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 노동신문은 연일 ‘광복의 천 리 길’을 떠나는 아이들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고 있다. “당의 부름을 안고 혁명사적지 답사에 떨쳐 나선 충성의 길”이라며 선전에 열을 올린다. 북한의 선전에 따르면 광복의 천 리 길은 1925년 1월 김일성이 중국 팔도구 지역에서 항일운동을 하던 아버지 김형직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평양 만경대 고향집을 떠나 팔도구까지 간 길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혁명 역사라는 이름의 정규과목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또한 1975년 김정일은 이 여정을 학생들의 혁명전적지 답사길로 만들었고, 올해가 딱 50년이 되는 해다. 영하 30도의 한겨울 추위에 배낭을 메고 산마루 길을 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지만 천 리 길(400㎞)을 단 10여 일 만에 걷는다는 건 십대 아이들에게 가혹한 고난의 행군이다. 한국에서는 특수전 부대가 아니고서는 일반 군대에서 천 리 행군을 하지 않는다. 사고의 위험 때문에 군인들도 하지 않는 훈련에 이제 갓 10살을 넘긴 아이들이 혁명의 후계자라는 이름으로 동원되어 그 길을 걷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북·중 국경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산비탈 길을 걷는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저마다 한 짐의 배낭을 짊어지고 붉은 깃발 높이 든 선두를 따라간다. 배낭에 달린 하얀색 표지가 눈에 띄었다. 사진을 확대해 보니 ‘총폭탄’ ‘일당백’ ‘백두의 혁명정신’이라 쓴 글귀가 보였다. 각오를 다지는 구호일까.
북한의 아이들은 14살이 되면 준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에 가입한다. 10일 이상 계속되는 행군과 숙영을 하는 야외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이 시기다. 사춘기 소년의 수줍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붉은 깃발 아래 독재자를 위한 인민 군대로 자라 간다.
고갯마루를 넘어가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는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희뿌연 흙먼지에 묻힌다. 고갯마루를 넘는 기차에도 ‘광복의 천 리 길’이라는 구호를 붙였다. 이 구간은 김일성이 기차를 타고 간 구간이라 선전한다. 모든 것이 거짓과 선전으로 붉게 얼룩진 독재 집단의 추악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