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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에서 비롯된 정치적 불안정성이 올해 한국 경제의 전망마저 잠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관세 강화, 미·중 무역 갈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 한국은 가뜩이나 쉽지 않은 파고를 맞을 것으로 전망됐는데 설상가상으로 우리 내부의 극심한 정치·사회 갈등에 따른 경제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12.3 비상계엄에 따른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지면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거라고 우려를 나타낸 사실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 부총리가 최근 무디스와 피치·S&P 등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와 면담을 가진 데 대한 반응이다.
물론 최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률 시스템이 정상 작동함에 따라 정치적 불확실성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지만 3대 신평사들은 한국 정부의 투명한 소통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우려를 내비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투자 또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부정적 영향으로는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환율 상승 및 외평채 가산금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이자 부담 증가 등 우리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게 불 보듯 훤하기에 경계해야 한다.
한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건 신평사뿐만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12.3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클레이스·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지난달 말 제시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1.7%에 그쳤다. 전달(1.8%)보다 0.1%p 낮아진 것도 모자라 지난해 11월과 올 초 한국은행과 정부가 각각 발표한 예상치 1.9%·1.8%보다 낮다. 잠재성장률(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늪에 빠질까 걱정이 앞선다.
IB 평균 전망치는 공교롭게도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 둔화세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 말부터 석 달 연속 내림세다. 무엇보다 JP모건이 한 달 새 전망치를 1.7%에서 1.3%까지 0.4%p 내린 건 충격적이다. JP모건은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소비자 심리지수가 급락하는 등 내수 부분의 취약성이 커진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된 정치적 혼란과 더딘 내수 회복·고환율·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안팎으로 악재가 쌓여 있다.
물론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25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실질 GDP가 올해 2.2% 성장할 것으로 다소 높게 분석했지만,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 2.8%에 비해서는 낮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불안정성을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보고 있다는 뒷받침이다.
주목되는 바는 세계 신평사들은 최 대행이 소개한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큰 관심을 보이며, 주요 경제 현안이 협의회를 통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는 점이다. 정부와 여야가 경제정책 및 재정·금융 등에 긴밀한 공조를 통해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기대를 나타낸 것이다.
여야가 마주 달리는 열차처럼 충돌하면 대한민국의 국제 신인도는 걷잡을 수 없이 곤두박질칠 것이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야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적 출구를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의 회복력만큼이나 정치권의 문제 해결력이 절실한 때다. 국난 극복을 위해 당파적 이해타산이 아니라 대승적 국정협의회의 원활한 가동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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