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팸 본디(59) 미국 법무장관이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법무부와 산하 연방수사국(FBI) 개혁에 나섰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본디가 이날 ‘정치적인 동기로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한 공직자’를 조사할 내부 기구 구성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외 주류 언론에선 “정치보복 시도”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트럼프 압수수색·수사에 참여한 FBI 요원 등을 조사할 의도로 풀이한 기사들을 쏟아냈다.
장관 취임식 때 본디가 “대통령을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다른 측근 인사들처럼 본디 역시 부정선거 문제에 트럼프와 높은 공감도를 보여 온 인물이라 이 방면의 향후 행보 또한 주목된다. 구체적인 계획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이날 본디는 트럼프와 법적 공방을 벌인 세 사람을 조사 대상으로 언급했다. ‘성추문 입막음 돈’이 변호사를 통해 지불된 후 회사 비용으로 처리된 것을 ‘회계장부 조작’ 혐의로 기소한 앨빈 브래그 검사장(맨해튼지검),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부풀리기 의혹을 내세워 4000억 원대 민사소송을 제기한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뉴욕주),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기밀문서 유출’ 등 혐의로 기소한 잭 스미스 전 특검 등이다.
또 법무부 구성원들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생각이면 사표를 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를 반대해 온 검사들을 조직에서 사실상 내보내게 될 업무명령에 취임 당일 서명한 본디는 법무장관 후보자로 지명될 때부터 민주당 진영과 주류 언론의 맹공격을 받았다.
2023년 폭스뉴스에 나와 연방정부 내 기득권 집단을 의미하는 용어인 ‘딥스테이트(Deep State)'를 동원하며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기소될 것”을 예고한 터라 예상된 수순이었다.
한편 법무부 2인자인 에밀 보브 차관은 이날 전체 FBI 요원에게 발송한 메모를 통해 브라이언 드리스콜 FBI 국장대행이 자신의 지시에 불복종했다면서 공개 비판했다. 보브 차관은 2021년 1월6일 의사당 사태 당시 트럼프 지지자들을 조사한 요원들 명단을 요구했다가 거부당했다. “FBI 요원들의 윤리적 문제나 절차적 위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라는 명단 제출 요구에 사직할지언정 응할 수 없다며 드리스콜이 맞섰다고 전해진다. 4년 전 의사당 사건은 강성 민주당 지지자들 외엔 ‘J식스(January 6th)'로 지칭될 뿐 점차 폭동 내지 난입 등의 어휘가 배제되는 분위기다.
본디는 1991년 플로리다주 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검사로 커리어를 시작해 2001년부터 플로리다 주 법무장관 대변인으로 대중과의 뛰어난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즈음 방송에 출연해 화제의 사건을 해설 논평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2010년 선거 때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에 당선됐다. 폭스뉴스 등에 출연해 보인 ‘범죄에 대한 강경 입장’이 승리 요인으로 평가된다. 2014년 선거에선 55.2%의 득표율로 4년 전보다 많은 득표를 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후보 지지 연설을 했을 만큼 일찍부터 트럼프 편에 섰으며 2017년 1월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서명한 이민 관련 행정명령(이슬람 7개국 국민의 일시적 입국 금지 및 난민 재정착 차단)을 공개 칭찬했다. 이 행정명령으로 반대 시위가 일자 “종교 금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고, 2018년 5월 트럼프의 이란 핵협상 탈퇴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강한 미국 재건’ 공약을 실천 중”이라며 적극 옹호했다.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 당시 트럼프 지지 연설은 더 강한 어조였다. 이 자리에서 본디는 바이든 대통령을 ‘기회주의자의 상징’ ‘자기 가족에게만 혜택을 준 정치인’으로 표현했다. 특히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시절 차남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부패한 가스 회사 이사회에 앉게 된 배경, 그 회사를 부패 혐의로 조사하려는 검사를 해임하도록 우크라니아 정부 측에 압박한 사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관계 등을 언급했다.
인사청문회 이후 토론과 표결을 거쳐 4일(현지시간) 최종 54 대 46으로 인준을 얻어냈다. 상원에서의 문답은 트럼프에 대한 수사와 법 집행의 공정성 문제에 집중됐다. 민주당 측에서 “검사는 이름을 먼저 대고 범죄를 찾을 게 아니라 범죄에서 시작해 이름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하자 본디는 트럼프에 대한 연방 정부의 수사가 정치적으로 악용됐다며 자신은 정치적 편향 없이 공정하게 정의 실현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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