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가 유독 아름다운 곳을 흔히 ‘산수갑산’으로 표현하지만, 원래는 ‘삼수갑산’이 제대로 된 표현이다. 그리고 삼수갑산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보다는 산세가 험하고 접근이 어려워 예로부터 유배지로 쓰이던 곳을 일컫는 말로 알려져 있다.
삼수갑산하면 불현듯 스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시인 백석이다. “산으로 가는 건 세상에 지는 것이 아니다”며 홀연히 세상 인연과 담 쌓고 삼수 지역으로 유배를 간 애환의 시인으로 기억된다. 북한·중국 국경을 촬영하면서 삼수역은 백석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 더없이 애착이 갔던 곳이다. 유배지였을 만큼 산세가 험하고 세상과 격리되었던 곳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압록강 너머 보이는 삼수역은 야트막한 평지에 아담히 자리 잡고 있었다.
삼수청년역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오른쪽으로 가면 상대역, 왼쪽으로 가면 늪평청년역임이 표시돼 있다. 삼수 지역과 삼수역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서 삼수역사가 있는 곳만 보고서 그 지역의 지세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삼수역이 있는 곳은 강변 옆 아담한 마을 정도로 보이지만, 주변 산세를 보면 북한 내에서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험준한 산악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압록강 건너편에서 삼수역을 볼 수 있는 건 그나마 중국쪽 도로에 큰 휴게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휴게소 주차장에서 보면 절대 삼수역을 찾을 수 없다. 화장실 건물 뒤편으로 호기심에 이끌려 돌아가 보면 압록강 건너 삼수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역시나 중국 쪽에서 보고 있음을 의식해서인지 곳곳에 선전구호를 세워 놓았다. 백두산 천지에 선 김일성과 김정일의 모습이 담긴 모자이크벽화는 집 한 채 규모보다 크게 세워 놓았다. 학교로 보이는 건물 운동장에는 배구 네트가 설치되어 있는데 빨간색 선전판에는 ‘장군님 따라 천만리’라는 선홍색 선전 문구가 좀체로 배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세워져 있다.
북한에선 고위간부를 비롯해 누구나 말 한마디 잘못하면 혁명화 처벌을 받거나 아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그 옛날 유배지로 알려진 삼수는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정치사상적 감옥이다. 장군님 따라 천만리라는 선전구호는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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