로 끝났다. 참가 노동자들에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첫 파업이었다.

일반적 메이데이(5월1일)와 달리 미국 노동절은 9월 초다. 최초의 노동절은 1889년 7월 세계 여러 나라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결정돼 이듬해 5월1일 시작됐다. 전미 노동자들의 파업과 더불어 5월3일 시카고에선 21만의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성립된 노동절을 일부 국가에선 비공휴일로 하는 등 다르게 보낸다. 해마다 5월1일을 기해 벌어지는 파업과 시위 사태 때문이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에선 5월1일을 ‘법의 날’로 하고 9월 첫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정했다. 뉴질랜드 노동절은 10월 넷째 월요일이다. 일본에선 11월23일이 ‘근로 감사의 날’이며 5월1일은 공휴일이 아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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