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때마다 거론되는 단골 지적 사항이 있다. 바로 자료 제출에 관한 내용이다.
예산 집행기관인 지자체에서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거나 혹은 집행기관의 견제·감시 기관인 의회에서 요구한 자료가 제때 제출되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은 고질적인 문제가 돼 왔다.
최근 광주광역시의회와 광주광역시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를 상대로 1일부터 시작된 시의회 행정사무 감사가 자료 부실·허위 제출 등의 이유로 잇따라 중단된 것이다.
이런 파행에 신수정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은 15일 본회의에서 “행정사무 감사는 지방의회가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권한으로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는 기능이다. 그러나 이번 감사에 임하는 집행부의 태도는 어땠는가”라며 작심한 듯 일침을 가했다.
이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본회의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시에서는 갈등이 확전될 수 있어서라고 해명했지만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시에서 제출한 올해 추가경정예산안과 내년 본예산안에 대한 시의회 심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치구의회를 수년간 출입해 온 기자는 실제로 구의회에서 자치구를 상대로 자료 제출에 관해 지적하는 상황을 여러 번 마주했다. 왜 이런 일이 자꾸만 반복되는 걸까.
지난달 29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등이 발의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지방의원의 서류 제출 요구권을 강화하고 지방의회가 현재 국회와 같이 전산망을 통해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행 지방의회 의원은 폐회 중 지방의회 의장을 경유해 지자체에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자료를 요구하는 의원과 의장 또는 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 서류 제출 요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거나 아예 묵살되는 경우도 있다.
의회에서 의원 한 명은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그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 기관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모든 의정 활동에는 민의가 우선돼야 한다. 당리당략이나 이해관계가 전제돼선 안 된다.
단체장을 비롯한 집행부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과 주민을 위해 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요건이다.
이에 이번에 발의된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지자체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는 경우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원이 폐회 중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 협의해 지자체의 장에게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한 기존에는 서류 제출을 요구할 때 서면·전자문서 또는 저장매체 등에 기록된 상태 등 제출 형식을 지정할 수 있었는데, 전산망에 입력된 상태로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추가됐다.
법안을 발의한 박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는 전산망을 통해 자료를 요구하거나 제출받고 있는데 지방의회는 관련 규정이 없어 효율적인 서류 제출 등의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지방의원의 서류 제출권을 강화하는 한편 전산망을 통해 자료 요구 및 제출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어 지방의회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길, 그래서 지자체와 함께 한층 더 성숙한 지방자치를 구현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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