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후보의 47대 대통령 당선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잖아도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한국 기업이 어려운데 1400원대 고환율로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런 현실이기에 금리인하 시대에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방안이 긴요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내렸고, 한국(3.25%)과의 금리 격차는 최대 1.75%p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인상은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한국 경제의 내수(內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의 불똥은 원·달러 환율로도 튀었다. 원화가치 하락은 에너지 수입가격을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금리 시대는 저물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추가 금리인하’의 여지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금리인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9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며, 중소기업의 절반은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금리가 지나치게 낮아지면 ‘남의 돈’을 쓰면서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 결과는 ‘거품’이다. 가계부채는 분기별로 발표되는 한국은행의 신용통계로 파악된다. 은행 등 예금 취급 기관과 보험·캐피털 등 기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에 ‘판매신용’을 더한 금액이 ‘가계신용’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를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거시건전성 규제가 도입되었음에도 가계부채는 상당한 수준으로 누적됐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완만하게 감소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때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상승세를 이어 갔다. 2010년 주요 43개국 중 14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던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6~17년 8번째, 2018~20년 7번째로 상승했고, 2022년 4분기 기준 105.0%를 기록해 스위스(128.3%)·호주(111.8%)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금융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비중이 기업대출 비중을 넘어섰다.
가계대출의 높은 수익성·안정성, 낮은 자본규제 부담이 금융기관에 가계대출 취급 선호 유인을 제공했다. 국내 은행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가계·기업대출 등에서 발생하는 이자이익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가계대출은 기업대출에 비해 연체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다. 은행은 가계대출 영업에 역점을 두었다.
미국이 금리정책 전환(피벗·pivot)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추가 금리조정 가능성은 열어 놓아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리가 낮아지면 그만큼 은행권의 대출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사전적 대출 수요를 필터링하지 않으면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필터링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잣대를 대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옥석이 가려져 금융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규모의 가계대출이 이뤄져야 한다. 한은과 기재부 등 통화·금융 당국은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면서 취약 계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에 나서길 당부한다. ‘영끌과 빚투’ 상황을 고려한 금리 조정의 속도 조절이 요청된다. 국리민복을 꾀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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