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던 의료대란…野 변심에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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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한동훈發 여·야·의·정 협의체에 긍정 반응
의료계·野, 하루만에 “대통령 사과·장관 파면” 요구
중재자 자처 與, 추석 전 협의체 가동 검토 등 고심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9-08 14:08:48

▲ 의대 증원과 관련해 의·정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6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빈 가운데 의사 가운과 국가고시를 위한 서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급물살을 타는 듯했던 여·야·의·정 협의체가 야당·의료계의 대통령 사과 요구 및 대통령실의 의견 요구 등으로 좌초될 위기를 맞았다. 중재자를 자임한 여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2026년도부터 의대 증원 문제에 대해 대통령실에서도 제로베이스부터 검토하겠다고 한 이상 의료계는 빨리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 의원은 이유로는 “2025년 의대 정원은 이미 끝난 문제다. 9월9일부터 수시 신청이 들어가고 있고 법원에서도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 측 손을 들어줬기에 이미 끝난 문제”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문제는 의료계가 지금 대한의협·전공의협회·비상대책위원회·서울대 의대 등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여·야·정까지도 나서겠다고 한 이상 의료계도 빨리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와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계가) 단일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실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게 제일 시급한 문제”라고 주문했다.

6일 대통령실은 2000명으로 발표한 2026년도 의대 증원 조정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화답한 것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증원을 고집한다는 건 가짜뉴스”라며 “그간 의료계가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었는데 의료계·정부·야당도 참여해 제대로 논의한다면 환영이다. 이 논의에선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야·의·정 협의체에 시동이 걸린 직후인 7일 경기도의사회는 입장문에서 “의료계와의 대화에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윤 대통령의 사과와 막말·실언을 일삼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박민수 차관·장상윤 사회수석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은 이번 사태 원인인 2025년도 의대 증원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본질을 왜곡한 꼼수”라며 “진정성이 있다면 의료 파탄을 초래한 증원의 즉각적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도 7일 설명에서 “2025년 입학 정원 재검토가 없는 협의체는 무의미하다. ‘의대 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2020년 9.4 의·정 합의 위반에 대해 복지부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야당도 대통령 사과 요구에 가세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7일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의료 대란 책임을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하라.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복지부 장·차관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도 공세로 돌아섰다. 국무조정실은 7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의료계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의료계가 계속해서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재논의는 불가하다”고 했다.

야당·의료계와 정부가 대립으로 돌아섬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은 요원해질 전망이다. 의·정 갈등 중재자를 자임한 국민의힘은 여·야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추석 전까지 협의체 구성을 완료하고 가능하면 구체적 중재안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 불참 시 우선 여·야·정 협의체부터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