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1년 만에 급등하던 물가를 안정시켰으며 달러 환율도 유지하고 있다. 내년엔 경제가 훨씬 나아질 것 같다”(빅토르·55),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성공적으로 물가를 안정시켰다. 내년에 경기가 회복되면 세금인하 공약도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레안드로·33), “지난 1년 끔찍했다. 은퇴 후 계획이 틀어졌으며 이 나이에 이렇게 살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미르타·68), “밀레이에게 투표했지만 크게 실망했다. 개혁의 고통이 고스란히 노동자와 연금수령자에게 돌아갔다” (마르틴·35).
밀레이 대통령 취임 1주년(12월10일)을 앞둔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가 진행한 여론 청취에서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 반응이 이렇게 극과 극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넓고 비옥한 토지와 풍부한 자원 덕분에 20세기 초반만 해도 세계 5~6위 부유국이었다. 수도는 ‘남미의 파리’로 통했다. 그러나 사회주의 정권과 군부독재 사이를 오가면서 경제가 파탄난 지 오래이며 비참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남미의 트럼프’ 밀레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친미와 자유시장경제 방침만은 확고한 인물이다.
중·상류층 거주지역인 레콜레타와 카바지토, 한인 도매상 밀집 지역인 플로레스, 온세 지하철역 근처에서 만난 시민들이 대부분 입을 떼기 전 표정에서부터 밀레이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로 건축노동자로 일한다는 대학생 니콜라스(28)가 밀레이 대통령 지지자임을 밝힌 반면, 배관공 마르틴(35)은 대선 때 밀레이에게 투표했지만 일자리가 줄고 물가만 뛰어 힘든 한 해였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주부 세실리아(60)는 웃으며 정부를 칭찬했다. “지난 1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나았다. 대담하게 정부 예산을 긴축한 것, 고물가·불경기 예고를 해 대비하게 한 점 모두 높이 산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회계사 출신인 운전기사 빅토르 씨는 “밀레이 아니었으면 아르헨티나는 내 고국(베네수엘라) 꼴이 났을 것”이라며 “현재 베네수엘라에선 월급이 10달러”라고 말했다.
한편 연금생활자 닐다(70)는 격앙된 모습으로 “최악의 정부다. 늙고 돈 없으면 죽어야 하나. 최저 연금으로 약을 사면 밥을 굶어야 하고 밥을 먹으려면 약을 포기해야 한다”며 목소리 높였다. 아르헨티나 약값이 미국·유럽보다 12배 이상 비싸다는 현지 매체들 분석이 있다. 또 최근 밀레이 정부가 은퇴자들에게 무료 지급하던 일부 약 종류를 제한해 논란이다. 또 다른 은퇴자 미르타 씨는 “다시 구직활동을 해 일을 한다”며 “(보조금이 줄면서) 연금과 월급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 나간다”고 하소연했다. “내년 역시 지금보다 나빠지면 나빠졌지 전혀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며 푸념하는 배관공도 있었다.
한인 교민들 또한 고전 중이다. 공공 건설사업 중단과 소비심리 실종 속에 주로 의류 판매업 종사해 온 교민들은 남반구 한여름인 12월에 ‘불경기 찬바람’을 실감하고 있다. 40대 한인 도매상이 “소비 하락으로 물건은 안 팔리고 천정부지로 오른 공과금과 월세를 버티지 못해 결국 가게를 접는다”며 “이 나라에 온 지 40년 넘었지만 이런 어려움은 처음인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책의 선명성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한 청바지 도매상이 “단기간 내 아르헨티나의 고질병인 인플레이션을 잡아가는 것 같다”며 “세금 인하 등 사업체 운영에 도움일 될 만한 정책도 조만간 시행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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